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탕부담금의 진실
파이낸셜뉴스
2026.02.03 18:35
수정 : 2026.02.03 20:13기사원문
쏟아지는 반론부터 차분히 정리해보자.
우선 야당은 "세수 부족을 메우기 위한 꼼수 증세"라는 프레임을 꺼냈다. 현 정부가 재정지출 확대 이후 세수펑크를 우려해 설탕에 세금을 물리려 한다는 공세다.
이슈 자체가 지엽적이라는 평가도 있다. 설탕세는 국가재정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지 않고, 단일세목으로 국가경제를 좌우할 사안도 아니라는 것이다.
공급자와 소비자 사이에서도 볼멘소리가 나온다. 업계는 가뜩이나 어려운 시기에 원가 부담을 더 키운다고 하소연한다. 업체가 가격을 전가할 경우 식탁물가가 자극되고, 소비자의 조세저항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이 반론들을 종합하면 결국 하나의 질문으로 모인다. "중차대한 현안도 아닌 이슈를 왜 지금 핵심 의제로 띄우느냐"는 것이다. 그러나 설탕 규제 논쟁은 갑자기 튀어나온 이슈가 아니다. 지난 2021년 국회에서 설탕 함량별 과세 법안이 공식 발의되며 논쟁이 본격화됐다. 2023년에는 국제 설탕가격 급등과 함께 '슈거플레이션' 논쟁이 불붙었다. 당시에도 건강정책과 물가정책을 연계해 설탕세를 도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잇따랐다. 최근에는 제로음료와 저당제품 시장이 급팽창하면서 설탕 과다섭취에 대한 사회적 경각심도 높아졌다. 정치가 제도로 끌어올리지 않았을 뿐 문제의식은 계속 축적돼 왔다. 따라서 이번 대통령의 발언은 새로운 의제를 만든 것이 아니라, 미뤄둔 논쟁을 정치의 중심무대로 끌어올린 계기로 보는 편이 정확하다.
이제 관심사는 설탕세라는 애드벌룬이 실제 정책 착륙에 성공할 수 있느냐로 옮겨간다. 새 정책이 안착하려면 명분과 타이밍이 동시에 맞아야 한다. 명분부터 보자. 한국은 평균 설탕 섭취량만 놓고 보면 서구 국가보다 낮은 편이다. 그러나 구조는 빠르게 변하고 있다. 설탕이 많이 들어간 배달·간편식이 확산되고, 가공식품 비중이 늘고 있다.
청소년의 가당음료 소비 증가도 건강 경고등을 켠 지 오래다. 당뇨환자 증가와 비만율 상승 추세는 뚜렷하다. 그대로 두면 의료비 부담이 눈덩이처럼 불어날 가능성도 크다. 국민 건강과 사회적 비용 관점에서 설탕 과다섭취를 줄여야 한다는 명분은 분명하다. 다만 지금 당장 위기대응 차원의 비상조치를 취해야 할 국면이라고 단정하기도 어렵다. 명분은 충분하지만 긴급하지 않은 정책을 다루는 일은 언제나 까다롭다.
이럴 때 흔히 소환되는 기준이 스티븐 코비의 의사결정 프레임이다. 그는 의사결정을 네 가지로 구분했다. 중요하고 긴급한 일, 중요하지만 긴급하지 않은 일, 긴급하지만 중요하지 않은 일, 그리고 둘 다 아닌 일이다. 코비는 실패하는 조직과 개인은 긴급한 일에 끌려다니며 진짜 중요한 일을 계속 미룬다고 지적했다. 반면 성과를 만드는 쪽은 위기가 터지기 전에 미리 시간과 자원을 투자해 예방 관리에 집중한다고 설명했다. 그래서 그가 가장 먼저 투자해야 할 영역으로 꼽은 것이 '중요하지만 긴급하지 않은 일'이다.
설탕세 논쟁은 전형적으로 이 범주에 속한다. 지금 당장 폭발하는 위기는 아니지만, 방치하면 의료비와 사회적 비용이라는 후불 청구서로 돌아온다. 위기가 닥친 뒤 대응하는 선택도 있고, 예측 가능한 미래를 선제적으로 관리하는 선택도 있다. 어느 쪽을 택할지는 결국 사회적 합의와 정책 설계의 정교함에 달려 있다.
jjack3@fnnews.com 조창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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