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대 성과급에 인재 안 뺏기려면
파이낸셜뉴스
2026.02.05 18:48
수정 : 2026.02.05 19:13기사원문
요 며칠 SK하이닉스 직원들의 성과급 지급과 관련한 지라시(정보지)가 돌더니 마침내 '성과급 2964%'라는 경이로운 수치의 성과급 지급 뉴스가 보도됐다.
요즘 대기업 임원들조차도 자신의 연봉을 소개할 때 "그래봐야 SK하이닉스 과장 수준입니다"라고 표현하는 것을 보면 SK하이닉스가 최근 지급해온 성과급 액수가 얼마나 압도적인 규모인지 실감한다.
SK하이닉스의 사상 최대 규모 성과급 지급 소식을 접한 다른 기업 경영자들 역시 마음이 편치 않을 게다. 그들 역시 부럽기도 하겠지만 '직원들이 이탈하지 않을까' '사기가 떨어지지 않을까' 하는 고민이 클 것 같다. 그들도 SK하이닉스처럼 좋은 실적을 내고 싶고, 직원들에게도 높은 성과급을 주며 독려하고 싶을 것이다. 그러나 미국 트럼프 2기 행정부 들어 더욱 극심해진 경영 불확실성과 산업구조의 빠른 전환으로 대부분의 주요 기업들, 특히 전통 제조업은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그렇다면 2964%의 성과급을 받게 된 SK하이닉스 직원들은 모두 행복한 직장생활을 하고 있을까. 진짜 화폐 연봉이야말로 직장생활의 만족감을 좌우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일까.
최근 도서관 신간 코너에서 발견한 '정서적 연봉' 저자는 그렇지 않다고 단언했다. 처음엔 '돈이 전부가 아니다'란 진부한 결론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들었지만, 회계학 교수가 수치까지 만들어 증명하니 설득이 됐다.
저자인 신재용 서울대 교수는 직장인 800만명의 데이터를 바탕으로 자율성, 업무 의미감, 업무 중요도, 상사 관계, 동료 관계, 직장 내 유대, 워라밸, 표현의 자유, 복지, 윤리, 심리적 안전감 등 무형의 가치를 수치화했다. 그는 연봉협상 테이블만이 아닌 회의실 공기의 밀도, 상사와 동료의 말투, 실패를 보고하는 순간의 안전감, 퇴근 후 삶을 존중하는 조직의 태도 같은 '보이지 않는 것들'이 이직과 몰입, 성과를 좌우한다고 주장한다.
신 교수는 2013년 처음 출시된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플랫폼인 '블라인드'에 축적된 재직자 리뷰·평점으로 '블라인드 지수'를 산출하고, 이를 기반으로 정서적 연봉을 계산해 2023년 기준으로 총 396개 기업의 정서적 연봉을 산출했다. 그에 따르면 화폐 연봉 '톱10'이면서 정서적 연봉 '톱10'에도 포함된 기업은 2곳에 불과했다.
곳간에서 인심 난다고 보통 돈을 많이 주는 회사에서 일할 맛도 나는 거 아니냐고 생각하지만 그렇지 않다는 것. 신 교수는 "상장기업 그룹에 속한 195개 기업의 경우 화폐 연봉과 정서적 연봉의 상관관계는 고작 0.28%에 불과하다"고 강조한다.
모든 기업들이 SK하이닉스와 같은 역대급 실적을 낼 수는 없다. 그러나 업무 자율성·의미감·중요도, 직장 내 유대, 워라밸, 표현의 자유 등 직원들이 회사에 머물고 싶은 마음이 들도록 환경을 바꿔나가려는 노력은 기울일 수 있다.
가령 정서적 연봉순위가 높은 LG에너지솔루션에는 '구성원들이 회사에서 긍정경험을 이어가고, 몰입해서 근무할 수 있는 문화를 조성하는 부서', 일명 '즐거운 직장'팀이 존재한다. 한국남동발전은 '보수적'으로 여겨지는 공기업이지만 오히려 공기업으로서의 안정성과 전문성을 바탕으로 내부적으로는 자율적이고 수평적인 조직문화를 구축, 정서적 연봉을 높였다.
신 교수는 직원의 이탈을 고민하는 경영자에게 "사람은 월급 때문에 입사하지만, 결국 감정 때문에 퇴사한다"고 조언한다. 그런 측면에서 이 책은 경영자들에게 희망도 주고 있다. 직원들이 돈을 최우선시할 것이라는 착각에서 벗어나라는 것이다. SK하이닉스의 성과급 뉴스가 포털을 도배하고 있지만 정작 직원들은 정서적 연봉을 더 중시한다니 '출근이 기다려지는, 즐거운 회사'를 만드는 데에 좀 더 시간을 들여보는 것은 어떨까.
padet80@fnnews.com 박신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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