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시 미 연준의장 지명자가 풀어야 할 숙제 세 가지
파이낸셜뉴스
2026.02.01 04:28
수정 : 2026.02.01 04:28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케빈 워시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 의장 지명자가 상원 은행위원회 인준을 통과해 예정대로 5월에 취임하면 숙제 세 가지를 풀어야 할 것이라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지난달 31일(현지시간) 지적했다.
시장 충격 없는 QT
워시는 2006~2011년 벤 버냉키 의장 시절 연준 이사를 지냈다.
버냉키 당시 의장이 세계 금융위기를 맞아 시장에 돈을 푸는 양적완화(QE)에 나서자 워시는 이를 비판하며 이사에서 물러났다.
수조달러 규모의 국채를 사들이는 QE가 추진되면서 연준 자산 규모는 2008년 9000억달러에서 2022년 9조달러로 10배 폭증했다. 이후 줄어들기는 했지만 여전히 6조6000억달러로 적지 않다.
워시는 연준의 국채 매입이 연방정부 재정적자를 부추긴다고 주장한다. 시장에서 국채를 사들이니 정부가 돈을 아껴 쓸 생각을 하는 대신 마구잡이로 빚만 늘린다는 것이다.
그는 연준이 보유 국채를 매각해 자산 규모를 줄여야 정부가 정신을 차릴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문제는 연준이 보유 자산을 매각하는 이른바 양적긴축(QT)에 나서는 것이 시장에 상당한 충격을 준다는 점이다.
QT를 시작한다는 소식이 한차례 시장에 충격을 줄 것이고, 이후 자산 규모를 줄이면서 시중에 돈줄이 말라 충격이 확산될 수 있다.
특히 국채 매각 과정에서 시중 금리가 상승하면 트럼프의 분노를 살 수 있다.
인플레이션 목표 달성
연준이 인플레이션 기준으로 삼는 개인소비지출(PCE) 근원물가지수는 연준 목표치 2%를 크게 넘는 3% 수준에서 떨어지지 않고 있다.
이 인플레이션을 낮추는 것이 워시 지명자가 당면한 핵심 과제다.
문제는 그가 기존 경제학 모델을 불신하고 자신만의 독자적인 이론을 고집하는 데 있다.
워시는 경제학을 전공하지 않았다. 법학과 재무학을 전공했다. 파월도 마찬가지였지만 파월은 연준 의장이 된 뒤 빠르게 연준 전문직 직원들의 경제 모델을 받아들였다.
전통 모델에서 인플레이션은 수요와 공급 사이의 격차에서 비롯된다. 공급이 수요를 충족하지 못하면 물가가 오른다는 것이다.
워시는 이런 모델을 인정하지 않는다. ‘경제학자들의 길드’라며 폄하한다.
대신 그는 에너지 사용량, 원자재, 주가, 통화 공급, 생산성, 연방정부 지출 등을 토대로 자신만의 인플레이션 모델을 주장한다.
워시가 대부분 주류 경제학자들인 12명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위원들을 어떻게 설득해 자신의 독창적인 모델을 받아들이도록 할 지가 관건이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이런 비정통 모델을 고집할 경우 워시는 경제학 이론가들인 연준 전문가 직원들의 반발을 부를 수 있다.
워시는 과거 대대적인 물갈이가 필요하다고 주장한 바 있다. 그는 과거 “연준의 체제 교체가 필요하며 사람들을 물갈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연준 독립성
최대 과제다.
연준을 대통령의 업무 지시를 받는 연방 기구로 간주하는 트럼프의 금리 인하 압력을 얼마나 막아낼 수 있을 지가 관건이다.
트럼프는 연준 의장 지명 조건으로 금리 인하를 내걸었고, 워시는 이 뜻에 부합하는 발언으로 의장 자리를 따냈다.
그러나 그는 매파로 분류될 정도로 금리 인하 적극 옹호론자가 아니다. 경제 지표들이 금리 인하를 뒷받침하면 문제가 없겠지만 인플레이션이 다시 꿈틀대는 것으로 나타날 경우 워시는 선택의 기로에 설 수밖에 없다.
대통령의 압력을 거부하고 금리를 동결할 수 있을지 알 수 없다.
금리 인하를 거부하면 파월 의장처럼 트럼프의 공개적인 비난과 사퇴 압박에 내몰릴 수 있다.
반면 워시가 자신을 ‘트럼프 팀’의 일환으로 간주해 정치적인 금리 인하에 나설 경우 연준의 신뢰도는 바닥에 떨어지고, 미 자산 매각, 이른바 ‘셀 아메리카(Sell America)’에 다시 불이 붙을 가능성이 높다.
연준 독립성과 관련해 워시가 진퇴양난에 몰릴 수도 있게 됐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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