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값 떨어졌는데도..'밀가루 담합' 제분업계 "가격 인하 못해"

파이낸셜뉴스       2026.02.04 16:23   수정 : 2026.02.04 16:23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5조원대 '가격 담합' 의혹으로 논란을 빚고 있는 제분업계가 설을 앞두고 밀가루 제품 가격 인하 대열에 동참할 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업계 1위인 대한제분이 이달부터 밀가루 제품 가격을 평균 4.6% 인하하면서 업계 전반으로 확산될지가 관건이다. 그러나, 전반적으로 제분업계는 원재료인 국제 소맥(밀) 가격 안정세에도 "당장 가격 인하는 어렵다"는 분위기가 팽배해 정부의 물가 안정화 기조와 충돌이 예상되고 있다.

밀가루 가격 인하 확산 '시큰둥'


4일 업계에 따르면 이달부터 대한제분이 밀가루 제품 가격을 인하 했지만 인하 움직임이 업계 전반으로 확산될 지 불투명한 것으로 파악됐다. 밀가루 가격 담합 의혹이 제기된 다른 제분업체들은 인하 계획이 없거나 시장 상황을 지켜보는 등의 신중 모드다.

담합 의혹이 제기된 업체는 대한제분을 비롯해 사조동아원·삼양사·대선제분·삼화제분·한탑 등 6개 업체다. 이들 업체는 2020년 1월~지난해 10월까지 국내 밀가루 가격의 변동 여부, 변동 폭, 시기 등을 상호 합의해 가격을 정했다. 이 기간 담합 규모는 5조9913억원에 이른다.

이 기간 밀가루 가격은 최고 42.4%까지 인상됐다. 밀가루는 라면, 과자, 빵 등 주요 가공식품의 원재료로, 식품 물가 동향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들 업체 중에서는 유일하게 대한제분이 지난 1일부터 일부 밀가루 제품 가격을 평균 4.6% 인하했다. 대한제분 관계자는 "최근 대미 관세 협상 등 대외 변수가 불확실한 상황이지만, 물가 안정이라는 정부 기조와 소비자들의 요구에 부응한다는 차원에서 가격을 내리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다만, 대한제분의 가격인하를 두고 가격 담합 수사 국면과 맞물린 시점이라는 점에서 전략적인 판단이라는 업계의 시각도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원재료 가격이 많이 오른 상황에서 고환율까지 겹치며 오히려 인상을 고려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대한제분의 가격 인하는 이해하기 어려운 조치"라고 말했다.

밀 가격 떨어져도 요지부동..처벌 강화 요구


담합 의혹이 제기된 제분업체들은 밀가루 가격 인하에 난색을 표한 주된 이유는 원재료값 상승이다. 밀가루의 원재료인 국제 소맥 가격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을 계기로 한때 급등하기도 했다.

제분사 관계자는 "국제 시세에 따라 가격을 정하고 있으며, (이번 담합 의혹 수사와) 관계없이 가격을 정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국제 소맥 가격은 최근 안정화되는 추세다. 인베스팅닷컴에 따르면 국제 소맥 가격은 지난 2022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여파로 1부셀(약 27.2㎏) 당 7.71달러로 고점을 찍었다. 이어 2023년 7.61달러를 유지하다가 2024년 6.05달러, 2025년 5.72달러로 내려왔다. 올해(1월1일 기준)는 5.38달러로 안정세를 보이고 있다.

유엔 식량농업기구가 내놓은 지난해 12월 기준 소맥을 포함한 곡물의 세계식량가격지수 역시 107.3(평균 100)로 전년 대비 3.7% 감소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담합 의혹 논란을 계기로 법적 처벌을 한층 강화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박성배 변호사는 "이번 담합은 공정거래법상 부당 공동 행위인 만큼 법리적 다툼의 여지는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이황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벌금 및 법인 처벌 외에도 형사 처벌이 필요하다"며 "생활 필수품인 밀가루, 설탕 등의 가격 담합 행위는 국민 주머니에서 돈을 직접 뺏어가는 행위인 만큼 담합을 주도한 이들에 대한 형사처벌까지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ssuccu@fnnews.com 김서연 박경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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