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수하면 어때? 진짜는 개인전인데"... 차준환의 점프 실수, 소름 돋는 '액땜'이었다

파이낸셜뉴스       2026.02.08 19:00   수정 : 2026.02.09 20:18기사원문
‘페어 0점’ 안고 싸운 악조건... 애초에 불가능했던 결선 진출
“떨리지 않았다” 18세 강심장 신지아... 데뷔전서 ‘톱4’ 기염
“실수는 액땜이자 예방주사”... 亞게임 챔피언 차준환의 쿨한 다짐
외부 링크 빌려 지옥 훈련... 사상 최초 ‘남녀 동반 메달’ 쏜다



[파이낸셜뉴스] "넘어지면 어떤가. 뭐 어때~ 진짜 승부는 이제부터인데"

대한민국 피겨스케이팅 대표팀이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 팀 이벤트(단체전)를 7위로 마감했다. 결과만 놓고 보면 아쉬울 수 있다. 하지만 내용을 들여다보면 실망은 이르다.

오히려 이번 팀 이벤트는 한국 피겨의 남녀 간판 차준환(25·서울시청)과 신지아(18·세화여고)의 동반 메달 가능성을 확인한 소중한 ‘리허설’이었다. 불리한 조건 속에서도 세계를 홀린 이들의 연기는 다가올 개인전을 향한 기대감을 부풀리기에 충분했다.

한국은 8일(한국 시간) 이탈리아 밀라노 아이스스케이팅 아레나에서 막을 내린 팀 이벤트에서 총점 14점을 기록, 10개 참가국 중 7위를 기록했다. 상위 5개국에 주어지는 프리스케이팅(결선) 진출 티켓은 놓쳤다.

하지만 이는 예견된 결과였다. 한국은 페어 종목 출전 선수가 없어 기본 점수조차 받지 못하는 ‘0점’ 핸디캡을 안고 싸웠다.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싸운 결과 치고는 꽤 선전했다는 평가다.

오히려 이번 대회는 ‘모의고사’로서 최고의 가치를 지녔다. 빙질을 익히고, 올림픽이라는 거대한 무대의 압박감을 미리 체험했다.



가장 고무적인 것은 ‘피겨 요정’ 신지아의 발견이다.

팀 이벤트 여자 싱글 쇼트프로그램에 나선 신지아는 쟁쟁한 시니어 강자들 사이에서 당당히 4위(7점)에 올랐다. 첫 올림픽 무대라는 중압감에도 불구하고 흔들림 없는 ‘강심장’을 증명했다. 신지아는 경기 후 “막상 무대에 오르니 걱정만큼 긴장되지 않아 의외였다”고 덤덤하게 말했다. 세계 주니어 무대를 평정하고 시니어 무대, 그것도 올림픽에서 통할 수 있다는 것을 스스로 증명한 셈이다. 전문가들은 신지아의 현재 컨디션이라면 개인전에서 충분히 ‘사고’를 칠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피겨 왕자’ 차준환에게 이번 팀 이벤트는 쓰지만 약이 되는 ‘예방주사’였다. 그는 남자 싱글 쇼트프로그램에서 점프 착지 불안으로 8위(3점)에 머물렀다.

평소 차준환답지 않은 실수였다. 하지만 그는 의연했다. “평소 잘 하지 않는 실수였기에 아쉬움이 크지만, 타이밍이 안 맞았을 뿐”이라며 기술적 문제를 명확히 짚어냈다.

차준환은 이미 검증된 월드클래스다. 지난 2022 베이징 올림픽 5위, 항저우 아시안게임 금메달, 그리고 4대륙 선수권 은메달까지. 큰 무대일수록 더 강해지는 승부사 기질을 가지고 있다. 오히려 개인전을 앞두고 나온 실수가 ‘액땜’이 될 것이라는 긍정적인 전망이 지배적이다. 그는 “오늘의 실수는 잊고 연습한 대로 완벽한 경기를 펼치겠다”며 전의를 불태우고 있다.





이번 팀 이벤트를 통해 한국 피겨는 ‘원팀’으로서의 결속력도 다졌다. 아이스댄스의 임해나-권예 조를 포함해 선수들은 서로의 경기에 태극기 머리띠를 두르고 열띤 응원전을 펼쳤다. 개인 종목인 피겨에서 보기 드문 끈끈한 팀워크는 개인전에서 시너지를 낼 원동력이 될 것이다.

이제 진짜 승부가 시작된다. 차준환과 신지아는 공식 훈련 외에도 외부 링크를 대관해 맹훈련을 이어가며 컨디션을 조율하고 있다. 목표는 명확하다. 한국 피겨 사상 최초의 남녀 동반 올림픽 메달이다.


‘실수’라는 예방주사는 맞았고, ‘자신감’이라는 무기는 장착했다. 팀 이벤트의 아쉬움은 털어버렸다. 이제 전 세계는 밀라노의 은반 위에서 비상할 대한민국 피겨 남매의 ‘진짜 연기’를 보게 될 것이다.

jsi@fnnews.com 전상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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