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전 라식했는데 백내장 수술 어쩌나…”

파이낸셜뉴스       2026.01.14 15:08   수정 : 2026.01.14 15:21기사원문
정근안과병원 “수술은 가능지만, 각막 곡률 변수가 관건”
예전 수술병원에서 라식 전 시력·각막 곡률 등 기록 도움
미세한 굴절 오차나 잔여 도수 발생 가능성 “전문의 상담”



[파이낸셜뉴스] 라식·라섹으로 시력을 교정했던 세대가 본격적으로 백내장 연령에 접어들면서 “과거 라식이 백내장 수술에 영향을 주지 않을까”라는 불안이 통계로도 확인될 만큼 현실적인 고민이 되고 있다.

국내에서 매년 5만∼10만명이 시력교정술을 받는 것으로 추정되고 2023년 한해에만 백내장 수술이 63만8000건 이뤄진 만큼 두 수술을 모두 경험하는 환자층은 앞으로 더 빠르게 늘어날 전망이다. 라식 환자의 백내장 수술과 관련해 정근안과병원 권상민·정민수 원장의 도움말로 알아본다.



■ “라식을 했어도 수술은 가능합니다”

라식·라섹은 눈의 앞부분인 각막을 레이저로 깎아 굴절력을 바꾸는 수술이고, 백내장 수술은 혼탁해진 수정체를 제거하고 인공수정체로 교체하는 수술이다. 구조적으로 수술 부위가 다르기 때문에 과거에 각막을 손봤다고 해서 백내장 수술을 못 하는 것은 아니며, 해외·국내 임상에서도 라식 경험자에게서 백내장 수술이 널리 시행되고 있다. 다만 굴절교정술 이후의 눈은 일반 눈과 해부학적·광학적 특성이 달라 “가능하냐”보다 “어떻게 하면 원하는 시력을 정확히 맞출 수 있느냐”가 더 중요한 과제가 된다.

10여 년 전 라식으로 ‘안경 탈출’에 성공했던 부산 거주 남성 A씨(56)는 최근 운전 중 눈부심과 흐릿한 시야가 심해져 병원을 찾았다. 초기 백내장 진단을 받고 다초점 인공수정체 삽입을 권유받았지만 “옛날에 라식을 해서 수술 후 초점이 안 맞을 수 있다”는 설명에 불안감을 감추지 못했다.

A씨는 라식 수술을 받았던 병원을 더 이상 찾을 수 없어, 과거 검사 기록 없이 수술을 준비해야 했다. 의료진은 각막 전·후면 곡률과 안축장(눈의 길이)을 측정하는 광학 장비를 여러 차례 반복 사용하고, 라식 환자 전용 인공수정체 계산 프로그램으로 도수를 다시 산출했다. 수술 자체는 문제없이 끝났지만 초기에는 약한 원시가 남아, 운전 시에는 얇은 안경을 써야 했고, A씨는 “수술은 성공인데 기대했던 ‘안경 없는 생활’과는 조금 달랐다”며 아쉬움을 털어놨다.

반대로 라식 전 검사 데이터가 잘 보관돼 있던 B씨(54)는 비교적 수월했다. B씨는 대학 시절 고도근시로 라식을 받은 뒤 20년 넘게 안경 없이 지냈고, 최근 노안과 초기 백내장이 겹치면서 노안 교정용 다초점 인공수정체 삽입을 계획했다. 의료진은 20년 전 각막 곡률과 굴절값을 토대로 ‘전·후 데이터’를 모두 반영하는 공식을 적용해 도수를 결정했고, 수술 후 먼 거리·중간 거리·근거리 시력이 모두 목표치에 가깝게 회복돼 “예전 라식만큼 만족스럽다”는 평가를 받았다.



■ 각막 깎인 눈, 인공수정체가 더 어렵다

라식·라섹을 하면 각막 중심부가 평평해지고 앞면·뒷면 곡률의 비율이 달라지는데, 일반적인 인공수정체 공식은 ‘정상 각막’을 전제로 만들어져 있어 그대로 적용할 경우 굴절력 오차가 생기기 쉽다. 특히 수동·자동 각막곡률계는 중심부 대신 주변부를 더 많이 측정하는데, 라식 후에는 주변부가 중심부보다 더 가파르게 남아 실제보다 높은 굴절력을 가진 것처럼 계산돼 수술 후 예상보다 원시가 되는 경우가 보고된다.

또 라식 후에는 각막 상피 두께가 불규칙해지거나 안구건조증이 지속되는 경우가 많아, 측정 시기나 환경에 따라 데이터가 흔들릴 수 있다. 이런 오차가 그대로 인공수정체 도수 계산에 반영되면 “수술은 잘됐는데 초점이 안 맞는다”는 상황이 생기며, 일부는 렌즈 교체나 추가 레이저 시술을 고려해야 할 정도로 불편을 호소한다.

■ 기록·장비·전문의 3박자, 왜 중요할까

과거 라식 전·후 검사 기록이 없는 환자는 난도가 가장 높다. 수술 전 시력·각막 곡률을 알 수 없으면 ‘수술로 얼마나 깎였는지’를 추적하기 어려워 의료진은 각막 전·후면을 3차원으로 분석하는 톰그래피, 광학 생체계측기 등을 동원해 역산하는 방식을 택할 수밖에 없다.

각막이 지나치게 얇아졌거나 부정난시가 심한 경우에는 빛이 망막에 고르게 맺히지 않아 다초점 인공수정체의 효과가 떨어질 수 있어, 단초점 렌즈에 난시 교정용 토릭 기능만 넣는 등 보수적인 전략이 권고된다. 라식 후 안구건조증이 심한 환자는 수술 전부터 인공눈물·안연고·염증 조절 치료를 통해 눈물막 상태를 개선하지 않으면, 수술 후 빛 번짐과 시력 변동이 더 심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정근안과병원 권상민 원장은 “라식 환자의 백내장 수술은 ‘기록·장비·경험’ 세 가지가 핵심”이라고 말한다. 우선 예전 라식 병원에서 시력·각막 곡률·절삭량 등 검사지와 수술 기록을 최대한 확보해 현재 담당의에게 전달하면, 라식 전 굴절값을 반영하는 전용 공식을 적용해 도수 정확도를 크게 높일 수 있다. 두 번째로, 광학 생체계측기와 각막 전·후면을 동시에 측정하는 장비를 갖추고, 라식 후 전용 인공수정체 계산 소프트웨어를 활용하는 병원을 선택하는 것이 유리하다. 마지막으로 라식·라섹 후 백내장 수술 경험이 많은 수술의를 찾아 충분한 상담을 진행하고, “완전한 안경 탈출”이 아니라 잔여 도수 가능성까지 포함한 현실적인 목표를 공유하는 것이 만족도를 높이는 길이라는 조언이다.



■ 통계가 말하는 ‘라식 세대’와 백내장 시대

안과전문의들은 우리나라에서 라식·라섹을 포함한 시력교정술이 매년 약 5만∼10만건 시행돼 왔던 점을 감안하면 1990년대 후반 이후 수십 년간 누적된 ‘라식 세대’가 적지 않은 규모에 이를 것으로 추정한다. 실제 정근안과병원은 1994년 개원 이후 시력교정술 누적 50만 건을 돌파했다고 밝히는 등, 특정 병원 한 곳에서만 수십만 건의 수술이 이뤄질 정도로 시장이 컸다.


반면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주요 수술 통계 연보’에 따르면 2023년 국내에서 시행된 백내장 수술은 63만8000건으로, 34개 주요 수술 가운데 건수 1위를 차지했다. 60대 이상에서 가장 흔한 수술이 백내장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앞으로 과거 라식·라섹을 받았던 40∼50대가 60대에 접어드는 시기에는 “라식 경험이 있는 백내장 환자”가 지금보다 훨씬 더 늘어날 수밖에 없다는 게 의료계의 공통된 전망이다.

정근안과병원 정민수 원장은 “라식 수술을 받았던 환자들은 이미 ‘좋은 시력’을 한 번 경험했기 때문에 결과에 대한 기대치가 높다”며 “최근 기술 발전으로 라식 환자 전용 공식과 검사 장비가 크게 개선된 만큼, 충분한 사전 검사와 소통이 뒷받침된다면 일반 환자 못지않게 만족스러운 백내장 수술이 가능하다”고 강조한다.

lich0929@fnnews.com 변옥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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