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화, 2개월 반 만에 153엔대 강세..국채·주식시장으로 파급되나

파이낸셜뉴스       2026.01.26 14:37   수정 : 2026.01.26 14:48기사원문
미·일 당국 ‘레이트 체크’ 정황 포착에 엔화 매입 급증 엔저 흐름, 일단 숨 고르기 국면 국채·은행주·주가지수 선물까지 파급 가능성…단기 포지션 정리 경계



【파이낸셜뉴스 도쿄=서혜진 특파원】일본 도쿄 외환시장에서 엔·달러 환율이 26일 한 때 153엔대까지 하락(엔화 가치 상승)했다. 엔화가 153엔대를 기록한 것은 지난해 11월 중순 이후 약 2개월 반 만이다. 일본은행과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가 과도한 엔화 약세를 억제하기 위해 환율 개입 전 단계에서 이뤄지는 '레이트 체크(rate check)'를 실시했다는 정황이 나오면서 엔화 매입·달러 매도를 부추겼다.

엔·달러 환율 153엔대로 추락..미일 '레이트 체크' 관측 영향


이날 도쿄 외환시장에서 엔·달러 환율은 장중 한 때 달러당 153.89까지 떨어졌다. 지난주 달러당 160엔에 육박했다가 지난 23일 달러당 155.60엔까지 급락한 뒤 153엔대로 추락한 것이다.

미일 당국이 과도한 엔저를 억제하기 위해 '레이트 체크'에 나섰다는 관측이 퍼진 것이 엔화 매입을 부추겼다.

레이트 체크는 외환당국이 주요 금융기관에 거래 상황과 환율 수준을 문의하는 사전 점검 절차다. 통상 외환시장 개입을 앞두고 실시되며 과도한 변동성을 억제하려는 시장 견제 신호로 해석된다.

영국 런던의 한 금융중개업자는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과 인터뷰에서 "미 재무부의 지시로 연준이 레이트 체크를 했다"고 밝혔다. 미국 배녹번 글로벌 포렉스의 마크 챈들러는 요미우리신문에 "미 재무부와 연준이 움직인 것처럼 보인다"고 전했다.

노무라종합연구소의 키우치 노부히데는 "시장에서는 미국 정부가 레이트 체크로 협력하고 일본 정부가 뉴욕 시장에서 수조 엔 규모의 달러 매도·엔화 매수 개입을 실시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고 전했다.

실제로 '레이트 체크'가 있었는지에 대해 가타야마 사쓰키 일본 재무상은 이날 "긴장감을 갖고 시장 상황을 주시하고 있으며 지난해 9월 공표한 미일 재무상 공동성명에 따라 대응하고 있다"고 답했다.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의 지난 25일 발언이 엔화 약세를 견제하는 신호로 받아들여진 점도 엔화 매입을 가속화한 요인으로 꼽힌다.

다카이치 총리는 지난 25일 여야 정당 대표 토론회에서 "투기적이고 매우 비정상적인 움직임에 대해서는 필요한 모든 조치를 취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중의원 선거 앞두고 미일 공조..엔저 숨고르기


전문가들은 내달 일본의 중의원 선거를 앞두고 미일 당국이 공동 대응에 나선 것은 타당하다고 평가했다.

마켓컨시어지의 우에노 야스야 대표는 다카이치 총리가 물가 추가 상승을 초래할 수 있는 엔저·채권 약세를 우려하고 있는 점을 지적하며 "적어도 중의원 투·개표일인 2월 8일 전후까지 엔저에 제동을 걸기 위해 미국 행정부가 지원에 나선 측면이 있다"고 분석했다.

골드만삭스의 카막샤 트리베디 역시 "2월 중의원 선거를 앞두고 일본의 정부 부채와 엔저에 대한 우려가 커지기 쉬운 상황에서 억지력 관점에서 지난 23일의 레이트 체크는 이후 실탄(직접 개입)에 의한 엔화 매수 개입 가능성을 높였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엔저 흐름이 재정비 국면에 진입할 것으로 예상했다.

리스나홀딩스의 이구치 케이이치 시니어 전략가는 "단기적으로는 국내 수입기업의 달러 매수가 유입될 가능성이 있지만 지금까지 이어져 온 엔저 추세는 일단 숨 고르기에 들어갈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환율은 150~155엔대 범위에서 움직인다는 시각으로 시장의 눈높이가 옮겨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국채·주식시장으로 파급되나..투자 포지션 청산 우려


일각에서는 엔화 급등 영향이 국채시장과 주식시장으로 파급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다카이치 총리의 중의원 해산 소식이 전해지면서 그동안 재정 지출 확대와 감세 등 경기부양책이 힘을 받을 것이라는 기대와 재정 악화 우려에 주식 매입, 국채 매도로 주가가 상승하고 장기국채 가격이 하락(국채 금리는 상승)하는 다카이치 트레이드가 이어져왔다.

닛케이는 "미일 당국 개입으로 엔화 매도를 확대하기 어려워진 만큼 다카이치 트레이드(주가지수 선물 매수, 은행주 매수, 일본 국채 매도) 움직임 역시 둔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실제로 뱅크오브아메리카(BofA)가 이달 실시한 기관투자자 설문조사에서 투자 포지션이 과도하게 집중된 거래로 '일본 국채 매도'가 3위에 올랐다. 수급 측면에서는 국채 환매수가 유입되면서 국채 금리 상승세가 일단 진정될 가능성이 크다.


엔화 매도를 지속하기 어려워지면 주가지수 선물과 은행주 매수 포지션을 줄이는 움직임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지난해 10월 이후 리플레이션(경기부양성 물가 상승) 기대를 배경으로 한 엔저·금리 상승이 금융주에 호재라는 인식 하에 해외 투자자들이 적극적으로 은행주 매수에 나서 왔다.

닛케이는 "외환시장 개입 관측에 따른 엔화 매도 포지션 조정이 연쇄적으로 확산될 경우 그동안 단기간에 쌓아 올린 주식 매수 포지션 일부가 청산될 가능성에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sjmary@fnnews.com 서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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