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원은 '뚫었고' 김길리는 '멈췄다'… 빙속 두 남매의 남다른 질주
파이낸셜뉴스
2026.01.16 07:00
수정 : 2026.01.16 23:30기사원문
박지원의 무력시위… "압도적 기량으로 증명한 에이스의 품격"
김길리의 과감한 멈춤… "당장의 1등보다 밀라노의 영광 택했다"
올림픽 못나가는 한 푼 박지원, 올림픽 위해 힘 아낀 김길리
[파이낸셜뉴스] 올림픽이라는 거대한 '본고사'를 한 달 앞두고 치러진 모의고사. 한국 쇼트트랙의 남녀 에이스 박지원(서울시청)과 김길리(성남시청)가 빼어난 경기력을 펼쳤다.
15일 강원도 춘천 송암스포츠타운 빙상장에서 열린 제107회 전국동계체육대회 쇼트트랙 1,500m 결승. 이날 경기의 하이라이트는 단연 올림픽 국가대표 박지원과 김길리의 행보였다.
남자부의 박지원은 이번 올림픽에 나서지 못하는 한풀이를 이번 대회에서 했다. 경기 중반까지 탐색전을 펼치던 박지원은 3바퀴를 남기고 폭발적인 스피드로 치고 나갔다.
경쟁자들과의 격차를 순식간에 벌린 그는 2분 23초 222의 기록으로 여유 있게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홍경환(고양시청)과 서범석(성남시청)이 치열한 날들이밀기 접전을 펼치는 사이, 박지원은 이미 '어나더 레벨'임을 과시하며 결승선을 통과한 뒤였다.
반면, 여자부 에이스 김길리의 선택은 '철저한 관리'였다. 김길리 역시 압도적이었다. 결승 시작과 동시에 첫 바퀴부터 치고 나가며 경쟁자들을 멀찌감치 따돌렸다. 기량 차이는 명확했다. 하지만 5바퀴를 남기고 김길리는 속도를 줄이며 레이스를 멈췄다.
부상 방지를 위한 전략적 선택이었다. 이미 올림픽 출전권을 확보한 '에이스'로서, 자칫 과열될 수 있는 경쟁 속에서 발생할지 모를 부상 변수를 원천 차단한 것이다. 김길리가 빠진 빈자리는 노아름(전북특별자치도청)이 대회 신기록(2분 29초 141)을 세우며 메우긴 했으나, 김길리의 기권은 "지금의 1등보다 한 달 뒤의 올림픽 금메달이 더 중요하다"는 무언의 메시지와도 같았다.
두 에이스의 행보는 다르지만, 목적지는 같다. 박지원은 이번 올림픽에는 나서지 못하지만 차후 명예회복을 노린다.
김길리는 밀라노 동계올림픽 시상대를 노린다. 지난 베이징 대회에서의 아쉬움, 그리고 최근 불거졌던 빙상계의 잡음을 실력으로 잠재우겠다는 각오다.
진천선수촌 분위기도 그 어느 때보다 뜨겁다. 남자 대표팀은 2006년 토리노 대회 이후 20년 만에 끊긴 계주 금맥을 잇겠다며 "특별한 세리머니"까지 예고했고, 여자 대표팀 역시 개인전과 단체전 석권을 노리며 "남자 선수들의 패기를 받아 금메달을 따겠다"고 의지를 불태우고 있다.
한국 쇼트트랙의 시계가 다시 긴박하게 돌아가기 시작했다.
jsi@fnnews.com 전상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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