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 지식과 학습의 '쌍대성'

파이낸셜뉴스       2026.02.05 18:44   수정 : 2026.02.05 18:44기사원문
인간은 인공지능 활용 지식 습득
다양한 교육방식 끊임없이 실험
문제해결-지식습득-문제출제로
인간-AI, 지식-학습 경계 사라져
하나의 대상이 다른 형태로 돼도
고유 성질 보존되는 쌍대적 관계



초거대 인공지능의 등장으로 우리의 업무와 교육 생태계가 전반적으로 빠르게 변하고 있다. 인공지능을 사용하는 우리 세대는 변하고 있고, 인공지능으로 배우는 다음 세대는 더욱 달라질 것이다. 많은 전문가들이 인공지능 시대에도 변하지 않는 교육의 본질과 인공지능이 대체할 수 없는 인간의 특성이 있다고 주장하지만, 인간과 다른 인공지능으로 인간을 교육하는 시대에 어디까지가 본질이라 할 수 있을까.

인공지능으로 인간을 교육하는 상상을 하기 전에, 인간이 어떻게 인공지능을 교육했는지를 살펴보자. GPT, 클로드, 제미나이, 딥시크 등 눈부신 성공의 뒤에는 인공지능 학습 방법에 대한 다양한 시도와 치열한 고민이 있다.

인공지능이야말로 누구보다도 교육에 진심이고, 그래서 나름의 깊이 있는 교육철학을 구축해 왔다. 이제 우수한 인공지능을 배출하고 있는 학교로 가보자.

인공지능은 우등생이 되기 위해 먼저 체급을 키웠다. 인간이 쉽게 풀고 인공지능이 어려워했던 많은 문제들이 거대 인공지능으로 해결되고 있다. 여기서는 모델의 크기, 학습 데이터 양, 컴퓨팅 파워 등 모든 측면에서 균형 있는 스케일업을 추구한다. 그러나 덩치가 큰 인공지능은 그만큼 학습시키기 어려운데, 그 대신 생각의 체인 또는 테스트 타임 스케일링이라는 방식으로 대충 배워놓고 '실제 문제해결 과정'을 길고 깊게 만드는 전략도 있다. 넓은 범위의 교육이 생각의 깊이로 치환되는 현상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인간 세상의 교육 과정에서의 프로젝트 기반 학습과 유사하다.

그리고 인공지능은 지도학습(Supervised learning) 기술을 이용해 인간의 지식을 있는 그대로 흡수한다. 교과서를 외우고 정답을 맞혀 입시를 치르는 문제풀이식 교육 과정과 유사하다. 더 나아가 알파고를 학습시킨 강화학습과 같은 반지도학습(semi-supervised learning) 기술을 통해 목표와 같은 최소한의 정보만 주고 스스로 문제해결 방법을 찾아내기도 한다. 교과서가 없거나 부족할 때는 비지도학습(unsupervised learning)을 통해 데이터의 구조나 지식의 맥락을 학습하기도 한다. 자기지도학습(self-supervised learning) 기술을 통해 현재까지 습득한 지식으로 교과서의 빈 곳을 채우거나 스스로 문제를 내고 풀기도 한다. 최근에는 월드모델(World model)이라 하여 특정 문제와 상관없는 이 세상의 근본적인 원리를 학습함으로써 지식의 깊이와 영역을 확장하는 기술도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 모든 학문의 기초를 다지는 교육으로 볼 수 있다.

인간은 이와 같은 다양한 학습 방식을 조합해 거대 인공지능 모델을 교육시켜 왔다. GPT 초창기 모델들은 인간의 지식이라는 교과서에서 출발하여 문제해결 능력을 키우는 순서로 학습하였으므로 우리의 지식 습득에서 문제해결로 이어지는 전통적 교육시스템과 유사한 교육을 받았다면, 딥시크 시점의 최신 모델들은 지식을 습득하기 전에 스스로 문제해결 능력을 먼저 키우고 나서 인간의 언어로 표현하는 일종의 역교육을 받고 있다. 자기주도 학습을 한다는 점에서 비교적 근래 도입된 플립드 러닝(Flipped learning)을 연상시킨다.

인공지능의 교육은 여기서 멈추지 않는다. 문제해결 능력을 확장하여 스스로 문제를 내고 검증하고 새로운 학습 데이터를 만들어 낸다. 문제해결, 지식습득, 문제출제의 선순환 속에서 교육 시스템은 스스로 진화한다. KAIST에서는 '문제 내는 문제'라 하여 학생들이 배우면서 스스로 문제를 만들어 푸는 새로운 시도를 하고 있는데, 이 철학과 잘 맞아떨어진다.

인간과 인공지능은 사고체계가 다르기에 성급히 결론을 내리기 어렵지만, 인공지능의 교육철학에서 몇 가지 재미있는 포인트를 읽어낼 수 있다. 교육의 너비와 깊이는 치환 가능하며, 특히 '문제해결-지식습득-문제출제'의 사이클 속에서 교육 시스템은 스승과 학생, 학습과 지식의 구분 없이 스스로 성장한다. 문제를 내는 것이 배움이고, 문제를 푸는 것이 곧 지식이다.


이렇게 인간은 다양한 교육 방식을 끊임없이 실험하며 새로운 인공지능 세대를 양산하고 있고, 인간은 인공지능을 활용하여 지식을 창출하고 습득한다. 이렇게 서로가 서로를 교육하는 폐루프 환경은 인간과 인공지능의 복잡한 상호작용을 만들어내고, 그 결과 한 지점에 머물지 않고 계속 변화한다. 과거 구분이 명확했던 인간과 인공지능, 스승과 제자, 지식과 교육의 경계는 사라지고 이들은 결국 하나의 대상이 다른 형태로 변환되어도 고유의 성질이 보존되는 쌍대적 관계를 형성한다.

이상완 KAIST 신경과학-인공지능 융합연구센터장

Hot 포토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