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우량 기업 보증 서는 금융사
파이낸셜뉴스
2026.01.05 19:15
수정 : 2026.01.05 19:15기사원문
금전적 리스크가 '보증'이라는 책임을 지기로 한 사람에게 옮겨간다. 이러한 일은 비단 사람과 사람 간 이야기에 그치지 않는다. 최근 기업들의 상황이 악화하면서 '비우량 기업'들을 대신한 금융사의 보증이 난무하고 있다. 자칫 '패가망신'의 리스크가 금융시스템으로 옮겨갈 수 있다.
고환율 고착화 국면에서 항공·호텔·면세 등 환율 민감업종은 물론 석유화학·건설처럼 업황둔화가 구조화된 업종까지 사모시장을 중심으로 신종자본증권(영구채) 활용을 늘리고 있다. 최근 한 달 동안에만 아시아나항공, 호텔롯데, SK어드밴스드, 한화토탈에너지스 등이 사모 시장에서 영구채를 잇따라 발행했다. 업황 둔화가 구조화된 업종들이 영구채에 의존하고 있는 것이다.
보증은 거래를 성사시키는 안전장치이다. 그러나 기업이 상환에 실패하면 리스크는 유동화 구조를 따라 이동하고, 결국 보증을 제공한 금융사와 해당 증권을 인수한 투자자에게 돌아간다. '별거 아닌 것'처럼 숨어 있는 테일 리스크는 발생 확률이 낮아 보일 뿐, 한번 현실화되면 파급력은 크다. '문제가 없어 보이는 구조' 속에 기업의 부실을 숨겨두는 금융공학은 날로 발달하고 있다. '보증'은 금융공학에서 이용되다 못해 교묘히 남발되고 있다. 또 금융사 보증은 투자자들의 '묻지도 따지지도 않는' 신뢰장치가 되기도 한다.
가령 홈플러스가 구조화 과정을 통해 발행한 유동화 전단채에 투자했던 개인투자자들도 신용카드사의 '보증'을 믿었다가 발등을 찍혔다. 코스피가 4450선을 돌파하며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지만, 반도체를 제외한 다수 기업의 체력은 오히려 약해지고 있다. 기업들과 금융사의 보증시스템을 한번쯤 되돌아봐야 할 때다.
khj91@fnnews.com 김현정 증권부 차장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