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리는 중환자실'의 힘, 에크모 환자 안전하게 병원 이송

파이낸셜뉴스       2026.02.02 10:48   수정 : 2026.02.02 10:47기사원문
서울대 연구팀, 에크모 환자 151명 이송 데이터 분석
전문이송팀 운용 시 혈압·산소포화도 등 지표 안정적



[파이낸셜뉴스] 생사(生死)의 기로에 선 중증환자들에게 최후의 보루로 불리는 ‘에크모(ECMO·체외막산소공급장치)’ 치료. 그동안 에크모를 단 환자의 병원 간 이송은 의료진에게 ‘살얼음판을 걷는 일’과 같았다.환자의 상태가 극도로 불안정해 이송 중 작은 흔들림이나 장비 오류만으로도 치명적인 결과가 초래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국내 연구진이 전문 이송 시스템을 통한다면 에크모 환자도 중환자실 수준의 안전성을 유지하며 이송될 수 있음을 임상적으로 증명해냈다.

2일 서울대병원에 따르면 응급의학과 노영선·김기홍 교수 연구팀은 2016년부터 2024년까지 서울중증환자공공이송센터(SMICU)를 통해 이송된 10세 이상 에크모 환자 151명을 추적 분석했다.

분석 대상의 60%는 심장과 폐 기능이 모두 마비된 위중 상태였으며, 37%는 심정지를 경험한 고위험군이었다. 이송 시간의 중앙값은 25분. 연구팀이 주목한 것은 이 짧지만 긴 시간 동안 환자의 혈압, 산소포화도, 심박수가 어떻게 변했는가였다.

연구 결과는 고무적이었다. 혈압·산소포화도는 이송 전후 지표상 악화가 전혀 관찰되지 않았다. 빈맥(빠른 맥박)도 이송 시작 시 19.2%였던 빈맥 발생률은 도착 시 11.9%로 오히려 유의하게 감소했다. 또 이송 중 사망하거나 도착 후 장비를 재삽입해야 했던 사례는 0건이었다.

이 같은 결과의 비결은 ‘표준화된 프로토콜’과 ‘전문 인력’에 있었다. SMICU는 전문의 1명과 간호사 혹은 응급구조사 2명이 한 팀을 이뤄 24시간 운영된다.

특히 이번 연구에서 이송 도중 에크모 장비의 전원이 예상치 못하게 차단되는 돌발 상황이 약 8.9% 발생했으나, 전문 이송팀의 즉각적인 대처로 단 한 명의 환자도 임상적 악화를 겪지 않았다.

이는 특수 구급차 내에 중환자실급 장비가 갖춰져 있고, 고도의 훈련을 받은 의료진이 실시간으로 대응했기에 가능했던 성과다.


그동안 에크모 환자의 이송 안전성에 대한 근거는 세계적으로도 부족한 실정이었다. 이번 연구는 전문 이송팀이 동행할 경우 고난도 의료 장비 치료 중인 환자도 지역 간 이동이 충분히 안전하다는 실증적 데이터를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크다.

노 교수는 “이번 연구는 에크모 치료의 지역화와 중증환자 공공 이송 체계를 확립하는 데 중요한 이정표가 될 것”이라며, “병원 밖에서도 중환자실 수준의 치료가 이어지는 ‘연속성’이 환자의 생존율을 높이는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vrdw88@fnnews.com 강중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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