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챗GPT에 '가만히 서 있는 법'까지 검색해봤죠"…리헤이의 뮤지컬 도전기
뉴시스
2026.01.06 17:00
수정 : 2026.01.06 17:00기사원문
'스우파' 등 출연한 댄서 출신…'시지프스'로 첫 뮤지컬 출연 "첫 연습 후 멘붕…먼저 뮤지컬 한 아이키 언니가 '멘털 케어'" "레몽 연기 때는 매일 감정에 따라 다른 움직임 선보이는 중"
[서울=뉴시스]김주희 기자 = "많이 부족하지만, 불도저처럼 밀고 가야겠단 생각으로 여기까지 왔어요. 뮤지컬을 선택한건 단 하루도 후회한 적 없어요."
뮤지컬 '시지프스'에 출연 중인 배우 리헤이는 6일 서울 종로구 오차드연습실에서 진행된 라운드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하며 새로운 도전에 대한 각오를 밝혔다.
지난달 16일 개막한 '시지프스'는 알베르 카뮈의 '이방인'을 그리그 신화 속 '시지프'와 엮어, 무너져 버린 세상 속 버려진 네 명의 배우들의 이야기를 다루는 작품이다.
"뮤지컬이라는 예술을 정말 존경한다는 감정을 갖고 있었어요. 노래, 움직임, 목소리, 표정, 손끝 하나하나까지 정말 다 하시잖아요. 저도 진지하게 잘 준비해서 무대에 서보고 싶다는 마음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PD님이 연락을 주셨을 때 '잘하든 못하든 춤출 때처럼 무조건 해야지, 불도저같이 밀고 나가야겠다' 싶었습니다."
하지만 연습은 순탄치 않았다.
그는 "연출님이 '가만히 서 있어 보자'고 하셨는데, 춤을 출 때는 가만히 서 있지 말아야하고 꽉 채우는게 내 춤 스타일이다보니 가만히 있는걸 못하겠더라"라고 털어놨다.
멘털이 흔들릴 때마다 포털과 챗GPT에 '가만히 서 있는 법'을 검색했다고도 했다.
"챗GPT가 '발가락에 힘을 주라'고 하더군요. 한 곳을 바라보는 방법, 입을 다물고 있는 방법, 코로 숨쉬는 방법 같이 단순한 것부터 검색하며 해 나갔어요."
다양한 예능 프로그램에서는 수준급 노래 실력을 뽐낸 그였지만, 작품 출연을 앞두고 발성은 물론 시선 처리, 호흡 방법까지도 다시 익혀야 했다. 그 과정에서 먼저 '프리다'로 뮤지컬에 도전했던 댄서 아이키가 그에게 길잡이가 되어 줬다.
리헤이는 "아이키 언니가 좋은 시작을 해준 덕분에 내가 뮤지컬을 하게 됐을 때 (사람들의) 거부감이 덜했던 것 같다"며 "'실망감을 드리면 어쩌지'하는 무서움과 공포가 있었다. 한 번도 해보지 않은 연기 같은 것에 대한 부담이 몇 배로 와닿아서 작품에 들어가기 2개월 전부터 모든 넘버와 대사를 외웠다"고 말했다.
그래도 힘이 들 땐 아이키에게 고민을 털어놓고, 많은 위로를 받았다.
"아이키 언니가 멘털 케어를 정말 많이 해줬어요. 언니가 '나도 그랬다'면서 위로해줬죠. '우리는 포기하지 않는 게 장점인 사람이다, 춤 출 때처럼 참고 가라, 작품에 스며드는 좋은 과정이라고 생각하고 믿고 갔으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많이 해줬어요."
'시지프스'에서 배우들은 '이방인' 속 뫼르소, 엄마, 관리인, 재판관 등 여러 인물을 연기하며 그들이 느끼는 슬픔과 고독, 혼란과 피로 등을 그려낸다.
박선영, 윤지우와 함께 포엣 역을 맡은 리헤이는 거친 남성의 레몽과 뫼르소의 엄마, 연인 마리 등을 연기한다.
"제일 어려운 건 엄마다. 엄마가 되어보지 못해서 100% 소화할 수 있다고 장담할 수 없지만, 최대한 가까워지려고 한다"는 리헤이는 레몽을 연기할 때는 '춤추는 리헤이'의 장점을 한껏 살리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레몽 무대를 할 때는 그날 감정에 따라 매일 다른 움직임으로 표현하고 있다. 그런 데서 내가 댄서라는 걸 활용할 수 있는 것 같다"고 강조했다.
공연을 거듭하면서 작품의 메시지에 대해서도 더 깊게 생각하고 있다. 작품의 모티프가 된 신화 속 시지프스는 끝이 보이지 않는 고행을 반복한다.
리헤이는 시지프스가 굴려 올리는 돌을 두고 "10년 뒤의 나"라고 했다.
"아무리 힘들어도 (미래를 향해) 계속 돌을 굴리는 게 춤을 처음 시작한 20대의 저와 같다. 안 좋은 일이 있을 때도, 무명일 때도 있었는데 계속 돌을 굴렸다. 안 좋은 일이 지나면 반드시 좋은 일이 올 거라는 믿음을 가지고 있어요.. 극 중 '우리의 삶은 우리의 돌을 끌어안고 사랑하자'는 대사가 있는데, 정말 제 자신에게 하는 이야기 같아요.아무리 힘들어도 돌을 놓지 않고, 계속 사랑해야겠다는 마음이 들어 그 대사를 할 때마다 나를 토닥이는 기분이 듭니다. "
리헤이의 강점은 '움직임이 좋은 배우'라는 점이다. 여기에 더해 공연이 끝날 때는 자신의 진심까지 전해지길 바라고 있다.
"'몸을 잘 쓰는 배우'라는 말은 평생 듣고 싶어요. 그리고 공연이 끝날 때쯤엔 '진실성 있는 배우'였으면 좋겠어요. '예술을 정말 사랑하고 있구나, 진실하게 다가가고 있다'는 걸 느껴주셨으면 좋겠어요."
'시지프스'는 3월 8일까지 YES24 스테이지 2관에서 공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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