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주운전만큼이나 위험한 약물운전…"구체적 규정 마련해야"
파이낸셜뉴스
2026.01.08 16:42
수정 : 2026.01.08 16:42기사원문
음주운전과 달리 약물운전은 구체적 수치기준 부재 위험성 제대로 인식하지 못한다는 관측 지배적 선진국들, 체계적 기준 제시하는 추세 "실효성 있는 기준 마련하고 복약 안내 의무 부여해야"
[파이낸셜뉴스] 불법 약물이나 처방약을 복용한 운전자의 교통사고가 잇따르면서 '약물운전'이 도로 안전의 위협으로 또다시 부상하고 있다. 오는 4월부터 관련 사고 처벌 규정이 정비되지만, 약물운전 여부를 가를 구체적인 기준이 마땅치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8일 경찰에 따르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서울 종각역 인근에서 추돌사고를 일으켜 본인을 포함해 15명의 사상자를 낸 70대 택시기사 이모씨에 대한 약물 정밀 검사 결과 마약류관리법상 약물 성분이 모두 음성으로 판정됐다고 서울경찰청에 통보했다.
이번 사건에서 이씨는 음성 판정을 받았으나, 약물 성분 검출과 처벌 기준을 둘러싼 혼란은 여전하다. 실제로 최근 들어 약물운전을 둘러싼 논란이 잇따르고 있다. 지난해 6월 방송인 이경규씨가 약물을 복용한 채 다른 사람의 차량을 자신의 것으로 착각해 운전하다가 경찰에 붙잡혔다. 경찰이 실시한 약물 간이 검사에서 양성 반응이 나왔고, 국과수의 정밀 검사 결과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처방받은 감기약과 공황장애약을 복용했다"며 "공황장애약을 먹고 운전하면 안 된다는 것을 크게 인지하지 못했다. 내 부주의였다"고 말했다.
약물운전 증가 추세는 통계로도 확인된다. 양부남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경찰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약물운전으로 인한 면허 취소는 지난 2020년 54건에서 2021년 83건, 2022년 80건, 2023년 128건, 2024년 163건으로 4년 새 3배 수준으로 늘었다.
약물운전 여부를 구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는 객관적 수치기준이 부재한 탓에 관련 사고가 반복되고 있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현행 도로교통법은 술에 취한 상태 외에 과로, 질병 또는 약물의 영향으로 정상적인 운전이 어려운 상태에서 운전하는 것을 금지한다. 음주운전의 경우 혈중알코올농도에 따라 처벌기준을 구분하고 있지만, 약물운전은 별도 기준이 마련돼 있지 않다.
오는 4월부터 개정 도로교통법이 시행되며 약물운전의 법정형이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기존 3년 이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 벌금)으로 높아지고 측정을 거부할 경우 약물 측정 불응죄로 처벌할 수 있다. 그러나 구체적인 기준이 없어 예방 효과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약물운전의 위험성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는 운전자가 많은 점도 문제로 꼽힌다. 교통사고처리특례법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에선 음주운전과 약물운전의 형량이 동일하게 규정돼 있다. 다만 도로교통법상 음주운전은 여러 차례 개정을 통해 단속 방안과 처벌 기준을 구체화했지만 약물운전은 법률이 제정된 1960년 이후 관련 조문에 상대적으로 변화가 없던 탓에 이를 둘러싼 관심이 크지 않다는 평가가 나온다.
선진국들은 약물운전에 대한 구체적이고 체계적인 기준을 제시하고 있다. 영국과 캐나다, 독일 등은 약물운전에 대한 혈중 임계기준을 마련했다. 특히 영국은 불법 약물뿐만 아니라 의료용 약물에 대해서도 기준을 마련해 사고 예방에 힘쓰는 모양새다. 그뿐만 아니라 지정된 통제 약물을 복용하고 운전한 혐의로 기소되면 일정 시간이 지난 후에야 운전할 수 있다는 의사나 약사의 복약 지도를 따랐다는 점을 변호하도록 한다.
전문가들은 약물운전 제재기준을 구체적으로 마련하고 의료인의 복약 안내를 의무화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윤호 동국대 경찰행정학부 명예교수는 "약물은 종류가 워낙 다양해 개인의 건강 상태에 따라 미칠 수 있는 효과도 다르므로 획일적인 기준을 마련하는 것이 쉽지는 않다"면서도 "판단력이나 신체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약물에 대해선 의사와 약사가 구체적인 운전 제한 시간 등을 고지하도록 의무를 부여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jyseo@fnnews.com 서지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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