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노동판 전전하던 시련 딛고 술도 끊어… 김상겸, 밀라노서 400호 메달 쐈다
파이낸셜뉴스
2026.02.09 05:59
수정 : 2026.02.09 05:59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생계를 위해 공사 현장을 전전해야 했던 역경을 이겨낸 한국 스노보드의 최고참 김상겸(37·하이원)이 대한민국 올림픽 통산 400번째 메달을 획득하는 쾌거를 이뤘다.
김상겸은 8일(한국시간) 이탈리아 리비뇨 스노파크에서 치러진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 스노보드 남자 평행대회전 결승 무대에서 벤야민 카를(오스트리아)과 격돌해 0.19초라는 근소한 차이로 은메달을 획득했다.
상대인 카를은 2010년 밴쿠버와 2022년 베이징 대회에서 금메달을 거머쥐었던 41세의 노련한 선수다.
경기 초반 김상겸은 카를을 앞지르며 기세를 올렸으나, 주행 중 발생한 미세한 미끄러짐으로 인해 추격을 허용했다. 결국 결승선 통과 직전 간발의 차이로 밀려나며 2위로 경기를 마무리했다.
유년 시절 극심한 천식으로 보름간 입원할 만큼 허약
시상대 위에 오른 김상겸이 과거 생계를 위해 육체노동을 감내해야 했던 사연이 알려지며 큰 울림을 주고 있다.
유년 시절의 그는 운동선수와는 거리가 멀었다. 초등학교 저학년 때는 극심한 천식으로 보름간 입원할 만큼 허약했다. 건강 회복을 바라는 부모님의 권유로 초등학교 3학년 때 육상에 입문하며 삶의 전환점을 맞이했다.
운동을 통해 체력을 기른 그는 중학교 3학년 당시 178cm의 건장한 체격을 갖추게 됐다. 단거리 육상과 도약 종목에서 연마한 순발력은 짧은 시간 안에 승부가 결정되는 스노보드에 최적화된 자산이 됐다. 중학교 2학년 시절 교내 스노보드부 창단이 설원과의 첫 만남이었다.
그러나 현실의 벽은 높았다. 비인기 종목인 설상 선수로서의 삶은 가시밭길이었다. 2011년 한국체대를 졸업했으나 실업팀이 전무해 소속팀을 찾지 못하는 처지에 놓였다.
선수 생활을 지속하고자 그는 건설 현장으로 향했다. 시즌 종료 후인 3월부터 국가대표 선발전이 열리는 5월 사이의 휴식기 동안 약 20일간 막노동에 종사했다. 훈련 기간에도 주말이면 아르바이트를 병행하며 생계를 유지했다.
30대 중반이라는 늦은 나이에 기량 만개
전환점은 국내 최초의 스노보드 실업팀 창단이었다. 경제적 불안감에서 벗어나 훈련에만 전념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자, 30대 중반이라는 늦은 나이에 기량이 만개했다.
그는 스스로를 채찍질하며 엄격한 자기 관리에 돌입했다. 소주 4병을 마시던 애주가였으나 절주를 선언하며 술을 멀리했다.
빈자리는 철저한 생활 습관으로 채워졌다. 매일 오전 6시 30분에 눈을 떠 5~6시간의 고강도 훈련을 소화했고, 야간에는 2시간 동안 영상 분석에 매달렸다. 스포츠 과학 논문까지 섭렵하며 최상의 컨디션을 위해 매일 10시간의 수면 시간을 엄수했다.
이러한 처절한 분투는 결실을 맺었다. 김상겸은 올림픽 무대에서 환상적인 레이스를 선보이며 은메달을 거머쥐었다. 이는 한국 스노보드 역사상 두 번째 메달이자, 대한민국이 올림픽에서 수확한 통산 400번째 메달로 기록됐다.
hsg@fnnews.com 한승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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