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연기 뭐야?”… 韓 도시락 뚜껑 열자, 찬 샌드위치 씹던 외국 선수들 ‘힐끔’
파이낸셜뉴스
2026.02.08 18:00
수정 : 2026.02.08 23:26기사원문
- 태극전사들이 밝힌 ‘22억 밥상’ 실전 후기… “엄지 척!”
- 컬링 김선영 “5연패 악몽, 도시락 까먹으며 버텼다” 웃픈 고백
- 심석희 “언제 먹어도 뜨끈”… 차준환 “개인전 회복도 한식으로”
- 찬 샌드위치 씹던 경쟁국 선수들, 김 모락모락 ‘K-도시락’에 시선 고정
[파이낸셜뉴스] “치이익~” 8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밀라노 선수촌 식당 한구석. 한국 선수들이 도시락 끈을 잡아당기자 경쾌한 증기 소리가 퍼져나갔다. 이내 구수한 밥 냄새와 매콤달콤한 제육 볶음 향기가 피어오르자, 차가운 샌드위치를 씹던 주변 외국 선수들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선수들의 입에서는 “역시 한국인은 밥심”이라는 찬사가 쏟아지고 있다.
가장 드라마틱한 후기는 벼랑 끝에서 살아난 컬링 믹스트더블 대표팀에서 나왔다. 김선영(강릉시청)과 정영석(강원도청) 조는 예선 5연패의 수렁에 빠졌다가 이날 미국을 꺾고 기적 같은 첫 승을 신고했다.
경기 직후 퉁퉁 부은 눈으로 믹스트존에 선 ‘안경 선배’ 김선영은 그간의 마음고생을 털어놓으며 의외의 ‘생존 비결’을 고백했다.
“사실 멘털 잡기가 너무 힘들었어요. 그래도 대한체육회가 준 맛있는 도시락 먹으면서 꾸역꾸역 버텼습니다.” 농담 섞인 진담이었지만, 패배의 쓴맛을 따뜻한 집밥으로 씻어내며 다시 스톤을 잡을 힘을 얻었다는 뜻이다. 결국 든든하게 속을 채운 한국 컬링은 미국을 연장 접전 끝에 제압했다. ‘밥심’이 만든 1승이었다.
이번 대회에 처음 도입된 ‘발열 도시락’에 대한 만족도는 베테랑들 사이에서도 폭발적이다. 훈련 시간이 불규칙해 식사 시간을 놓치기 일쑤인 선수들에게 ‘언제 어디서나 뜨거운 밥’은 혁명과도 같다.
쇼트트랙 ‘여제’ 심석희(서울시청)는 “훈련하다 보면 밥때를 놓쳐 식은 밥을 먹을 때가 많았는데, 이번엔 물만 부으면 금방 한 밥처럼 뜨끈해진다”며 엄지를 치켜세웠다. 영하의 빙판 위에서 칼바람을 맞으며 훈련한 뒤 먹는 따뜻한 국물 한 모금은 그 어떤 보약보다 낫다는 평가다.
피겨 간판 차준환(서울시청) 역시 ‘밥심 치유’ 중이다. 이날 팀 이벤트 쇼트프로그램에서 점프 실수로 아쉬움을 삼킨 그는 “그래도 점심, 저녁으로 배달되는 한식 도시락을 정말 잘 챙겨 먹고 있다”며 웃었다. 실수의 아픔을 딛고 오는 11일 개인전을 준비하는 그의 원동력 역시 든든한 한 끼 식사다.
한국 선수단이 도시락 뚜껑을 열 때마다 주변 반응도 뜨겁다. 특히 식문화가 비슷한 일본 취재진과 관계자들의 관심이 지대하다.
“한국 선수들이 먹는 도시락에서 김이 솟아오르는 걸 보고 깜짝 놀랐다. 냄새가 너무 좋아 보여서 솔직히 부러웠다”는 반응도 외신을 통해 나왔다. 일본 등 동계 선진국들도 자체 지원을 하고 있지만, 즉석에서 조리하듯 데워먹는 한국식 발열 시스템과 다채로운 반찬 구성(갈비찜, 도가니탕 등)에는 혀를 내두르는 분위기다.
서양 선수들 역시 퍽퍽한 빵 대신 윤기 흐르는 쌀밥을 먹는 한국 선수들을 신기한 듯 쳐다보는 풍경이 연출되고 있다.
잘 먹어야 잘 뛴다. 밀라노의 설원 위에서, 태극전사들은 지금 22억 원의 예산이 아깝지 않은 ‘가장 뜨겁고 맛있는’ 올림픽을 치르고 있다.
jsi@fnnews.com 전상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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