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산 4대 강국’ 도약… ‘60조 캐나다 잠수함’ 수주가 승부처
파이낸셜뉴스
2026.01.11 18:20
수정 : 2026.01.11 18:20기사원문
(1) 잠수함 수주전… 폴란드 실패가 주는 교훈
청와대가 컨트롤하는 원팀 필요
발트해 현지화 전략 분석 부족
한화오션·HD현대重 ‘원팀’ 협력
빠른 납기·현지 MRO 등 구축
가성비→고부가 방산수출 변신
유럽 ‘방산 카르텔 장벽’ 변수로
기술 이전 등 ‘절충교역’ 요구돼
항공도 美 UJTS 사업 진출 기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주요국 정상과의 회담을 세일즈 장소로 활용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미국의 첨단무기를 권하는 데 스스럼없다. 우리나라도 마찬가지다.
이재명 정부에서 방산 수출에 직접 관여하는 부처는 청와대를 비롯해 총리실, 국방부, 산업통상부, 외교부 등 다양하다. 국무총리부터 청와대 참모, 국회의원들까지 방산특사로 차출됐다. 이전 정부에선 거의 보지 못했던 일이다. 사실상 청와대가 모든 방산세일즈를 컨트롤하고 있다. 대통령을 대리해 김민석 총리는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와 지난해 10월 30일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기간에 거제 조선소를 방문했다. 최대 60조원대 차기 잠수함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카니 총리에게 한국 잠수함의 우수성을 직접 알리고 방산 세일즈를 하기 위해서다. 카니 총리는 데이비드 맥귄티 캐나다 국방부 장관, 필립 라포튠 주한 캐나다대사와 함께 헬기편으로 한화오션 거제조선소를 방문했다. 한국 정부 고위 관계자들과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이 카니 총리를 맞이했다. 카니 총리는 한국 해군의 신형 잠수함으로 최근 진수된 장영실함 내부를 살펴봤다.
김 총리뿐만 아니라 지난해 7월엔 4성 장군 출신인 김병주 국회의원이 대통령특사 자격으로 캐나다를 방문했다. 가장 최근에는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이 지난달 캐나다 오타와를 방문, 방산 지원에 나섰다. 정부는 지난 9일 내놓은 '2026년 경제성장전략'에서 방산을 국가전략산업으로 육성하고 '방산 4대 강국 도약'을 정책방향으로 설정했다.
■'글로벌 톱4 수출'…2030년 목표
우리나라 방산은 오는 2030년까지 미국, 러시아, 중국에 이어 세계 4위를 목표로 하고 있다. 올해 윤곽이 드러나는 캐나다 잠수함사업을 수주할 경우 이 같은 목표 달성의 기반을 확보하게 된다. 잠수함은 대당 1조원이 넘는 방산 수출 효자상품이다. 대당 100억원 안팎인 전차보다 100배 이상 고부가 이익을 낸다.
세계 10대 방산강국인 한국의 주요 방산 수출품은 아직까지 육상무기가 과반이다. 전차와 자주포 같은 육군 방산제품이 주력이다. 이 같은 기조에서 벗어나 한국도 잠수함과 군함, 첨단 항공기 같은 고부가 방산산업 육성에 나설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반면 미국 등 선진국들은 고부가 첨단 방산제품 수출이 주류를 이룬다.
하지만 이재명 정부 들어 폴란드에서 추진한 8조원대 잠수함 수주에 실패하면서 한국의 고부가 방산 수출은 여전히 해결할 과제가 많다. 폴란드에 퇴역 잠수함 무상제공이라는 파격적 제안까지 했지만 최종 수주전에서 스웨덴 사브에 고배를 마셨다. 잠수함 수주 과정에서 현지화된 전략 분석이 부족했다는 평가다.
폴란드 잠수함 입찰 실패의 주요 원인은 한국에서 제안한 잠수함(장보고-III, 약 3600t급)의 배수량과 설계가 발트해의 얕은 수심(평균 50m) 환경에 부적합했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졌다. 스웨덴 사브의 A26(2000t급)은 얕은 바다와 해저 작전에 최적화된 설계(저피탐 기술, 모듈식 미사일 옵션)를 제시했으나 한국 잠수함은 대양형으로 발트해 특성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한국은 유럽 내 방산 주요 협력국인 폴란드에서 잠수함 수주에 실패하면서 올해 상반기 최종입찰에 나서는 60조원대 캐나다 잠수함 수주도 장담할 수 없게 됐다.
한화오션과 HD현대중공업은 약 60조원 규모의 캐나다 순찰 잠수함 프로젝트(CPSP) 수주를 위해 지난 2024년 말부터 '코리아 원팀'을 구성해 협력해왔다. 개별 경쟁 시 한국 기업끼리 수주단가를 낮추거나 정부 지원이 분산되는 문제를 방지하고, 글로벌 경쟁사에 맞서기 위해 역량을 결집했다. 캐나다 잠수함 수주전은 한국 컨소시엄과 독일 티센크루프 마린시스템즈(TKMS)의 양자대결로 좁혀졌다.
방위사업청 주재하에 잠수함 건조에 강점이 있는 한화오션이 주관하고, HD현대중공업은 잠수함 기술을 지원하거나 향후 수상함 수출 시 주도권을 갖는 방식의 상호 협력체계를 구축했다. 양사의 협력을 통해 빠른 납기와 현지 정비시설(MRO) 구축 등 캐나다가 요구하는 최적의 조건을 공동 제안, 지난해 8월 독일과 함께 최종 후보에 선정되는 성과를 거뒀다.
한화오션과 HD현대중공업이 원팀을 구성한 배경은 지난 2024년 호주 호위함 수주 실패의 쓰라린 경험에서 비롯됐다. 당시 10조원 규모의 호주 호위함 사업에서 양사가 개별 입찰하며 치열하게 경쟁했으나, 두 업체 모두 최종 후보에서 탈락하며 '집안싸움'으로 인한 국력 낭비라는 비판을 받았다.
게다가 한국형 차기 구축함(KDDX) 사업 등을 둘러싼 고소·고발전이 이어지며 해양 방산 수출 경쟁력이 저하된다는 우려가 지속되자 이를 해소하고 공동 이익을 도모하기 위해 전격적으로 화해 및 협력을 택했다. 캐나다 잠수함사업 수주전에서 폴란드의 실패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우리 정부의 잠수함 수주 원팀 구성 강화와 전략 모색이 요구되고 있다.
■방산수출, '절충교역'이 관건
한국 방산업체들은 최근 유럽 지역을 위주로 떠오른 '방산 카르텔' 장벽을 넘어야 하는 어려움에도 부닥쳤다. 북대서양조약기구인 나토(NATO)와 유럽연합(EU) 회원국들의 무기 공동구매 강화 움직임이 새로운 변수가 되고 있다. 폴란드의 경우 EU 19개국 중 가장 많은 무기 공동구매 예산을 책정 중이다. 캐나다 정부도 EU 무기 공동구매 프로그램에 참여하겠다고 발표하면서 한국의 캐나다 잠수함 수주에 불확실성이 더욱 커졌다.
이 같은 새로운 난제 등을 극복하기 위해선 정부와 방산업체의 공조를 통한 치밀한 방산 세일즈가 요구된다. 또한 수출 지역에 특화된 첨단 방산제품의 개발도 필요하다. 청와대를 컨트롤타워로 하는 각 부처와 방산업체의 치밀한 공조 시스템도 중요해졌다. 대규모 방위산업의 경우 대부분 정책사업으로 추진되는 만큼 정상 간 만남을 통한 방산세일즈와 동반 경제협력 방안도 만들어야 한다.
군수품 같은 고가 수입계약에선 국가 대 국가의 '절충교역(offset)'이 수주의 성패를 가른다. 절충교역 시 외국에서 고가의 무기·장비를 살 때 그 대가로 기술이전, 부품생산·수출, 현지 투자 등을 요구하게 된다. 유럽 일부 국가는 계약금액의 100%에 가까운 절충교역을 요구하는 사례도 있다. 폴란드와 호주 해양·방산 사업에서 연이어 고전한 한국이 최대 60조원 규모의 캐나다 잠수함 사업 수주를 통한 반전을 기대하고 있다.
만약 캐나다 잠수함 사업을 성공적으로 수주하게 되면 가성비 위주의 방산 수출에서 벗어나 고부가 방산수출국으로 변신이라는 의미도 담고 있다. 한국 방산 수출실적(2020~2024년 기준)은 육상무기(전차·자주포)가 절반 가까이 차지하고 있다. 뒤를 이어 항공분야가 20~25%, 군함 및 잠수함 등 해군 분야는 10% 미만으로 가장 저조한 실적을 보이고 있다. 수출가격 면에서도 구축함과 잠수함은 대당 모두 1조원대에 육박한다. 반면 KF21 전투기는 대당 1400억원대이며, 전차와 자주포는 대당 100억원대에 불과하다.
■K항공도 수출 '대박' 후보군
한국의 방산 수출액은 3년 전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시기에 급격히 상승했다. 문재인 정부에서 윤석열 정부로 정권이양 과도기였던 지난 2022년에 사상 최대 수출을 기록했다. 당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특수 효과였다. 폴란드에 K2·K9·FA-50 20조원 수출 성과 덕분에 나토 지역에 방산 수출은 미국에 이어 2위를 차지할 정도 큰 성과를 냈다. 하지만 윤석열 정부 첫해에 정점을 찍었던 방산 수출은 꾸준한 하락세를 보였다. 이재명 정부는 방산 수출 하락세를 줄이고 반등을 목표로 하고 있다. 중동 등지로 방산 수출 다변화를 통해 사상 최대 방산 수출을 목표로 하고 있다.
최근 미국의 방위비 증액 압박과 안보 불확실성 확대로 유럽 각국은 국방비를 국내총생산(GDP) 대비 2% 이상으로 늘리는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러·우 전쟁이 종전되더라도 러시아발 위협에 대한 인식이 사라지지 않는 만큼 유럽의 재무장 기조는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 유럽 내 생산능력은 단기간에 끌어올리기 어려워 그 틈새 수요를 K방산이 채울 여지는 충분하다.
지난해 말 기준 주요 국내 방산기업의 수주잔고는 약 103조7000억원으로 집계됐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현대로템, 한국항공우주산업(KAI), LIG넥스원 등이 폴란드·중동·동남아 시장에서 일감을 쌓은 결과다. 통상적으로 수주잔고가 3~5년치 매출을 가늠하는 지표라는 점에서 중장기 실적은 확보된 셈이다.
아울러 항공분야에서도 한국 방산의 위력을 보여줄 기회가 남아 있다. 연내 우선협상자 윤곽이 나올 것으로 예상되는 미 해군 차세대 고등훈련기(UJTS) 사업은 약 40억달러(6조원) 규모로 추산된다. 도입물량은 145~220대로, 매년 25대 안팎을 장기간 공급하는 구조다.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은 록히드마틴과 컨소시엄을 이뤄 T-50 계열의 해군형 기종으로 입찰에 참여했다. 미군이 한국산 항공기를 채택할 경우 K항공 방산의 위상이 한 단계 올라설 기회가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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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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