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F소설 '몰록' 낸 듀나 "더 밝은 미래 상상할 수 있길"

연합뉴스       2026.02.01 08:43   수정 : 2026.02.01 08:43기사원문
2002년 연재 첫 장편 24년 만에 펴내…"다음 책도 대체역사소설"

SF소설 '몰록' 낸 듀나 "더 밝은 미래 상상할 수 있길"

2002년 연재 첫 장편 24년 만에 펴내…"다음 책도 대체역사소설"

SF 작가 듀나의 프로필 캐릭터인 '듀나벨' (출처=연합뉴스)


(서울=연합뉴스) 김기훈 기자 = 한국 SF(과학소설) 장르를 개척해온 듀나 작가의 첫 장편소설인 '몰록'(래빗홀)이 출간됐다.

'몰록'은 2002년 웹진 '이매진'을 통해 연재된 소설이다. 이매진이 사라지고 긴 세월 방치되다 24년 만에 독자와 다시 만난 '오래된 신작'인 셈이다.

환태평양 지진으로 일본, 필리핀, 미국 서부 등지가 침몰해버린 평행우주 속 지구. 의천이란 가상 도시가 소설의 무대다.

의천은 한국과 중국, 러시아의 영향권 아래 놓인 디스토피아적인 다문화 도시로 그려진다.

경찰에 파견된 외무부 스파이인 현주와 타인의 정신을 조종할 수 있는 능력을 터득한 미향을 중심으로 정체불명의 '머리 도둑' 연쇄 살인 사건을 추적하며, 우주의 낯선 진실에 접근해간다.

사이버펑크와 대체역사, 탐정 장르가 뒤섞인 SF 소설로 작가 특유의 하드보일드(감정을 드러내지 않고 건조하게 서술하는 방식) 문체로 이야기가 펼쳐진다.

몰록 (출처=연합뉴스)


영화평론가이자 소설가인 듀나는 1994년 PC 통신으로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32년간 120편이 넘는 SF 장·단편을 발표하며 상상력의 지평을 넓혀왔다. 그가 남긴 발자취가 곧 한국 SF의 계보라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그에 관해 알려진 바는 별로 없다.

알려진 것이라곤 미국 소설가 주나 반스(Djuna Barnes)에서 따온 필명과 토끼 사진 프로필. 두 마리의 고양이와 함께 살고 있다는 것 정도.

'얼굴 없는 작가' 듀나에게 이메일로 질문을 보냈다. 다음은 일문일답.

SF 작가 듀나의 프로필 캐릭터인 '듀나벨' (출처=연합뉴스)


-- 24년 만에 '몰록'이 출간된 감회는.

▲ 조금 어리둥절하다. 이 책이 정말로 나올 거라고는 생각을 못 했다.

-- '몰록'을 다시 세상에 내보낼 결심을 하게 된 계기가 있나, 망설임은 없었나.

▲ 에이전시 덕택이다. 어떻게 보면 에이전시에 끌려갔다고 할 수 있다. 망설임은 없었다. 책이 나오는 건 언제나 좋은 일이다.

-- 어떤 부분에 주안점을 두고 개정 작업을 했는지.

▲ 최대한 이전의 모습을 유지하려 했다. '과거의 나'는 '지금의 나'와는 다른 작가지만, 그 사람(과거의 나)을 검열하고 싶지는 않았다.

-- '작가의 말'에서 '몰록'을 썼던 과거의 나는 지금의 나보다 낙천적이라고 했는데.

▲ SF 작가들은 기본적으로 낙천적이라고 여긴다. 심지어 가장 극단적인 디스토피아물을 쓴다고 해도 대부분 사람보다는 밝은 미래를 꿈꾼다고, 적어도 그럴 수 있는 능력이 있다고 생각한다. 20여년 전엔 극우화와 우민화의 퇴행을 겪는 지금의 모습을 상상하지 못했다. 사람들에 대한 기대가 너무 컸나 보다. 당시엔 정보 사회의 밝은 면이 지금보다 많이 보였을 때였으니.

-- 의천이란 도시를 설정하게 된 배경은.

▲ 당시 나는 한국 사람들이 위의 두 나라(중국·러시아)와 연결되어 있고 정상적인 문화적 교류가 이어진다면 어떤 문화가 가능할지 상상하고 싶었던 것 같다. 아, 그리고 쓰면서 그레이엄 그린의 '제3의 사나이'에 나오는 비엔나(빈)을 참고했던 것 같다.

-- 몰록(Moloch)은 어린이를 제물로 받은 고대 가나안 지역의 신이라고 들었다. 소설 제목으로 삼은 이유는.

▲ 제목이 꼭 내용을 반영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아닌 책도 많다. '삼총사'의 주인공도 삼총사가 아니지 않나. '몰록'은 아무 의미 없는 제목은 아니다. 이 이야기에 나오는 집단 지능은 구약에 나오는 이교의 신과 여러모로 비슷하다고 생각했다.

-- 작가가 생각하는 현대사회의 몰록은 무엇인가.

▲ 우리 자신의 어리석음에 힘을 불어넣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와 같은 인터넷 매체가 아닐까.

-- '몰록'을 쓸 때 큰 영향을 줬던 작가나 작품이 있나.

▲ 처음엔 아무래도 닐 스티븐슨의 '스노 크래시'였다. 시작할 때는 보다 전통적인 사이버펑크였으니까. 하지만 대체역사소설로 바꾸면서 주로 19세기나 20세기 초반의 유럽 대중소설에서 영향을 많이 받았다. 아무래도 고풍스러운 목소리를 찾아야 했으니까.

-- '몰록'을 읽는 2026년 독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 여러분은 저보다 더 밝은 미래를 상상할 수 있는 능력을 얻길 바란다.

-- 향후 작품 출간 계획은.

▲ 다음 책도 대체역사소설이다. 단편 연작이고. 초자연현상이 과학에 편입된 세계가 배경인 이야기들이다.
올해 초에 나올 것이다. 지금은 호러물에 대한 논픽션을 작업 중이다. 그다음엔 소설 속 탐정들에 대한 책을 작업해야 하고. 올해 절반은 논픽션에 집중할 것 같다.

kihu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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