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대통령 "얼빠진 사자명예훼손" 지적했지만...위안부 모욕 처벌 난망

파이낸셜뉴스       2026.01.14 14:57   수정 : 2026.01.14 14:56기사원문
위안부 모욕 집회 3년간 453건...수요시위 3배
이 대통령 직접 비판하자 경찰 '엄정 대응' 방침
다만 '위안부' 집단 대상 발언이라 특정성 결여
국회 발의 관련법 모두 계류 중



[파이낸셜뉴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를 모욕하는 집회가 잇따르자 경찰이 엄정 대응 방침을 밝혔지만, 현행법상 처벌로 이어질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사자명예훼손 혐의 적용의 한계를 지적하며, 처벌 공백을 메우기 위한 입법 보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14일 서미화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서울경찰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3년간 위안부 피해자를 모욕하는 집회(위안부법폐지국민행동·엄마부대·국민계몽운동본부)는 총 453건으로 집계됐다.

위안부 문제에 대한 일본 정부의 공식 사죄와 배상을 요구하는 정의기억연대의 수요시위보다 약 3배 많은 수준이다.

앞서 위안부법폐지국민행동은 지난 7일에도 새해 첫 수요시위 현장 바로 옆에서 '위안부는 포주와 계약 맺고 돈을 번 직업여성' 등 팻말을 들고 맞불 집회를 개최한 바 있다.

이에 경찰은 "학교 주변을 비롯해 소녀상이 설치된 장소를 중심으로 집회·시위 관리를 강화하고, 소녀상 훼손 및 명예훼손 등 위법 행위에 대해 엄정히 대응할 계획"이라고 지난 7일 밝혔다. 또 신고 없이 학교나 소녀상 앞에서 위안부 혐오 집회를 연 김병헌 위안부법폐지국민행동 대표를 사자명예훼손 등 혐의로 입건했다.

이번 조치는 이 대통령이 지난 6일 사회적관계망서비스(SNS)에 김 대표 관련 기사를 공유하며 "얼빠진 사자명예훼손"이라고 비판한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이 대통령은 대선 기간 중 위안부 피해자 인권침해와 명예훼손에 대한 처벌 근거를 마련하고 위안부 기록물의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등재를 추진하겠다는 공약을 발표하기도 했다.

다만 경찰이 엄정 대응을 예고했음에도 법 개정 없이 사자명예훼손 처벌까지 이어지기 쉽지 않단 분석이 나온다. 현행법상 주로 피해자 개인이 아닌 '위안부'란 집단을 상대로 한 발언인 탓에 특정성이 인정되기 어렵고, 소녀상 훼손 역시 사람이 아닌 조형물에 대한 행위이기 때문이다.

정준영 법무법인 충정 변호사는 "이미 사망한 다수를 겨냥한 위안부 집단 자체에 대한 모욕 행위는 현행법상 특정성이 결여돼 사자명예훼손 법리를 적용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지난해 2월 대법원은 강의 도중 학생들에게 "일본군 위안부 할머니들이 매춘에 종사하기 위해 자발적으로 위안부가 된 것"이라고 말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류석춘 전 연세대 교수에게 무죄를 확정했다. 대법원은 해당 표현이 "피해자 개개인을 특정하기보다는 일반적·추상적 차원에서 전체를 상대로 한 것"이라는 하급심 재판부의 판단을 받아들였다.

아울러 사자명예훼손죄는 피해자 유족의 고소가 있어야만 공소를 제기할 수 있는 친고죄지만, 고인이 된 위안부 피해자 상당수는 유족이 없는 탓에 고소가 이뤄지기 어려운 실정이란 지적도 있다.

강경란 정의연 연대운동국장은 "김 대표 등 극우단체는 사자명예훼손 혐의에서 벗어나기 위해 유족이 없는 피해자만 골라서 혐오 행위를 벌이는 경향을 보인다"고 전했다.



이에 따라 위안부 피해자 모욕 행위에 대한 처벌 공백을 해소하기 위해 입법적 보완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창현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법에서 위안부 피해자나 추모 상징물에 대한 모욕 행위 관련 규정을 구체적으로 특정해 두면 형사처벌하는 데 큰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관련 법안은 여야 이견으로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현재 국회 성평등가족위원회에 발의돼 계류 중인 '위안부 피해자 보호법' 개정안은 총 10건이다. 이 중 대부분은 피해자에 대한 명예훼손과 허위사실 유포를 금지하고, 소녀상 훼손 행위에 대한 처벌 조항을 담고 있다. 성평등가족위는 관련 발의안들을 병합해 심사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psh@fnnews.com 박성현 기자

Hot 포토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