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혁당 재건위' 사형수 故강을성, 50년 만에 무죄...검찰 항소 포기
파이낸셜뉴스
2026.01.19 16:51
수정 : 2026.01.19 16:51기사원문
불법구금·가혹행위 인정…자백·진술 증거능력 배척
檢 "절차적 진실 지켜지지 않았다" 항소 포기
[파이낸셜뉴스] 박정희 정권 시절 이른바 '통일혁명당(통혁당) 재건위원회 사건'으로 사형이 집행됐던 고(故) 강을성씨가 재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사형이 집행된 지 50년 만이다.
서울동부지법 형사합의11부(강민호 부장판사)는 19일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사형을 선고받았던 강씨에 대한 재심 선고 공판에서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적법한 영장 없이 불법 구금된 상태에서 조사가 이뤄졌고, 그 영향이 해소됐다고 보기 어렵다"며 "피고인의 자백 진술과 종전 법정 진술 역시 증거로 사용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보안수사관이 불법체포·수사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고 (강씨가) 가혹행위를 당했다는 상당한 개연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이 사건 공소사실의 대부분에 부합하는 직접 증거가 존재하지 않는다"며 "범죄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선고 직후 재판부는 이례적으로 소회를 밝혔다. 강 부장판사는 "과거의 잘못을 바로잡았다고 하나 돌이킬 수 없는 피해가 발생했고, 너무 늦었다는 점에서 무력감을 느낀다"며 "이념적 시대 상황을 앞세워 한 개인의 존엄을 지키지 못했던 사법부의 역할을 깊이 반성한다"고 말했다. 이어 "사법의 일원으로서 유족들께 머리 숙여 사죄드린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해 10월 결심 공판에서 "원심에서 피고인의 존엄과 가치를 존중해야 하는 절차적 진실이 지켜지지 않았다"며 무죄를 구형한 검찰은 이날 무죄 판결에 대해 항소하지 않기로 했다.
서울동부지검은 이날 언론 공지를 통해 "약 50년 동안 흩어진 기록을 모아 확인하는 절차를 인내하며 오래 기다려주신 피고인과 유족께 깊이 사과드린다"며 "검찰은 인권 옹호 기관으로서 본연의 업무에 더욱 충실하겠다"고 전했다.
강씨는 군무원으로 근무하던 1974년 북한의 지령을 받아 통혁당을 재건하려 했다는 혐의로 보안사에 체포돼 고문 끝에 사형을 선고받았고, 1976년 형이 집행됐다.
yesji@fnnews.com 김예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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