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조 국방예산 앞세워… 거침없는 트럼프의 '약탈외교'

파이낸셜뉴스       2026.01.08 18:19   수정 : 2026.01.08 18:28기사원문
폭주하는 트럼피즘 4제
(1) 베네수엘라 석유산업 통제
(2) 그린란드 영토 편입 박차
(3) 66개 국제기구 탈퇴 서명
(4) 내년 국방예산 50% 증액
트럼프 11월 중간선거에 사활
공화당 지지층 결집 전략 강화
美대법 '상호관세' 판결 앞둬
트럼프 폭주 제동 걸지 주목

【파이낸셜뉴스 뉴욕·서울=이병철 특파원 박종원 기자】 미국 우선주의와 거래적 외교행태를 앞세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폭주가 2026년 새해 벽두부터 더 거침없이 이어지고 있다. 초강대국의 약탈외교와 함포외교가 더욱 노골화되고 있다는 평가까지 나왔다.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을 체포·압송한 데 이어 베네수엘라 석유 수출에 대한 관할권 확보가 빠르게 진행됐다.

7일(현지시간) 크리스 라이트 에너지부 장관은 미국은 베네수엘라가 보유한 3000만~5000만배럴 상당의 원유를 넘겨받아 시장에 팔고, 그 수익금의 사용까지 통제하기로 베네수엘라 임시정부와 합의했다고 밝혔다. 기존 비축원유뿐 아니라 앞으로 생산되는 원유까지 미국이 '무기한' 관리하겠다는 것이다.

라이트 장관은 이날 플로리다주에서 열린 골드만삭스 행사에서 앞으로 미국이 베네수엘라에서 생산되는 원유를 시장에서 "무기한" 판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런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은 9일 백악관에서 미국 주요 석유기업 경영자들을 만나 베네수엘라 진출 문제를 주제로 논의할 예정이다.

베네수엘라의 철권통치자인 마두로를 군사력을 앞세워 축출한 뒤 미국은 현지에 새 민주정부 구성보다는 석유 이권 확보에 초점을 두는 모습이다. 미국은 같은 날 베네수엘라와 연관된 유조선 2척을 잇따라 나포하며 베네수엘라 원유에 대한 통제수위를 한층 끌어올렸다. 피트 헤그세스 미 국방장관은 이에 대해 미국이 글로벌 차원에서 베네수엘라 원유 유통을 통제해 나가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구체화되는 그린란드 합병 시도

서반구(아메리카 대륙과 그 주변) 장악력 강화 목표를 담은 '돈로주의'(19세기 미국식 고립주의인 먼로주의의 트럼프 버전) 행보도 더 노골화되고 있다. 베네수엘라 군사작전에 이어 트럼프 행정부는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회원국인 덴마크의 자치령 그린란드에 대한 야심을 행동으로 옮기기 시작했다.

이날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은 다음 주 그린란드에 대한 영유권을 보유한 덴마크와 논의를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린란드의 합병 문제가 불거진 트럼프 2기 들어 당국자 간 첫 공식 협의라는 점에 무게를 갖는다. 그린란드를 합병하려는 트럼프 정부의 시도가 더욱 거세지면서 이 문제가 공식적인 협상 테이블에 오른 것이다.

백악관은 트럼프 대통령과 백악관 참모들이 그린란드를 미국 영토로 편입하기 위해 "여러 옵션들"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히면서 변죽을 울리고 있다. 미국이 무력으로 그린란드를 빼앗는 군사적 옵션도 배제되지 않고 있다고 강조했다. 캐럴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은 전날 "트럼프 대통령이 그린란드를 확보하는 것이 미국 국가안보 우선순위로, 북극 지역에서 우리의 적들을 억제하는 것은 필수불가결하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고 강조했다. 레빗 대변인은 "대통령과 참모들이 이 중요한 외교정책 목표를 추구하기 위해 다양한 옵션들을 논의하고 있다"면서 "물론 미군을 활용하는 것은 최고사령관으로서 언제든 활용 가능한 옵션"이라고 못 박았다.

■고립주의 및 미 우선주의 색채 확연한 국제기구 탈퇴

트럼프 대통령은 같은 날 66개 국제기구에서 탈퇴하는 대통령 각서에 서명했다. 국제사회에 대한 기여를 줄이고, 미국 이익에 집중한 미국 우선주의와 고립주의 색채를 강화한 것이다. 백악관은 같은 날 홈페이지 설명자료(팩트시트)를 통해 트럼프가 이날 유엔 산하기관 31곳, 비유엔 기구 35곳에서 탈퇴를 지시하는 대통령 각서에 서명했다고 밝혔다. 이어 "국익과 안보, 경제적 번영 혹은 주권에 반하는 활동을 하는 조직"에서 탈퇴한다고 설명했다. 백악관은 탈퇴하는 조직들 중 "상당수가 급진적인 환경정책과 다국적 관리체제, 미국의 주권 및 경제 역량과 충돌하는 이상적 사업을 추진했다"고 주장했다.

대상 유엔 산하기구는 유엔 경제사회국, 국제무역센터, 유엔무역개발회의, 유엔민주주의기금, 유엔기후변화협약 등 평화·인권, 기후, 무역 등과 관련한 기구 및 기금이었다. 비유엔 기구로는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 국제에너지포럼, 세계자연보전연맹 등이 명시됐으며 '다양성·형평성·포용성(DEI)'이나 '정치적 올바름(PC)'과 관련된 조직이 많았다.

백악관은 "해당 기구들은 미국의 정책을 비판하거나, 우리의 가치와 상반되는 의제를 추진했으며 실질적 결과를 내지 못해 수십억달러의 납세자 돈을 낭비했다"고 비난했다. 이어 "모든 정부 부처·기관은 (해당 기구에) 참여 및 자금 지원을 중단한다"고 밝혔다. 백악관은 "이런 기구들에서 탈퇴함으로써 납세자의 돈을 절약하고, 그 자원을 미국 우선 과제에 집중한다"고 덧붙였다.

트럼프는 지난해 1월 2기 정부 출범 이후 파리 기후변화협약, 세계보건기구(WHO), 유엔 인권이사회와 팔레스타인 난민구호기구(UNRWA), 유엔교육과학문화기구(UNESCO·유네스코)에서도 탈퇴한다고 밝혔다.

■국방예산 50% 증액으로 완력 강화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내년도 국방예산을 50% 이상 늘리겠다는 구상도 공개했다. 지난해 12월 18일 서명한 2026년도(2025년 10월∼2026년 9월) 국방수권법(NDAA)의 국방예산은 1조달러에 조금 못 미치는 9010억달러(약 1307조원)인데 이보다 6000억달러(약 870조원) 더 많은 1조5000억달러(약 2176조) 규모로 증액하겠다는 것이다.

이는 베네수엘라 공격과 다른 중남미 국가에 대한 최근 트럼프 대통령의 경고, 그린란드 확보를 위한 무력사용 불배제 기조 등과 맞물려 있다. '힘을 통한 평화'라는 트럼프 대통령의 기본입장을 구현하기 위한 것이라는 해석이다. 군비 증액을 통해 강화한 무력을 권위주의 국가들의 팽창주의를 견제하면서도 '돈로주의' 강화 쪽에 투입하겠다는 구상으로 보인다.

트럼프가 집권 2기 2년차의 신년 벽두부터 미국 우선주의의 자기 '색채'를 한층 더 선명하게 드러내면서 폭주하고 있는 것은 오는 11월 의회 지형을 결정할 중간선거와 깊은 연관을 갖는다.
그는 마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로 불리는 골수지지층을 포함한 공화당 지지층의 표를 굳히는 '집토끼 잡기' 전략을 강화하면서 자신의 정책 어젠다의 구체적인 성과를 내겠다고 밀어붙이고 있다.

그러나 이에 대한 나토 회원국을 비롯해 주요 동맹국의 반발과 국내적 민심 이반 등도 피할 수 없을 전망이다. 당장 9일 선고가 예상되는 상호관세(국가별 관세) 적법성 여부에 대한 미 연방 대법원 판결이 트럼프의 폭주에 제동을 걸지 여부도 주목된다.

pride@fnnews.com

Hot 포토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