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게만 즐기긴 아쉬운 울진… 해질녘 후포항도 눈에 담아올래

파이낸셜뉴스       2026.02.06 04:00   수정 : 2026.02.06 10:25기사원문
경북 울진은 벌써부터 관광객 북적
12월부터 이듬해 5월까지 대게 제철
갓 잡은 대게 경매로 분주한 후포항
이른 아침부터 이색 볼거리 가득
임금님 수라상에도 오른 울진 대게
쪄 먹고 비벼 먹고 껍질 빼고 다 먹어
미식여행 끝나면 요트·온천으로 힐링
바닷바람 가르며 요트 투어 환상적
덕구온천서 겨울철 노천탕 즐기기도
월송정에선 푸른 동해바다가 한눈에
이달 27일부터 나흘간 울진대게 축제



【울진(경북)=정순민 기자】 한반도의 등허리에 해당하는 경북 울진은 한때 교통 오지로 인식됐지만 지금은 사정이 많이 다르다. 지난해 동해선(강릉~부산)이 개통하면서 접근이 훨씬 용이해진 데다 올해부터는 고속열차(KTX)가 운행을 시작해서다. 서울역에서 KTX를 타고 강릉역을 거쳐 울진까지 가는데 4시간이면 충분하다.

게다가 이달 말이면 '동해의 진미' 울진대게와 붉은대게를 실컷 맛볼 수 있는 '2026 울진대게와 붉은대게축제'(2월 27일~3월 2일)가 열릴 예정이어서 벌써부터 찾는 이들이 많다. 대게 먹고, 온천 하고, 요트도 탈 수 있는 경북 울진을 미리 다녀왔다.



■울진대게와 붉은대게축제 27일 개막

'울진대게와 붉은대게축제'의 무대는 후포항이다. 1990년대 말 TV드라마 '그대 그리고 나' 촬영지로 유명세를 타기 시작한 후포항은 항구 고유의 정취와 활력이 넘치는 국내 최대의 대게잡이 어항(漁港)이다. 대게에 살이 오르는 1~2월 이곳에 가면 동해바다에서 갓 잡아올린 대게를 경매하는 풍경을 목격할 수 있다.

여행객 입장에서도 대게 경매는 놓치기 아쉬운 구경거리다. 매일 아침 큼직한 대게가 어판장 바닥에 깔리면 순식간에 중매인과 구경꾼들이 경매장을 에워싼다. 경매사는 중매인들이 내미는 나무판에 적힌 입찰 가격을 보고 최고 낙찰가를 알린다. 경매가 끝난 대게는 손수레에 실려 가고 대기했던 대게들이 다시 어판장 바닥에 깔리기를 반복한다.

임금님 수라상에도 올랐다는 대게는 찬바람이 불어야 속이 꽉 찬다. 매년 12월부터 이듬해 5월까지가 제철이지만 살이 통통하게 오른 대게는 2월부터 맛볼 수 있다. 대게 생산량 1위인 울진은 대게 원조마을로 통한다. 조선 성종 때 편찬된 '동국여지승람' 등에 따르면 대게는 고려시대부터 울진 특산물로 자리를 잡았던 것으로 전해진다.

대게는 크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 아니다. 몸통에서 뻗어 나온 8개의 다리 마디가 마른 대나무를 닮아 대게다. 대게는 껍질만 빼고 모두 먹을 수 있다. 찜통에 10~15분 정도 쪄낸 대게 다리를 부러뜨려 당기면 하얀 속살이 쏙 나온다. 게뚜껑을 열어 뜨끈뜨끈한 밥과 비벼먹는 게장도 별미 중의 별미다.



■"백암온천서 힐링하고, 요트도 타고"

울진은 온천으로도 유명한 고장이다. 울진군 온정면에 있는 백암온천과 울진군 북면에 있는 덕구온천이 그중 제일 유명하다. 두 온천은 같은 지역에 있으면서도 서로 매력이 달라 각각의 장점을 미리 체크해보는 게 좋다.

백암온천은 울진 내륙 산간에 형성된 전통적인 온천 마을이다. 오래전부터 치료와 요양의 공간으로 찾는 이들이 많았다. 온천수는 알칼리성 단순천으로 자극이 적고 물이 부드러워 장시간 입욕해도 부담이 적다. 이 때문에 관절통이나 신경통 완화 등을 목적으로 방문하는 사람들이 많고, 전반적인 분위기 또한 조용하고 차분한 편이다.

반면 덕구온천은 자연환경과 체험 요소가 두드러진 장소다. 온천수가 펌프 없이 자연적으로 솟아나는 국내 유일의 자연용출 온천으로, 42도 내외의 온천수가 그대로 이용된다는 점이 가장 큰 매력이다. 숲과 계곡을 끼고 조성된 노천탕과 리조트형 시설은 온천욕과 동시에 여행의 즐거움을 제공한다. 특히 겨울철 눈 내리는 날의 노천탕 체험은 덕구온천을 상징하는 특별한 경험으로 손꼽힌다.

울진에선 바닷바람을 가르며 짙푸른 동해바다를 즐길 수 있는 요트도 타볼 수 있다. 요트는 후포항 울진요트학교에서 출발한다. 계류장을 떠난 요트는 동해의 푸른 물결 위를 미끄러지듯 나아가면서 탑승객을 환상 속으로 안내한다. 무엇보다 요트 위에서 바라보는 해질녘의 후포항 풍경이 일품이다.



■월송정과 성류굴, 울진 명승지 두 곳

울진에는 관동팔경의 하나인 월송정과 망양정, 불영사, 성류굴(사진) 등 명승지도 많다. 월송정은 고려시대 처음 지어진 오래된 누각으로, 1980년대 옛 양식을 본떠 새롭게 지었다. 월송정은 달빛과 어울리는 솔숲이라는 뜻에서 월송(月松)이라 지었다는 설과 신선이 솔숲을 넘는다는 뜻에서 '월송(越松)'이 됐다는 두 가지 설이 있으나, 후자가 맞다.

정자 주변에는 해송이 울창한 숲을 이루고 있어 걷기에 좋고, 바로 앞에 푸른 동해 바다가 펼쳐져 있어 가슴이 뻥 뚫리는 기분을 느낄 수 있다. 이곳의 아름다운 풍경을 시로 풀어낸 정조대왕의 편액(널빤지에 글을 새겨 문 위에 거는 액자)을 감상하는 재미도 쏠쏠하다. 해서체로 또박또박 쓴 현판은 최규하 전 대통령이 썼다.

울진군 근남면 왕피천변에 있는 성류굴을 찾는 이들도 많다. 천연기념물 제155호로 지정된 성류굴은 예부터 성소(聖所)로 통하던 곳이다. 일연이 쓴 '삼국유사'에는 이곳에서 불도를 수행한 보천 태자에 관한 이야기가 나온다. 보천은 신라 31대 신문왕의 아들로 왕위를 사양하고 불법 연마에만 정진했다. 동굴에 들어앉아 밤낮으로 불경을 독송한 그는 허공을 붕붕 날아다닐 정도로 내공이 깊었다고 한다. 성류굴(聖留窟)은 말뜻 그대로 '성인이 된 보천이 머물렀던 굴'이라는 뜻이다.


겸재 정선은 성류굴을 그림으로 남겼다. 겸재는 1734년 경상도 청하(지금의 포항 일대) 현감으로 있으면서 여러 점의 그림을 남겼는데 이 그림도 그중 하나다. 깎아지른 듯 우뚝 솟아있는 암봉과 그 아래 괴수의 매서운 눈처럼 빠끔히 뚫려 있는 성류굴의 모습이 인상적이다.

jsm64@fnnews.com 정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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