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전담 용액 수입, 담배라고 인식 못했다면 부담금 부과 부당”
파이낸셜뉴스
2026.01.25 14:36
수정 : 2026.01.25 14:36기사원문
고의성은 부정…비례·평등 원칙 위반 판단
수입업자들 부담금 부과처분 취소 소송서 승소
[파이낸셜뉴스] 전자담배 용액 수입 업자가 제품을 들여오면서도 세금을 신고하지 않았다고 해도, 국내법상 담배에 해당한다는 사실을 몰랐다면 부담금을 부과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과실로는 인정할 수 있어도 고의성은 없었고, 늦게 부담금을 부과하는 것은 업체를 사실상 폐업시키는 재산권 제한이라는 취지다.
25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제9부(김국현 부장판사)는 지난해 11월 17일 전자담배 수입업자 A씨 등 6명이 보건복지부 장관을 상대로 낸 부담금 부과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
보건복지부는 하지만 성분 분석 등을 통해 A씨 등이 수입한 물품이 연초 잎을 원료로 제조된 담배인 점을 밝히며, 법령을 위반했다는 이유로 이들 6명에게 각 2억7860만원~10억3710만원의 부담금을 부과했다. A씨 등은 이에 불복해 소송을 제기했다.
재판부는 동일한 중국 업체에서 생산한 니코틴으로 제조된 전자담배 용액을 수입한 이들이 비슷한 소송을 냈다가 연초 잎에서 추출된 것이 맞기에 담배에 해당한다는 취지의 확정판결을 받은 점을 고려해 A씨 등의 수입품 역시 담배가 맞다고 판단했다. 다만 복지부의 처분이 비례의 원칙과 평등의 원칙에 어긋난다며 A씨 등 6명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우선 A씨 등이 중국업체가 연초 뿌리나 줄기에서 니코틴을 추출했다고 인식했으므로 당국을 속이려는 의도가 없었다는 점을 짚었다.
재판부는 "원고들에게 이 사건 물품이 연초 잎에서 추출한 담배에 해당한다고 인식하지 못한 과실은 있었다고 할 수 있으나, 연초 잎에서 추출했음을 확정적으로 인식했음에도 이를 감췄다고 볼 자료는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이어 이들 6명이 세관의 요구 서류를 중국업체로부터 받아 제출했고, 정상적으로 통관 조치가 이뤄졌다고는 점, 현시점에서 이들 6명에게 부담금을 걷는 것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고 국민건강증진법의 목적에도 부합하지 않는다는 점도 지적했다.
재판부는 "A씨 등은 제품 가격에 부담금을 포함하지 않아 부담금이 소비자에게 전가되지 않았는데, 정부가 부과한 부담금은 물품 판매로 인한 매출액의 약 3.5배에 달한다"며 "이는 더는 사업을 영위할 수 없을 압살적·몰수적 수준이어서 직업 수행의 자유와 재산권을 본질적으로 제한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부담금 부과 처분이 직접흡연 및 간접흡연으로 인한 건강상의 피해를 줄이거나 국민건강증진기금의 재원을 마련한다는 부담금의 목적에 기여하는 효과는 거의 없다"고 부연했다.
kyu0705@fnnews.com 김동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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