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마다 흔들리는 정비사업

파이낸셜뉴스       2026.02.05 18:48   수정 : 2026.02.05 18:48기사원문



"되도록 3월까지는 밟을 수 있는 모든 절차를 최대한 밟을 겁니다."

최근 만난 한 재건축조합 관계자는 구청 정비과를 수시로 찾는다. 조합설립 인가가 빨리 나길 바라는 마음에서다.

이 관계자는 "동의율 달성을 이뤄낸 이후부터는 매일 인가 여부를 확인한다"며 "연내 시공사 선정을 마무리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정비사업에서 지자체의 역할은 절대적이다. 조합 설립부터 정비계획 수립, 사업시행계획 승인, 시공사 선정, 관리처분계획 인가까지 재건축·재개발 추진을 위한 전 과정을 관할한다. 행정의 문이 열려야 사업이 움직인다. 그 때문에 정비사업장들은 4개월 뒤 있을 지방선거를 미리 대비하고 있다. 선거 결과에 따라 시장이나 구청장이 바뀌면 정책 기조 역시 달라질 수 있다는 불안 때문이다.

실제로 지자체장 성향에 따라 정비사업을 대하는 시·구청의 기조는 달라져 왔다. 지자체장이 바뀐 뒤 관련 제도와 세부 지침이 조정되며 사업에 차질이 생기기 일쑤다. 선거로 인한 행정공백에 대한 우려도 적지 않다. 현직 지자체장들이 선거 준비를 위해 3월께 사퇴하면 시·구청 내부는 직무대행 체제로 전환된다. 6월 초 선거 이후에도 신임 단체장 취임과 조직 재정비, 정책 방향 설정까지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린다.

서울시에 따르면 서울 시내 재건축·재개발에는 평균 18년6개월이 소요된다. 선거로 인해 어느 한 단계라도 지연되거나 문제가 생기면 전체 일정이 줄줄이 밀린다. "선거 전에 일단 서류라도 내자"는 분위기가 형성되는 이유다.

문제는 이런 불확실성이 결국 공급차질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이미 도심 주택공급 부족 우려는 상수처럼 자리 잡았다. 신규 택지를 '영끌'해도 정비사업이 도심 공급의 핵심 축이라는 점은 부인하기 어렵다. 그럼에도 선거 때마다 정치 변수에 따라 사업 일정이 흔들리는 모습은 정상적인 정책환경과 거리가 있다.

정비사업은 도시 구조와 직결된 장기 프로젝트다. 평균 20년에 가까운 사업이 4년 주기의 선거에 흔들린다면 그 부담은 결국 시민에게 돌아간다. 사업 지연은 공급 감소로, 이는 다시 가격불안으로 이어질 수 있다.

지금 서울 정비사업장은 '시장 상황'이 아니라 '선거 시계'에 맞춰 움직이고 있다.
이 비정상적인 속도전이 반복되지 않으려면 정치 정책의 일관성과 예측 가능성에 대한 분명한 메시지가 필요하다. 정권의 색깔과 무관하게 사업의 큰 틀과 절차적 안정성은 유지돼야 한다. 그래야 현장의 조급함과 불안함도 줄어든다.

act@f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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