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전은 대충 하면 돼나" 22세 GK 잡는 마녀사냥... 그 뒤엔 이민성호의 직무유기 있었다

파이낸셜뉴스       2026.01.25 12:15   수정 : 2026.01.25 12:19기사원문
"감독님 지시 없었다" 황재윤의 고백... 승부차기 매뉴얼조차 없던 '무대책' 벤치
베트남 벤치엔 '거미손' 이운재 버티고 있는데... 韓 골키퍼, '맨몸'으로 싸웠다
'과학'을 포기한 한국 축구의 참담한 결말



[파이낸셜뉴스] "지시받은 건 전혀 없었습니다. 온전히 제 잘못입니다." 베트남전 패배 직후, 22세의 골키퍼 황재윤(수원FC)은 SNS를 통해 고개를 숙였다.

승부차기에서 방향을 읽지 못했다는 이유로 "승부조작 아니냐"는 끔찍한 악플 테러를 당한 뒤였다.

하지만 축구인들은 선수의 사과문 속 '지시가 없었다'는 대목에서 경악을 금치 못했다. 이것은 선수의 무능이 아니라, 코칭스태프의 명백한 '직무유기'를 자인하는 꼴이기 때문이다.

이날 승부차기는 시작부터 '기울어진 운동장'이었다. 베트남 벤치에는 한국 축구의 전설이자 '승부차기의 신'으로 불리는 이운재 골키퍼 코치가 앉아 있었다. 2002 월드컵 4강 신화의 주역이자, 수많은 승부차기를 지배했던 그는 김상식 감독을 보좌하며 베트남 키커들과 골키퍼에게 한국 선수들의 습관과 킥 방향 데이터를 주입시켰다. 베트남 키커들이 황재윤의 움직임을 비웃듯 반대 방향으로 차 넣은 것은 우연이 아니다. 철저한 분석의 결과다.

반면 한국은 어땠나. 황재윤은 아무런 데이터도 없이 골문 앞에 섰다. 현대 축구에서 승부차기는 '운'이 아닌 '과학'이다. 물병에 상대 키커의 방향을 적어두는 '컨닝 페이퍼'는 이제 기본 중의 기본이다. 하지만 이민성호 벤치는 토너먼트의 가장 중요한 순간, 어린 골키퍼에게 아무런 정보도 주지 않았다.

황재윤은 베트남의 1번부터 6번 키커까지 줄곧 오른쪽으로만 몸을 날렸다. 팬들은 이를 두고 "성의가 없다", "조작이다"라고 비난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의 시각은 다르다. 정보가 전무한 상황에서 골키퍼가 선택할 수 있는 가장 확률 높은, 아니 가장 절박한 전략이 '한 우물 파기'다. "하나만 걸려라"는 심정으로 몸을 던진 것이다.



이는 선수가 게을러서가 아니라, 벤치에서 "상대 7번은 왼쪽을 선호한다", "도움닫기가 길면 오른쪽이다" 같은 팁을 주지 않았기 때문에 발생한 참사다. 이운재 코치의 지도를 받은 베트남이 한국을 손바닥 들여다보듯 읽고 찰 때, 한국은 눈을 가리고 '찍기'를 한 셈이다.

이민성 감독은 경기 후 "아직 완성 단계가 아니다"라고 했다. 그리고 베트남전에서 출격한 황재윤은 2번째 옵션 선수다. 분명히 맥이 빠진 경기임에는 분명했다. 하지만 베트남전은 한국의 입장에서 자존심이 걸린 문제였다. 승부차기 준비 부족은 완성도의 문제가 아니라 '성의'의 문제다. 일본은 요르단전에서, 중국은 우즈베키스탄전에서 데이터 분석을 통해 승리를 챙겼다.
오직 한국만이 '감'에 의존하는 80년대 축구로 회귀했다.



22세의 어린 선수를 '총알받이'로 내세우고 뒤에 숨은 코칭스태프. 그들은 황재윤이 악플에 시달릴 때 무엇을 했는가. 베트남전 패배의 원인은 골키퍼의 '똥손'이 아니라, 상대 벤치에 누가 앉아있는지도 간과하고 데이터 분석조차 하지 않은 코칭스태프의 '무뇌(無腦) 전략'에 있다.

지금 비난받아야 할 대상은 고개 숙인 황재윤이 아니라, 전쟁터에 나가는 병사에게 총알 한 발 쥐여주지 않고 내보낸 지휘관들이다.

jsi@fnnews.com 전상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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