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란드발 자본전쟁의 서막? 덴마크 美국채 전량 매각
파이낸셜뉴스
2026.01.21 13:54
수정 : 2026.01.21 14:01기사원문
"미 국채, 더는 안전하지 않다" 덴마크의 미국 손절…금값 4800불 광풍
월가 "유럽 전체로 번지면 블랙스완 온다"
트럼프 관세전쟁 예고에 160조원 맞불 관세 준비하는 EU
[파이낸셜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그린란드의 미국 편입 가능성을 거듭 언급하며 압박 수위를 높이는 가운데 유럽을 중심으로 글로벌 금융시장이 미증유의 혼란에 빠져들고 있다. 덴마크 연기금이 미국 국채를 전량 매각키로 하는 초강수를 둔 데 이어 세계 최대 헤지펀드 창업자는 이런 지정학적 긴장이 무역 갈등을 넘어 '자본 전쟁'으로 비화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안전자산으로 통하던 미 국채와 달러의 위상이 정치·외교 변수에 직격탄을 맞고 있다는 지적이다.
덴마크 연기금의 미 국채 전량 매각
안데르스 셸데 최고투자책임자(CIO)는 "미국은 기본적으로 신용도가 좋은 국가가 아니며 미국 정부 재정은 장기적으로 지속 가능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그는 위험 관리와 유동성 확보 차원에서 미 국채를 보유해 왔지만 "그에 대한 대안을 찾을 수 있다고 판단했다"고 덧붙였다.
셸데 CIO는 이번 결정이 정치적 판단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다만 "미국과 유럽 간 현재의 갈등과 직접적으로 연관된 것은 아니다"라면서도 "물론 그러한 상황이 결정을 더 어렵게 만들지는 않았다"는 의미심장한 말을 남겼다. 이는 트럼프가 그린란드를 매각하지 않을 경우 덴마크를 포함한 유럽 국가들에 '관세 보복'을 하겠다고 위협하는 상황에서 동맹국으로서 신뢰가 완전히 바닥났음을 시사한다.
미 국채가 여전히 유동성과 시장 깊이 면에서 대체재를 찾기 어려운 자산이지만 일부 유럽 기관투자가들이 정치 리스크 프리미엄을 본격적으로 가격에 반영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매각이 단순히 1억달러의 이동을 넘어 유럽 내 다른 대형 연기금들이 미 국채를 대거 처분하는 '엑소더스(대탈출)'의 신호탄이 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자본 전쟁 경고, 안전자산 재편설
지정학적 위기가 고조되자 세계 최대 헤지펀드 브리지워터 어소시에이츠의 창업자 레이 달리오도 입을 열었다. 그는 같은 날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WEF) 인터뷰에서 현재의 상황을 '자본 전쟁'의 국면으로 규정했다. 달리오는 "무역 적자와 무역 전쟁의 이면에는 항상 자본 전쟁이 있다"며 "미국의 일방적인 공세가 외국 정부와 투자자들의 미국 자산 보유를 근본적으로 재검토하게 만들 것"이라고 경고했다.
달리오는 역사적 사례를 들어 "지정학적 갈등이 심화되면 동맹국조차 상대국의 부채를 보유하고 싶어 하지 않는다"면서 달러화 자산에서 이탈해 가치가 안정된 '경화'로 자산이 대이동하는 현상이 반복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역사적으로 금이 대표적인 경화로 기능해 왔다며 달러 가치 하락에 대비해 자산의 일부를 금으로 보유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해 왔다. 실제로 국제 금값은 이날 온스당 4800달러를 넘어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시장에서는 미·유럽 간 갈등이 단기적으로는 안전자산 수요를 자극해 금값을 끌어올리고, 중장기적으로는 달러와 미 국채에 대한 구조적 재평가로 이어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다만 달러를 대체할 글로벌 기축통화가 부재한 상황에서 변화는 급격한 붕괴보다는 점진적인 신뢰 분산의 형태로 전개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도 함께 제기된다.
글로벌 투자은행(IB)들은 만약 트럼프 행정부가 실제로 유럽에 대한 관세 폭탄을 실행하고, 유럽이 미 국채 투매로 맞대응할 경우 전 세계 금융 시스템이 마비되는 '블랙 스완'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앞서 트럼프는 유럽 8개국 수입품에 2월 1일부터 10%, 6월 1일부터는 25% 관세를 적용하며 그린란드 매입 합의가 이뤄질 때까지 유지하겠다는 조건을 달았다. 그러자 올로프 길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 대변인은 930억유로(약 160조원) 규모의 미국산 제품 관세 패키지를 이르면 다음 달 7일부터 발동할 수 있다고 대응했다.
km@fnnews.com 김경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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