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빈 워시는 누구…연준을 바꾸겠다는 내부자
파이낸셜뉴스
2026.01.30 21:38
수정 : 2026.01.30 21:38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뉴욕=이병철 특파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30일(현지시간) 케빈 워시 전 연방준비제도(Fed 연준) 이사를 차기 의장으로 지명했다.
워시는 학교 교복을 제조하던 가정에서 자라 뉴욕 북부에서 성장했다. 스탠퍼드대 재학 시절부터 그는 인맥을 구축하는 능력으로 두각을 나타냈다. 2002년 조지 W. 부시 행정부가 유능한 젊은 경제 인재를 찾던 과정에서 한 스탠퍼드 교수는 워시를 "내가 가르친 학생 중 가장 뛰어난 인물"이라고 추천했다. 이후 그는 백악관 경제 보좌진에 합류하며 워싱턴 정가에 입성했다.
투자은행 모건스탠리 출신인 워시는 정책과 금융시장을 동시에 이해하는 인물로 평가받았다. 이런 배경 덕분에 그는 2005년 백악관에 합류한 벤 버냉키 당시 연준 의장과 가까워졌고, 버냉키의 상원 인준 준비를 도운 뒤 2006년 연준 이사로 임명됐다. 당시 35세였던 그는 연준 역사상 최연소 이사였다.
금융위기 국면에서 그의 존재감은 더욱 커졌다. 시장 이해력과 정치적 인맥을 동시에 갖춘 그는 연준과 월가 거물, 공화당 지도부를 잇는 비공식 통로 역할을 했다. 연준 내부에서는 중요한 사안이 나오면 "워시에게 얘기해 봤나?"라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는 회고도 있다. 한 전직 직원은 그가 정식 이사임에도 스스로를 버냉키의 보좌관처럼 소개하며 역할을 축소하곤 했다고 전했다.
정책 성향 면에서 워시는 일관되게 인플레이션 위험을 경계하는 쪽에 가까웠다. 금융위기 이후 초저금리와 대규모 재정적자가 물가 급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지만, 결과적으로 당시 인플레이션은 낮은 수준을 유지했다. 2010년에는 연준이 장기 금리를 낮추기 위해 국채 매입을 확대하는 것이 의회와 행정부의 구조 개혁을 지연시킨다고 비판했다. 그는 내부 회의에서 "그 부담을 정치권에 떠넘겨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최종적으로는 버냉키의 요청에 따라 양적완화에 찬성표를 던졌다.
이후 그는 월스트리트저널 기고를 통해 정책을 공개적으로 재평가했고, 이는 연준 내부에서 논란을 낳았다. 일부 동료들은 이런 공개 비판이 정책의 신뢰성을 약화시킬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하지만 이 행보는 공화당 내에서 연준 비판 여론이 커지는 흐름 속에서 워시를 '내부를 아는 비판자'로 자리매김하게 했다.
2011년 연준을 떠난 그는 스탠퍼드대 후버연구소 펠로로 활동하며 학계에 복귀했고, UPS 이사회 합류와 함께 헤지펀드 투자자 스탠리 드러켄밀러와 협업했다. 그는 화장품 재벌 에스티 로더 가문의 일원인 제인 로더와 결혼했으며, 장인 로널드 로더는 공화당의 주요 후원자이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오랜 지인이다.
최근 워시는 연준에 대해 훨씬 더 공격적인 비판을 내놓고 있다. 그는 연준이 기후변화, 다양성·형평성·포용(DEI) 같은 의제에 관여하는 것은 권한을 벗어난 행위라며 "체제 변화(regime change)"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7월 CNBC 인터뷰에서는 "연준 정책은 꽤 오랫동안 망가져 있었다"며 2021~2022년 인플레이션 급등을 "45년 만의 최대 거시경제 정책 실수"라고 규정했다.
워시는 연준이 경제의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점도 거듭 강조해 왔다. 그는 퇴임 직전 "연방준비제도는 실패한 재정·무역·규제 정책을 고치는 수리점이 아니다"라고 말하며 중앙은행의 역할을 제한적으로 봐야 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pride@fnnews.com 이병철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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