'판촉비 전가' 쿠팡, 선 넘었나 안 넘었나… 대법서 가린다
파이낸셜뉴스
2026.01.05 19:02
수정 : 2026.01.05 19:02기사원문
공정위 "허용 범위 넘었다" 판단
과징금 부과·시정명령 내렸지만
법 조항 잘못 적용해 고법서 패소
전관·초대형 로펌 방패 세운 쿠팡
소송 역량 측면서 공정위에 앞서
쿠팡의 납품업체 비용 전가 관행을 둘러싼 법적 공방이 대법원 판단을 앞두고 있다. 쟁점은 판매촉진비와 장려금을 납품업체로부터 받아온 쿠팡의 관행이 대규모유통업법상 허용 범위를 넘어섰는지 여부다. 대법원 선고에 따라 온라인 유통 플랫폼 규제의 기준선이 달라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5일 법조계에 따르면 공정거래위원회는 쿠팡이 납품업체에 각종 비용을 전가했다며 과징금과 시정명령을 부과했지만, 지난 2024년 2월 서울고법(1심)은 이를 모두 취소했다. 쿠팡은 현재 전직 대법관 2명과 국내 초대형 로펌 소속 변호사 등을 대리인으로 선임하고 대법원에서 최종 무죄를 다투고 있다.
고법은 공정위가 적용한 법 조항이 적절하지 않다고 판단했다. 공정위가 문제 삼은 장려금과 판매촉진비가 대규모유통업법이 규율하는 '판매장려금'에 해당하는지부터 입증되지 않았다는 취지다. 고법은 공정위가 위법성을 증명하지 못한 이상 제재는 정당화될 수 없다고 봤다.
대규모유통업법은 연간 거래 기본계약에 지급 목적과 조건을 명시한 경우에만 판매장려금을 받을 수 있도록 규정한다. 또 판매촉진 행사 비용은 납품업체에 50%를 초과해 부담시킬 수 없게 돼 있다. 공정위는 쿠팡이 이 규정을 어겼다고 해석했다.
그러나 고법의 판단은 달랐다. 고법은 연간 거래 기본계약이라는 형식을 갖추지 않았다면 해당 금액은 법상 판매장려금으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이 경우 공정위는 '정당한 사유 없는 경제적 이익 수취' 조항을 적용했어야 하지만, 그러지 않았다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입증 책임의 방향을 잘못 설정한 점이 패소의 원인이 된 셈이다.
판매촉진비와 관련해서도 고법은 비용 산정 방식을 문제 삼았다. 고법은 판매촉진비를 사전 약정서에 기재된 항목으로 한정할 수 없고, 행사 전체에 투입된 비용을 기준으로 봐야 한다고 판단했다. 따라서 납품업체 부담 비율이 법정 상한을 넘는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풀이했다.
판결은 쿠팡의 광고 강매 의혹과도 맞물린다. 공정위는 쿠팡이 낮은 판매가를 유지하는 과정에서 납품업체에 광고비와 비용 부담을 강요했다고 주장했지만, 고법은 정상적인 거래 협상 범위에 속한다고 봤다.
판결 이후 쿠팡의 비용 수취 규모는 더욱 커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공정위 신고 자료를 토대로 하면 쿠팡은 2024년 한 해 동안 광고·홍보비, 할인 쿠폰 등 판매촉진 비용으로 약 1조4000억원, 판매장려금으로 약 9000억원을 받아 총 2조3000억원 이상을 거둬들인 것으로 추정된다. 쿠팡 전체 직매입 금액이 24조6953억원인데 9.5%를 납품업체에게 돌려받은 셈이다.
대법원 판단은 향후 공정위의 플랫폼 규제 전략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다만 온라인 유통 시장 확대와 쿠팡의 시장 지위 변화로 인해, 설령 대법원이 쿠팡 손을 들어주더라도 공정위가 같은 방식의 규제를 반복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함께 제기된다.
사건은 소송 역량 격차 문제도 다시 부각시켰다. 쿠팡은 공정위 관련 주요 소송마다 국내 초대형 로펌과 전직 고위 법관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이번 소송은 전직 대법관 2명과 김앤장 법률사무소 소속 변호사 6명이 합류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고법이 심리 중인 쿠팡의 알고리즘 과징금 사건에도 서울고법 부장판사 출신 비롯해 김앤장 소속 9명이 소송대리인으로 이름을 올렸다. 반면, 공정위는 제한된 인력과 예산 속에서 소형 로펌과 내부 인력 중심으로 대응하고 있다.
한편 경찰은 쿠팡 개인정보 유출 사건과 관련해 쿠팡 측이 고소·고발당한 17건과 쿠팡 측이 고소한 1건 등 모두 18건을 수사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사안별로 보면 개인정보 유출 관련 8건, 국회증언감정법 위반 2건, 과로사 관련 3건, 블랙리스트 관리 5건"이라며 "국회증언감정법 위반 2건의 경우 김범석 쿠팡 의장과 박대준 전 쿠팡 대표와 관련된 것으로 해롤드 로저스 한국 쿠팡 임시대표와 관련된 건은 없다"고 전했다.
hwlee@fnnews.com 이환주 장유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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