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이기면 81억 동 잭팟"... 베트남 전역 미쳐 날뛰는데, 왜 김상식만 고개를 떨궜나
파이낸셜뉴스
2026.01.25 17:22
수정 : 2026.01.25 17:31기사원문
베트남 선수들 '돈방석' 앉아 환호할 때... 홀로 침묵 지킨 김상식 감독
현지 언론 "조국의 몰락 앞에 웃지 못했다"
승장의 품격이자 연민 "나 때문에 한국이...
" 4억 보너스보다 무거웠던 '한국 축구 흑역사'의 무게
[파이낸셜뉴스]"와아아!" 승부차기 마지막 키커의 슛이 한국 골망을 가르자, 베트남 선수들은 서로 뒤엉켜 미친 듯이 포효했다. 그럴 만도 했다. 이 승리로 그들은 한국이라는 대어를 낚았을 뿐만 아니라, 기업 회장의 공약대로 무려 총 81억 동(약 4억 5천만 원)에 달하는 '인생 역전'급 보너스를 챙겼기 때문이다.
경기장은 베트남의 축제 현장이었다. 선수들은 금성홍기를 흔들었고, 관중석은 붉은 함성으로 뒤덮였다. 하지만 그 광란의 도가니 속에서, 단 한 사람만이 웃지 않았다. 아니, 웃을 수 없었다. 바로 이 '기적'을 연출한 적장(敵將), 한국인 김상식 감독이었다.
하지만 중계 화면에 잡힌 김상식 감독의 모습은 의외였다. 그는 두 주먹을 불끈 쥐지도, 선수들에게 달려가지도 않았다. 오히려 침통한 표정으로 그저 고개를 푹 숙이고 있었다. 81억 동이라는 천문학적인 돈방석에 앉게 된 승장(勝將)의 표정이라기엔 너무나 무거웠다.
현지 언론은 이를 두고 "승리에 대한 무관심이 아니라, 조국에 대한 예우이자 슬픔"이라고 분석했다. 자신의 전술(흑마술)이 조국인 한국 축구에 씻을 수 없는 '흑역사'를 안겼다는 사실에, 그는 승리의 기쁨보다 비참함을 먼저 느꼈던 것이다.
김 감독의 침묵이 더욱 뼈아프게 다가오는 건, 그가 한국 축구의 '민낯'을 누구보다 잘 알고 공략했기 때문이다. 베트남 벤치에는 '거미손' 이운재 코치까지 있었다. 한국의 모든 것을 꿰뚫고 있는 두 지도자는 한국의 단조로운 전술과 승부차기 습관을 철저히 분석해 무너뜨렸다.
심지어 베트남은 1명이 퇴장당해 10명으로 싸웠다. 수적 열세 속에서도 한국을 꺾었다는 것은, 한국 축구의 경쟁력이 베트남 밑으로 추락했음을 김 감독 스스로가 '확인 사살'했다는 뜻이기도 하다.
자신의 손으로 조국을 나락으로 떨어뜨린 승부사의 비애. 베트남 선수들이 4억 5천만 원이라는 돈에 취해 춤을 출 때, 김상식 감독은 한국 축구의 처참한 붕괴를 목격하며 홀로 '장례식'을 치르고 있었다.
이날 경기로 베트남 축구는 역사와 부(富)를 모두 챙겼다. 호앙아인잘라이 그룹 회장의 30억 동 공약을 포함해 총 81억 동의 잭팟이 터졌다. 김상식 감독 역시 '국민 영웅' 칭호와 함께 거액의 포상금을 받게 됐다.
하지만 김 감독의 굳은 표정은 말해주고 있었다. 돈으로도 살 수 없는 것이 있음을. 그것은 바로 무너져버린 '아시아 호랑이'의 자존심이었다.
김상식의 침묵은 베트남의 환호보다 더 큰 울림으로 한국 축구의 비극을 웅변하고 있다.
jsi@fnnews.com 전상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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