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인신고를 놓친 사실혼 배우자의 숙명

파이낸셜뉴스       2026.01.30 13:18   수정 : 2026.01.30 13:18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사람 사이의 관계는 끝나는 방식에 따라 법적 무게가 달라진다. 부부 관계도 마찬가지다.

이혼 소송 중 한쪽이 세상을 떠나면, 그 순간 이혼도, 재산분할도 모두 멈춰버린다.

법은 이혼이 ‘두 사람이 살아 있어야만 가능한 일’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결국 남는 건 상속 문제뿐이다.

예를 들어보자. 남편 A와 아내 B가 있었다. A는 재혼을 한 사람이고 슬하에 전혼 자녀들도 있었다. 두 사람은 오랜 결혼생활 동안 함께 모은 재산이 있었지만, 그 명의는 전부 B 앞으로 되어 있었다. 결국 A는 이혼과 재산분할을 요구하며 소송을 냈다. 혼인기간이 길어 부부공동재산을 50%씩 나눌 수 있었던 상황이었지만, 안타깝게도 A가 재판 도중 세상을 떠나버렸다. 그 순간 이혼 소송은 당연히 종결되고, A의 재산분할청구권도 함께 사라졌다. A의 상속인들은 B 명의의 재산에 대해 아무 권리도 주장할 수 없게 된 것이다.

만약 A가 이혼 판결이 확정된 후에 사망했다면 상황은 달라졌을 거다. 재산분할로 받을 몫이 상속재산이 되어 A의 상속인들에게 넘어갔을 테니까. 결국 타이밍의 문제다.

그렇다면 위자료청구권은 어떨까? 원칙적으로 위자료청구권은 다른 사람에게 넘기거나 상속될 수 없지만, 이미 소송이 진행 중이었다면 얘기가 다르다. 위자료청구소송이 제기된 상태에서 청구인이 사망했다면, 그 권리는 상속인들에게 승계될 수 있다.

사실혼 관계는 조금 더 복잡하다. 결혼식만 하고 혼인신고를 하지 않았거나, 오랫동안 동거하며 사실상 부부로 살아온 경우 말이다. 이들은 법률혼이 아니기 때문에 상속권이 없다. 그래도 함께 살아온 만큼의 생활공동체로 인정받아 재산분할을 요구할 수는 있다. 다만 이는 ‘둘 다 생존 중에 관계를 해소했을 때’만 가능하다.

한쪽이 사망하면서 사실혼이 끝나버린 경우엔 재산분할청구권이 인정되지 않는다. 대법원은 이미 “사망으로 사실혼이 종료된 경우, 생존 배우자는 재산분할청구를 할 수 없다”고 못 박았다. 상속권도 없기 때문에, 살아 있을 때 관계가 끝난 사람보다 매우 불리한 처지가 된다. 헌법재판소 역시 이런 제도를 합헌으로 봤지만, 일부 재판관들은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남긴 바 있다.

다만 완전히 보호받지 못하는 건 아니다. 국민연금, 공무원연금, 산재보험 같은 제도에서는 사실혼 배우자도 일정 요건을 충족하면 법률혼 배우자와 동일하게 유족급여를 받을 수 있다. 주택임대차보호법도 일정 요건 하에서 사실혼 배우자가 함께 살던 집에 계속 거주할 수 있도록 임차권 승계를 인정한다.

상속과 관련해서는 또 한 가지 유의할 점이 있다. 피상속인이 남긴 예금이나 현금 같은 가분채권은 상속이 개시되는 순간 법정지분대로 나눠지므로 원칙적으로 분할심판 청구의 대상이 아니다. 다만 기여분이나 특별수익이 있다면 형평을 위해 예외적으로 심판이 가능하다.

상속재산을 둘러싼 헷갈리는 사례도 많다. 유언으로 재단법인을 세운 경우, 출연재산은 상속재산이 아니고, 생전 증여했지만 등기하지 않은 부동산은 여전히 상속재산으로 본다. 또 피상속인의 재산이 처분되었다면 그 대가(매각대금, 보험금 등)가 상속재산이 되고, 피상속인이 사망한 이후 발생한 이자나 임대수익은 분할 대상이 아니다.

결국 결론은 이렇다. 죽음은 관계를 멈추게 할 뿐 아니라 법적 권리도 멈추게 만든다. 이혼 소송 중의 사망, 사실혼의 종료, 상속의 경계는 생각보다 냉정하다. 산 사람의 손에 남는 건 사랑보다 기록이고, 법은 그 기록의 시점에 따라 전혀 다른 판단을 내린다.



김태형 법무법인 바른 파트너 변호사 l 김태형 변호사는 가사∙상속 분야 전문가이다. 2007년 법관 임용후 2024년 수원가정법원 부장판사를 끝으로 17년간의 법관생활을 끝내고 법무법인 바른에 합류했다.
김태형 변호사는 법관시절 2012년부터 총 8년간 가사∙상속 및 소년심판 업무를 담당했다. 특히 법관 퇴직 전 5년(2019~2024)간 수원가정법원에서 가사소년전문법관으로 수많은 가사∙상속 관련 케이스를 처리하면서 이 분야의 전문성을 확보했다. 베스트셀러인 "부장판사가 알려주는 상속, 이혼, 소년심판 그리고 법원"(박영사, 2023)의 저자이기도 하다.

jjw@fnnews.com 정지우 기자

Hot 포토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