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팝 아이돌 꿈을 안고 한국 왔는데"…외국인 연습생 "사기당한 기분"

파이낸셜뉴스       2026.02.09 04:20   수정 : 2026.02.09 14:31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K팝 스타가 되겠다며 한국에 왔다가 꿈은 이루지 못한 채 실망만 하고 돌아갔다는 외국인 연습생들의 사연이 외신을 통해 전해졌다. 이들은 거액을 주고 K팝 트레이닝 아카데미에 들어갔지만, 연습은커녕 아카데미 직원에 성추행까지 당했다고 고백했다.

영국 BBC는 지난 7일(현지시간) "K팝의 인기로 한국은 전 세계 젊은이들에게 K팝 진출을 꿈꾸는 곳이 됐다.

매년 많은 사람들이 K팝 스타가 될 수 있는 길을 약속한 연습생 프로그램에 등록했다"며 두 연습생의 사연을 소개했다.

일본의 10대 소녀 미유(가명)는 K팝 아이돌이 되겠다는 꿈을 안고 2024년 한국에 와서 한 K팝 트레이닝 아카데미의 6개월 과정에 300만엔(약 2700만원)을 내고 등록했다. 해당 아카데미는 등록한 대가로 전문적인 춤·보컬 교습과 주요 기획사의 오디션 기회를 제공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계약 내용은 이뤄진 게 없었다.

미유는 BBC에 "매주 오디션이 있다고 했지만 단 한 번도 열리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지불한 비용에 비해 춤과 보컬 훈련 수준도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한 상급 직원의 부적절한 행동도 짚었다. 미유의 행동을 감시하는 건 물론 프로그램 시작 3개월 후부터 이상한 요구를 했다.

미유는 "그가 아이스크림을 사주겠다며 나를 혼자 편의점으로 데려갔다. 내가 고르는 동안 그는 내 허리에 손을 얹고 '몸매가 좋다'고 말했다"고 털어놨다.

이어 "한 번은 사진 촬영 의상 논의를 위해 사무실로 오라고 해서 갔더니 '의상 얘기를 하자'며 (자기) 무릎에 앉으라고 했다. 나는 대신 (의자) 팔걸이에 앉았고 그날 이후 남자의 목소리만 들어도 무섭다"고 덧붙였다.

미유는 "아이돌이 되고 싶었지만 사기당한 기분"이라며 "(이곳은) 내가 꿈을 좇던 곳이지만, 동시에 트라우마를 되살리는 장소"라고 강조했다.

같은 회사의 또 다른 외국인 연습생 엘린(가명)도 미유와 동일한 이야기를 했다. 같은 직원이 엘린을 회의실로 불러 한국어로 '엉덩이'라는 단어를 가르쳐준다며 자기 허리를 만졌다고 말했다.

엘린은 "너무 무서워서 친구에게 문자를 보내 빨리 와달라고 부탁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이 직원이 전등을 고친다며 새벽 2, 3시에 기숙사 방에 들어오기도 했고 한 번은 자고 있을 때 방에 들어와 가만히 지켜봤다"며 "당시 이 직원은 아무 말을 하지 않고 방을 나갔으나 너무 무서워서 그 후로는 제대로 잠을 잘 수 없었다"고 말했다.

엘린과 미유는 기숙사 전체에 영상과 음성을 동시에 녹화하는 폐쇄회로(CC)TV가 설치돼 있었다는 점도 지적했다.

결국 엘린은 경찰에 이 직원을 성추행 및 주거침입 혐의로 고소했지만, 증거 불충분을 이유로 사건은 종결됐다. 엘린은 회사도 따로 고소했다.

현재 해당 직원과 회사는 두 사람의 주장을 모두 부인하고 있다.


이 회사의 법적 대리인은 BBC에 "내부 규정에 따라 여성 직원 동반 없이 여성 연습생 기숙사에 출입하는 걸 엄격히 금지하고 있다"면서 "CCTV 설치는 사전에 공지됐으며 전적으로 연습생을 보호하기 위한 목적이었다"고 반박했다.

업계 관계자는 BBC에 "이들의 훈련 프로그램은 규제나 감독 대상이 아니다"라고 지적했고 교육부 관계자도 현행 규정으로는 연예 기획사가 외국인에게 언어와 춤을 가르치는 것을 제한하지 않아 이러한 '학원형 기획사'를 규제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한국을 떠난 엘린은 "K팝은 세계적인 명성을 얻었으며 거기엔 책임도 따른다"면서 "최소한 이 꿈을 좇는 아이들이 더 안전한 환경에서 지낼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y27k@fnnews.com 서윤경 기자

Hot 포토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