ZVC 황인준 대표 “일본 시장, 현지화가 관건...쉽게 생각하면 백전백패”
파이낸셜뉴스
2026.01.21 10:00
수정 : 2026.01.21 10:00기사원문
-생성AI스타트업협회와 손잡고 '한일 AI스타트업 밋업데이' 열어
-"일본은 가깝지만 작동 방식이 다른 시장…단기 실험 아닌 장기 전략 필요"
【도쿄=조윤주 기자】“한국의 서비스를 단순 번역해서 올리고, 일본이 가깝다고 출장만 오가면서 대응하겠다는 생각을 하면 백전백패다.”
Z Venture Capital(ZVC) 황인준 대표는 일본 진출을 고민하는 한국 스타트업을 향해 이렇게 말했다. 일본은 지리적으로 가깝고 문화적으로 유사해 보이지만, 실제 시장의 작동 방식은 다르다는 설명이다.
황 대표는 21일 일본 도쿄도 도쿄이노베이션베이스(TiB)에서 열린 '한일 AI스타트업 밋업데이'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창업자나 의사결정권자가 일본에서 5년은 살겠다는 각오로 현지화에 승부를 걸어야 성공 확률이 높아진다”며 이같이 말했다.
황 대표는 일본 시장 공략의 출발점으로 '현지화에 대한 각오'를 재차 강조했다. 그는 “일본은 (한국과) 가깝고 (문화가) 비슷해 보이지만 생각하는 방식과 일하는 문화, 서비스에 대한 기준이 상당히 다르다”면서 "창업자나 창업자에 준하는, 필요하면 서비스를 바로 고칠 수 있는 권한을 가진 사람이 일본에 와서 살면서, 그 정도로 현지에 밀착해야 성공 가능성이 생긴다”고 조언했다. 일본 시장은 단기간 성과를 기대하기보다, 시간을 들여 신뢰와 이해를 쌓아야 하는 시장이라는 인식이다.
그럼에도 일본은 한국 스타트업들이 가장 먼저 진출을 검토할 만한 해외 시장이라는 것이 황 대표의 판단이다. 황 대표가 일본을 ‘현실적인 글로벌 첫 무대’로 꼽는 이유는 시장 구조에 있다. 그는 “일본은 내수 중심 경제 구조여서 실제 구매력 기준으로 보면 한국보다 3~4배 큰 시장으로 볼 수 있다”고 평가했다.
글로벌 첫 손에 꼽히는 미국 시장과 비교하면 진입 장벽도 상대적으로 낮다. 미국은 이미 경쟁이 극도로 치열하고, 시장의 취향과 규칙을 단기간에 파악하기 어렵다. 반면 일본은 물리적 거리와 시간대가 가깝고, 문화적 맥락을 이해할 여지가 상대적으로 크다. 황 대표는 “한국 스타트업이 글로벌로 나가야 한다면 일본은 가장 현실적인 선택지”라고 지적했다.
특히 AI 전환이라는 흐름 속에서 한일 양국은 생각보다 공통점이 많다는 것이 황 대표의 평가다. 이미 앞서 나간 미국과 중국에 비해, 양국 모두 정부 주도로 소버린 AI 전략을 취하며 자국 데이터와 인프라를 기반으로 한 AI 생태계 구축에 무게를 두고 있다.
또 하나의 변화는 정책 환경이다. 일본은 한국과 달리 정책자금의 영향력이 크지 않았지만 2022년 11월 일본 정부가 스타트업 육성 프로그램을 적극 가동하기 시작한 뒤, 도쿄를 비롯한 지방자치단체들이 직접 투자·지원에 나서면서 자금과 인재가 동시에 유입되는 구조가 형성되고 있다.
이후 일본의 벤처 투자 환경도 달라졌다. 과거에는 SaaS가 벤처 투자의 중심이었다면, 현재는 SaaS에 AI와 클라우드를 결합한 형태가 주류로 자리 잡고 있다. 황 대표는 "AI(스타트업)가 아니라면 어디나 투자 받기 어려운 시장"이라며 한국과 마찬가지로 일본 벤처 투자 시장 역시 'AI'가 핵심 테마라고 강조했다.
서비스를 사용하면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는 인식이 강한 일본 사용자 특성도 한국 스타트업들에겐 매력적인 부분이다. 황 대표는 “돈이 모여야 인재가 모이고, 인재가 모여야 스타트업이 생긴다”며 “지금 일본은 과거보다 훨씬 액티브한 벤처 투자 시장”이라고 평가했다.
산업 구조 역시 일본 시장을 이해하는 중요한 요소다. 황 대표는 “일본은 제조 강국답게 AI 로보틱스나 우주 산업 분야가 발달해 있다”며 “이 영역은 한국 스타트업에도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yjjoe@fnnews.com 조윤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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