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 통제 되지 않아" 마라톤 유망주, 대회 중 참변...유족 '분통'
파이낸셜뉴스
2026.01.20 15:58
수정 : 2026.01.20 15:56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마라톤 대회 도중 트럭에 치여 사망한 20대 유망주 선수의 유족이 주최 측의 안전 관리 부실을 강하게 비판했다. 유족 측은 사고 당시 기본적인 차량 통제조차 이뤄지지 않았다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청주시청 직장운동경기부 소속 김종윤 선수는 지난해 11월 10일 충북 옥천군에서 열린 한 마라톤대회에서 선두를 달리던 중 80대 운전자가 몰던 1t 화물차에 치여 숨을 거뒀다.
김 씨의 유족은 지난 19일 JTBC ‘사건반장’을 통해 “사고 직후 뇌사 판정을 받았다는 보도는 사실이 아니다”라며 “세미코마 상태로 완전히 의식이 없는 것은 아니었으며, 연명 치료를 받다가 사고 20일 만에 사망했다”라고 설명했다. 세미코마는 뇌 기능이 거의 소실된 식물인간과 유사한 상태를 뜻한다.
이어 유족 측은 “가해 차량 운전자가 유족에게 사과한 적도 없다”라고 지적했다. 또한 ‘신호등을 보느라 사람을 미처 보지 못했다’는 운전자 측 진술에 대해 “조수석에 가족도 타고 있었는데 어떻게 모를 수가 있느냐. 말도 안 된다”라고 반박했다.
해당 운전자는 지난해 11월 교통사고처리특례법상 치사 혐의가 적용돼 불구속 상태로 검찰에 넘겨졌다.
유족은 “통상 선수들이 달릴 때 앞에는 경찰차가, 뒤에는 심판원이 탄 감찰차가 따르고 코치도 동승한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하지만 사고 영상을 보면 김 씨 주변에 고깔이나 감찰차 등 어떠한 통제 장치도 없는 맨 도로였다”며 “가해 차량이 멀리서부터 진입해 긴 시간 선수 뒤를 쫓고 있는데도 아무도 제지하지 않았다”라고 토로했다.
일반적으로 마라톤 대회에서는 선수 보호를 위해 대회 차량이 뒤따르는 것이 원칙이다.
하지만 사고 당시에는 선수들이 어깨띠를 교환하는 중계 구간을 피하기 위해 대회 차량이 김 씨를 앞질러 대기하던 중 사고가 발생한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 수사 결과, 중계 구간을 지난 후 차량이 즉시 선수 뒤에 붙어야 했으나 대회 주관사인 충북육상연맹 관계자 겸 안전관리 책임자 A씨가 이를 이행하지 않아 사고를 방지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A씨는 지난 8일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로 불구속 송치됐다.
경찰은 대회 개최 전 주최 측에 ‘교통사고 발생 우려가 높다’는 의견을 전달했으나, 실제 대회 당시 다수 구간에 안전관리 인력이 배치되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유족은 “선수들의 안전과 생명에 대한 기본적인 책임도 지지 않는다”며 “여름에는 살이 타고 겨울에는 동상에 걸려가며 뛰는 선수들을 돈 벌어주는 장기 말로 생각하는 것 아니냐”라고 성토했다.
지난해 8월 청주시청에 입단한 김 씨는 여러 마라톤대회에서 우수한 성적을 기록하며 차세대 유망주로 주목받던 선수였다.
현행 국민체육진흥법 및 시행령에 따르면 1000명 이상이 참가하는 체육 행사의 주최자는 안전 관리 계획을 수립해 관할 지자체장에게 제출해야 할 의무가 있다.
반면 김 씨가 변을 당한 대회와 같이 참가 인원이 1000명 미만인 경우에는 관련 규정이 부재한 실정이다.
hsg@fnnews.com 한승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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