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도' 다음은 '감튀'...2030이 만든 가벼운 만남의 공식
파이낸셜뉴스
2026.02.06 14:48
수정 : 2026.02.06 14:48기사원문
취향 하나로 모였다 흩어지는 초단기 모임 확산
관계 부담 줄이고 소통만 남긴 것이 특징
"2030세대들의 행동양식으로 자리잡아"
[파이낸셜뉴스] #.쟁반 위에 감자튀김을 한데 쏟아 붓고 맛을 비교한다. 누가 더 잘 튀겼는지, 어떤 소스가 어울리는지를 두고 짧은 대화가 오간다. 소개도, 근황 공유도 길지 않다.
감자튀김을 다 먹고 나면 모임은 자연스럽게 흩어진다.
최근 2030 세대를 중심으로 감자튀김을 함께 먹는 이른바 '감튀 모임'이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경찰과 도둑' 모임처럼 일면식 없던 이들이 감자튀김 섭취라는 단일 활동 하나만을 매개로 모였다가 곧바로 흩어지는 초단기 모임이라는 점이 특징이다. 전문가들은 관계 부담을 최소화한 취향 중심 모임이 당분간 더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19일 파이낸셜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감튀 모임은 주로 중고거래·지역 커뮤니티 플랫폼을 중심으로 확산 중이다. '감자튀김을 좋아하는 사람을 모집한다'는 단순한 글과 함께 맥도날드·롯데리아 등 패스트푸드점이나 인근 매장을 장소로 제시하는 방식이다. 서울 송파·강남·성북구 등은 물론 경기 판교·용인, 대구·부산 등 전국 각지에서 관련 모임이 개설되고 있다.
특정 목적이나 성취 목표는 없다. 감자튀김을 한데 부어 놓고 먹거나 브랜드별·굵기별로 비교하는 것이 전부다. 일부 모임에서는 참여 인증 시 기프티콘을 제공하는 이벤트까지 등장했다. 최근 한 달 새 수백명에서 수천명이 가입한 대형 감튀 모임도 적지 않다.
이 같은 흐름은 앞서 유행한 '경찰과 도둑' 놀이와도 맞닿아 있다. 다만 '경도'가 현장 소란과 오인 신고, 공권력 혼선 가능성 등으로 논란이 됐던 것과 달리 감튀 모임은 위험 요소를 최소화하면서 관계에 대한 부담을 덜어낸 형태라는 평가가 나온다.
참여자들의 반응을 종합하면 "가볍게 만나고 가볍게 끝낼 수 있어서 좋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서울 성북구에 거주하는 직장인 박모씨(29)는 "혼자 먹기엔 애매하고, 누군가랑 약속 잡자니 피곤할 때가 많다"며 "감자튀김 좋아한다는 공통점 하나로 모였다가 각자 갈 길 가면 되니 부담이 없다"고 말했다. 경기 판교 주민 김모씨(33)도 "친해져야 한다는 압박이 없어서 오히려 편하다"고 미소 지었다.
온라인에서도 "감튀 모임은 참여 조건이 까다롭지 않아서 좋다" "특별한 걸 요구하지 않아서 마음이 편하다" 등의 반응이 나온다. 관계 형성에 따르는 감정 소모와 책임은 최소화하면서도 필요할 때 가볍게 연결될 수 있는 구조가 2030 세대의 관계 전략과 맞아떨어진다는 분석이다.
전문가들은 감튀 모임이 관계를 깊게 이어가야 한다는 부담 없이 소통할 수 있는 새로운 방식이라는 점에 주목한다. 취향 소비 기반 모임은 공통 관심사가 분명해 복잡한 관계 형성 없이도 소통 욕구를 충족할 수 있다는 점에서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사람은 기본적으로 관계를 맺고 싶어 하는 존재지만, 관계에서 오는 피로감도 함께 느낀다"며 "'혼밥' '혼영' 등 혼자 하는 활동이 늘어난 가운데 이런 모임은 깊어지지 않는 선에서 외로움을 덜 수 있는 방식"이라고 풀이했다.
향후 제2, 제3의 감튀 모임이 확산될 것이라는 관측도 우세하다. 곽 교수는 "기존 인간관계나 직장에서 오는 피로가 커질수록 목적이 분명하고 짧게 끝낼 수 있는 비격식 만남은 계속 늘어날 것"이라며 "이런 방식은 젊은 세대의 실용적인 행동 방식으로 자리 잡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yesji@fnnews.com 김예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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