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상대선 '큰절' 올리고, 아내 얘기에 '펑펑'... 37세 김상겸의 뜨거운 눈물

파이낸셜뉴스       2026.02.09 11:00   수정 : 2026.02.09 11:00기사원문
시상대 위 ‘큰절’ 세리머니... 국민 향한 37세 맏형의 ‘새해 인사’ “이 은메달, 아내에게 바칩니다”... 12년 내조에 바치는 ‘눈물의 고백’ 오스트리아 국가에 모자 벗고 경의... 실력도 매너도 ‘금메달급’ 포기하고 싶던 순간 날 일으킨 가족... ‘사랑꾼’이 쓴 4전 5기 드라마



[파이낸셜뉴스] 차가운 설원 위, 가장 뜨거운 드라마가 완성됐다. 대한민국 선수단에 첫 메달을 안긴 '37세 맏형' 김상겸(하이원)이 시상대 가장 높은 곳은 아니었지만, 가장 깊은 곳에서 우러나온 진심을 전했다.

그의 무릎은 조국의 국민들을 향해 꿇려졌고, 그의 눈물은 평생의 반려자인 아내를 향해 하염없이 흘러내렸다.

8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리비뇨 스노파크에서 열린 메달 시상식. 김상겸의 이름이 호명되자 그는 환한 미소와 함께 시상대로 뛰어올랐다. 그리고 망설임 없이 설원 위에 넙죽 엎드렸다. 한국 고유의 예법인 '큰절'이었다.

설 명절을 앞두고 밤잠을 설치며 응원해 준 고국의 팬들과 가족들을 향한 37세 베테랑의 진심 어린 새해 인사였다.

현지 관중들은 낯선 동양의 예법에 환호했고, 김상겸은 특유의 넉살 좋은 미소로 화답했다.

금메달리스트 벤야민 카를(오스트리아)의 국가가 울려 퍼질 때는 쓰고 있던 털모자를 벗어 예우를 갖추는 '품격'까지 보여줬다. 실력도, 매너도 '월드 클래스'였다.



시상식 직후 믹스트존(공동취재구역)에서 만난 김상겸은 담담하게 소감을 이어갔다.

하지만 '가족', 그리고 '아내'라는 단어가 나오자 상황은 달라졌다.

4번의 올림픽 도전, 12년의 기다림. 포기하고 싶었던 순간마다 그를 다시 일으켜 세운 건 가족이었다. 아내에 대한 질문이 나오자 김상겸은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금방이라도 쏟아질 듯 붉어진 눈시울로 입술을 깨물던 그는 끝내 참았던 눈물을 터뜨렸다.

"기다려줘서 고맙고... 가족들에게 너무 고맙고, 또 미안합니다."

흐르는 눈물을 닦아내며 어렵게 꺼낸 한 마디에는 지난 세월의 회한과 고마움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잦은 해외 전지훈련과 부상, 성적 부진의 스트레스를 곁에서 묵묵히 견뎌내며 지지해 준 아내. 그 미안함과 고마움이 뒤섞여 '설원 위의 철인'을 무너뜨렸다.

그는 "나를 믿고 묵묵히 응원해 준 아내가 오늘 메달의 1등 공신"이라며 모든 영광을 아내에게 돌렸다.



김상겸의 은메달은 대한민국 올림픽 통산 400번째 메달이라는 기념비적인 기록을 남겼다.

하지만 그 숫자보다 더 빛난 건, 37세라는 적지 않은 나이에 보여준 도전 정신과 가족을 향한 뜨거운 눈물이었다.

소치부터 밀라노까지, 12년의 세월을 돌아 마침내 시상대에 선 김상겸.

그의 은빛 질주는 끝났지만, 그가 남긴 큰절과 아내를 향한 눈물의 고백은 이번 올림픽 최고의 명장면으로 기억될 것이다.

jsi@fnnews.com 전상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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