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썸 ‘60조 비트코인’ 오지급 사태…‘재발 방지 총력’

파이낸셜뉴스       2026.02.08 14:43   수정 : 2026.02.08 15:21기사원문
금융위 ‘무과실책임’ 등 규제 검토, 빗썸 1000억 펀드 조성 등



[파이낸셜뉴스] 대형 가상자산거래소인 빗썸이 전산 입력 실수로 60조원 규모의 비트코인(BTC)을 오지급하며 가상자산 업계의 취약한 내부통제와 장부거래 시스템 한계가 수면 위로 드러났다. 금융당국은 이번 사태를 가상자산 시장의 리스크가 노출된 엄중한 사례로 규정하고, 사고발생시 사업자의 ‘무과실책임’을 명문화하는 등 제도개선에 착수했다. 빗썸은 1000억원 규모 고객 보호 펀드를 조성하고 피해자에게 매도 차액의 110%를 보상하는 등 신뢰 회복에 나섰다.

8일 금융당국 및 가상자산업계에 따르면 빗썸은 지난 6일 오후 7시경 이벤트 참여자인 695명에게 1인당 2000원(최대 5만원)이 아닌 2000BTC(당시 시세 기준 약 1970억원)를 지급하는 사고를 냈다. 전체 오지급 물량은 약 62만 BTC로, 사고 당시 시세로 환산하면 60조원이 넘는 규모다.

특히 빗썸의 비트코인 실제 보유량이 약 4~5만개임에도 불구하고 10배가 넘는 62만개가 전산으로 지급됐다는 점이 논란이 되고 있다. 이는 국내 원화 기반 가상자산거래소(원화마켓) 등 중앙화거래소(CEX) 거래가 블록체인 네트워크(온체인)가 아닌 거래소 내부 데이터베이스(오프체인) 숫자로만 처리되는 장부거래 방식이기 때문에 가능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즉 실물 보유와 무관하게 내부 DB 숫자만으로 대규모 자산이동이 가능하다는 점이 확인된 만큼, 내부통제 장치가 핵심 키워드로 지목됐다. 국회 정무위원회 여당 관계자는 “업비트 해킹 사건에 이어 빗썸의 오지급 사태까지 발생했기 때문에 국회 차원의 논의가 이뤄질 예정”이라며 “최근 쟁점인 거래소 소유분산 기준 등 지배구조 개편까지 함께 들여다 볼 것”이라고 밝혔다.

금융위도 전날 권대영 금융위 부위원장 주재로 긴급 점검회의를 열고 대응에 나섰다. 금융위·금융정보분석원(FIU)·금융감독원·디지털자산거래소공동협의체(DAXA)가 참여하는 긴급대응반은 빗썸에 대한 현장 점검을 시작으로 업비트 등 주요 거래소의 가상자산 보유·운영 현황을 전수 조사할 계획이다.

특히 당국은 디지털자산 기본법(2단계 입법) 제정 과정에서 사업자의 책임을 대폭 강화하기로 했다. 전산 사고 등 이용자 피해 발생 시 과실 유무와 관계없이 사업자가 배상 책임을 지는 무과실책임 규정을 도입하고, 외부기관을 통한 주기적인 자산 보유현황 점검을 의무화할 방침이다.

사고 수습에 나선 빗썸은 전날 오후 10시 42분 기준 오지급 물량의 대부분을 회수했다고 밝혔다. 빗썸 관계자는 “오지급된 비트코인 중 99.7%는 사고 당일 즉시 회수하고, 이미 매도됐던 0.3%(1788BTC)는 회사 보유 자산을 투입해 100% 자산 정합성을 확보했다”고 전했다.

빗썸은 신뢰 회복을 위한 보상책도 제시했다. 사고 시간대 시세 급락으로 저가에 매도(패닉셀)한 고객에게 매도 차액의 110%를 보상하고, 해당 시간 접속자 전원에게 2만원 상당의 보상금을 지급한다. 또한 일주일간 모든 고객의 거래 수수료를 면제하기로 했다.

빗썸은 재발 방지를 위해 1000억원 규모의 고객 보호 펀드를 상설 운영하고, 다중 결재 프로세스 의무화 및 인공지능(AI) 기반 이상거래 탐지 시스템(세이프 가드)을 24시간 가동할 예정이다.


법조계에서는 빗썸의 비트코인 오지급 사태를 계기로 거래소 내부통제 기준을 금융기관 수준으로 구축하고, 운영 리스크 관리 시스템을 재정비하는 전환점으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금융당국 또한 사후 규제와 제재에만 집중하기보다 시장 신뢰를 실질적으로 담보할 수 있는 내부통제 가이드라인을 정립하는 데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는 조언이다. 대형 로펌 관계자는 “거래소가 제도권 금융에 준하는 영향력을 확보한 만큼 그에 걸맞은 사회적 책임은 피할 수 없다”며 “중앙화된 거래소의 내부 시스템이 대규모 이상 거래를 즉각 차단하는 ‘킬 스위치’나 다중 검증 체계를 제대로 갖추지 못했다는 점은 향후 개선해야 할 부분”이라고 말했다.

elikim@fnnews.com 김미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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