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환율 고착화 국면에서 항공·호텔·면세 등 환율 민감업종은 물론 석유화학·건설처럼 업황둔화가 구조화된 업종까지 사모시장을 중심으로 신종자본증권(영구채) 활용을 늘리고 있다. 최근 한 달 동안에만 아시아나항공, 호텔롯데, SK어드밴스드, 한화토탈에너지스 등이 사모 시장에서 영구채를 잇따라 발행했다. 업황 둔화가 구조화된 업종들이 영구채에 의존하고 있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특수목적법인(SPC)은 영구채를 기초자산으로 유동화증권을 발행하고, 증권사·금융사들이 신용도 보강과 유동성 지원에 나선다. 문제는 이 영구채가 다시 SPC를 거쳐 유동화증권으로 재포장되는 과정이다. 기초자산 위에 금융사의 보증이 얹히고, 신용도는 보강된다. 그러나 겉모습과 달리 기초자산의 안전성은 결코 담보되지 않는다. 영구채뿐만이 아니다. 회사채, 매출채권을 유동화하는 과정에서도 금융사의 보증은 반복적으로 동원된다.
보증은 거래를 성사시키는 안전장치이다. 그러나 기업이 상환에 실패하면 리스크는 유동화 구조를 따라 이동하고, 결국 보증을 제공한 금융사와 해당 증권을 인수한 투자자에게 돌아간다. '별거 아닌 것'처럼 숨어 있는 테일 리스크는 발생 확률이 낮아 보일 뿐, 한번 현실화되면 파급력은 크다. '문제가 없어 보이는 구조' 속에 기업의 부실을 숨겨두는 금융공학은 날로 발달하고 있다. '보증'은 금융공학에서 이용되다 못해 교묘히 남발되고 있다. 또 금융사 보증은 투자자들의 '묻지도 따지지도 않는' 신뢰장치가 되기도 한다.
가령 홈플러스가 구조화 과정을 통해 발행한 유동화 전단채에 투자했던 개인투자자들도 신용카드사의 '보증'을 믿었다가 발등을 찍혔다. 코스피가 4450선을 돌파하며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지만, 반도체를 제외한 다수 기업의 체력은 오히려 약해지고 있다. 기업들과 금융사의 보증시스템을 한번쯤 되돌아봐야 할 때다.
khj91@fnnews.com 김현정 증권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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