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병상인데 지원금 60배 차이"..지역거점종합병원 고사 초래
파이낸셜뉴스
2026.01.08 11:41
수정 : 2026.01.08 14:22기사원문
(사)대한종합병원협회, "연 58억원 격차..지방의료 붕괴 앞당겨"
"대학병원만 수십억원 챙기고 지역병원은 버팀목 역할도 '공짜'"
"의료질 지원금 개편, 지역수가신설 등으로 ‘지역살리기’ 나서야"
[파이낸셜뉴스] 국가 의료지원 예산이 상급종합병원(대학병원)에 집중되면서 지역 거점종합병원이 구조적 붕괴 위기에 놓였다는 비판이 거세다.
사단법인 대한종합병원협회(회장 정근·온병원그룹 원장)는 8일 “같은 병상 규모에도 병원 종별에 따라 환자 1인당 지원금이 최대 60배 차이 난다”며 정부에 제도 전면 개편을 촉구했다.
700병상, 하루 입원환자 600명 기준으로 1년 지원금을 계산하면 대학병원은 약 62억 원, 5등급 지역병원은 1억 원 수준으로 58억 원 이상 격차가 벌어진다. 이 협회는 “이는 실제 진료의 질이 아니라 병원의 간판과 종별에 따른 구조적 차별”이라고 지적했다.
의료질평가 상위 등급이 ‘대학병원 전용구조’로 고착된 점도 비판의 핵심이다. 대한종합병원협회가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2025년 1∼3등급을 받은 115개 의료기관 중 95곳이 대학병원 또는 그 부속기관이었다. 반면 4·5등급 병원 250여 곳은 대부분 지역 종합병원으로, 암 수술·응급수술·야간 진료 등 실제 필수의료를 맡고 있음에도 ‘하위등급’으로 낙인찍혀 쥐꼬리 지원만 받고 있다. 대한종합병원협회는 “전공의·교수 수, 논문 실적 등 대학 기준 지표에 맞춰 등급을 매기니, 등급 자체가 ‘병원 간 계급’을 의미하게 됐다”고 비판했다.
대한종합병원협회는 정부의 ‘상급종합병원 구조전환 지원사업’(2024∼2027년 10조 원 투입) 또한 지역 의료의 붕괴를 앞당긴다고 경고했다. 상급종합병원은 병상을 줄이면서도 지원금을 중복 수령하고 있지만, 그 과정에서 발생한 진료 공백은 모두 지역종합병원으로 전가되고 있다는 주장이다. 이로 인해 지역 종합병원들은 진료량 증가와 의료 위험도 상승, 인력난 삼중고를 겪고 있으나 정부 지원체계에서는 사실상 배제돼 있다.
대한종합병원협회는 “이 추세가 지속되면 지방의료가 먼저 무너지고, 결국 지역사회마저 붕괴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응급·중증 환자가 대도시로 1∼2시간씩 이동해야 하는 상황이 현실화되면, 심근경색·뇌출혈 등 생명 위급 사례의 사망률은 급격히 상승할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된다.
사단법인 대한종합병원협회는 △병원 종별·등급 간 지원 단가 격차 축소 △대학 중심 지표 비중 축소 및 진료 기능 중심 재편 △중증·응급진료 비례 보상 신설 △필수의료 병상·인력 최소 수익 보전장치 제도화를 정부에 요구했다. 이 협회는 “특정 병원군이 아닌, 국민 누구나 사는 곳에 따라 생존 가능성이 달라지지 않는 의료 지원체계가 필요하다”며 정부와 국회의 결단을 촉구했다.
대한종합병원협회 정근 회장은 “정부와 국회는 더 이상 대학병원·상급종합병원 중심 정책이 초래할 의료시스템의 구조적 붕괴와 지방소멸 위기에 눈을 감지 말고, 지금 즉시 종합병원 등 지역 거점의료기관에 대한 개념부터 재정의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지역의료를 살리기 위해 의료질 평가 지원금 개편 등을 포함하여 지역수가신설 등 전반적으로 지역의료지원정책을 과감히 도입해 ‘지역 살리기’에 나설 것을 간절히 요청한다”고 주장했다.
대한종합병원협회는 오는 10일 오후 부산 부산진구 온병원 15층 ON홀에서 열리는 2026년도 정기총회에서 이 같은 내용을 담은 대정부 성명서를 발표하고, 보건복지부와 국회에 전달할 예정이다.
lich0929@fnnews.com 변옥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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