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경찰에서 반구의 주인으로...그린란드부터 남미 선거
파이낸셜뉴스
2026.01.07 09:46
수정 : 2026.01.07 09:44기사원문
중국 견제·본토 안보·공급망
NSS가 찍은 최우선 지역
【 파이낸셜뉴스 뉴욕=이병철 특파원】‘그린란드에서 캐나다, 멕시코, 남미까지’
미국이 베네수엘라의 니콜라스 마두로를 체포하면서 ‘서반구 지배’의 방아쇠를 당겼다. 세계의 경찰 역할에서 한발 물러서는 대신, 미국의 앞마당과 뒷마당에서 확실한 주도권을 확보하겠다는 전략이 본격화되고 있다. 다음 타깃이 어디가 될지를 두고 그린란드에서부터 멕시코, 남미 국가들까지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미국 국무부는 5일(현지시간) 엑스(X·옛 트위터) 공식 계정에 트럼프 대통령의 사진 위에 “이것은 우리의 반구(This is our hemisphere)”라는 문구가 적힌 이미지를 게시했다. 국무부는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의 안보가 위협받는 상황을 결코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국은 이미 서반구 국가들의 크고 작은 사안에 직·간접적으로 개입하고 있다.
‘미국 앞마당’ 재편에 나선 트럼프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이후 그린란드의 미국 편입 가능성을 노골적으로 언급해 왔다. 그는 국가안보 전략상 그린란드가 필수적이라고 수차례 강조했다. 지난해 3월 의회 연설에서는 “어떤 방식으로든 우리는 그린란드를 얻게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지난 3일 마두로를 체포한 이후에는 그린란드 문제를 더욱 자주 거론하고 있다.
캐롤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은 6일(현지시간) 성명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은 그린란드 확보가 미국의 국가안보 최우선 과제이며, 북극 지역에서 적대 세력을 억제하는 데 필수적이라는 점을 분명히 밝혀왔다”고 말했다. 그는 “대통령과 참모진은 이 중요한 외교 정책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다양한 방안을 논의 중이며, 미군 동원 역시 최고사령관이 언제든 선택할 수 있는 옵션”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마코 루비오 국무부 장관은 의회에 출석해, 그린란드 문제와 관련해 군사적 침공보다는 덴마크로부터의 매입 가능성을 우선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멕시코 역시 좌불안석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3일 마두로를 압송한 직후, 멕시코를 통해 유입되는 마약 문제를 다시 거론하며 “무언가를 해야만 할 것”이라고 말했다. 클라우디아 셰인바움 멕시코 대통령은 마약 카르텔 소탕을 위해 미군이 군사적으로 개입하겠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제안을 거듭 거부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동안 멕시코를 불법 이민과 마약 유입의 통로로 지목하며 압박해 왔다. 최근에는 멕시코의 쿠바 원유 수출 문제도 새로운 갈등 요인으로 떠올랐다. 멕시코는 자국의 쿠바 석유 수출이 적법하다는 입장이지만, 마두로 축출과 함께 쿠바에 대한 석유 수입 차단을 추진하는 트럼프 행정부로서는 부담스러운 변수다.
파나마 역시 압박 대상이 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과거 미국이 파나마 운하를 파나마에 넘긴 결정을 “어리석은 선택”이라고 비판하며, 이를 다시 “되찾겠다”는 의사를 반복적으로 밝혀왔다. 특히 운하에 대한 중국의 영향력 확대를 안보 위협으로 규정하며, 운하 이용료 인하와 미국의 통제권 회복을 요구했다. 파나마는 미국 자본의 투자를 허용하고 미국 선박의 통행료를 대폭 인하하는 등 미국의 요구를 상당 부분 수용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캐나다에 대해서도 “51번째 주가 되기를 원한다”며 공개적으로 자극적인 발언을 이어가고 있다.
남미로 확산된 ‘서반구 개입’
베네수엘라 사태 이후 남미 국가들은 극도의 긴장 상태에 놓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4일 구스타보 페트로 콜롬비아 대통령을 “병든 사람”이라고 표현하며, 콜롬비아에서 미군 작전이 이뤄질 가능성을 언급했다. 콜롬비아 정부는 이후 미국 정부에 마약 밀매와의 전쟁에서 지속적으로 공조하겠다는 입장을 전달했다.
미국은 지난해 4월 니카라과의 다니엘 오르테가 정권 관리 250명 이상을 대상으로 비자 제한 조치를 발표했다. 오르테가 정부의 인권 탄압과 민주주의 후퇴를 이유로 한 조치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쿠바에 대해서도 “몰락하고 있다”고 공개적으로 언급했다.
온두라스와 아르헨티나의 선거 국면에서도 미국의 영향력 행사가 이어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온두라스 대선에서 나스리 아스푸라 후보를 공개 지지하며, 패배할 경우 미국의 원조 중단 가능성을 언급했다. 개표가 지연되자 증거를 제시하지 않은 채 부정선거 의혹을 제기하며, 예비 결과가 뒤집힐 경우 “큰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아르헨티나에서는 하비에르 밀레이 대통령이 다가오는 중간선거에서 승리하는 것을 조건으로, 200억 달러 규모의 통화 스왑 체결 등 대규모 재정 지원이 발표됐다.
중남미 최대 경제대국인 브라질도 예외는 아니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브라질 검찰이 자이르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을 기소하자 브라질산 제품에 50%의 관세를 부과했다. 그러나 브라질 대법원은 쿠데타 모의 혐의로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에게 27년형을 선고했다.
세계의 경찰에서 ‘반구의 주인’으로
미국의 서반구 국가들에 대한 직·간접적 개입은 외교 노선의 분명한 전환을 의미한다. 지난해 12월 공개된 트럼프 행정부의 외교·안보·군사 분야 최상위 지침인 국가안보전략(NSS)은 서반구를 최우선 전략 지역으로 명시했다.
수십 년간 상대적으로 무관심했던 지역에 다시 시선을 돌린 것이다. 미국이 중동과 유럽에 집중하는 사이, 중국은 이 지역에서 영향력을 크게 확대해 왔다. 중국은 브라질의 최대 무역 상대국이 됐고, 베네수엘라의 전략적 동맹국으로 자리 잡았다.
미국은 서반구 주도권 강화를 통해 석유 공급량 확대, 북상하는 마약과 불법 이민자 감소, 그리고 중국·러시아·이란의 지역 거점 축소를 동시에 노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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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ide@fnnews.com 이병철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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