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민속박물관 '출산, 모두의 잔치' 展..'생명과 돌봄 의미 새기다'
파이낸셜뉴스
2026.02.09 14:46
수정 : 2026.02.09 14:46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예전 어른들은 힘을 주다 아기가 잘 안 나오면 남편의 혁대(허리띠)를 배에 두르거나 날계란을 삼키면 아기가 순풍 나온다고 했어." "자라 고기를 먹으면 목이 짧은 아기가 태어난대." "금줄을 칠 때 못을 박아서도 안 되고 기간이 지난 금줄을 함부로 버려서도 안돼."
아기를 낳기 전, 지켜야 할 '출산 금기'가 고문헌에 언급될 만큼, 조상 대대로 믿어야만 하는 속설로 전해왔다. 과학의 눈으로 보면 속신(민간에 널리 퍼진 일종의 믿음·풍속·금기)에 불과하지만, 산모와 가족이 순산을 위해 얼마나 조심했는지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국립민속박물관은 내년 5월 10일까지 특별전 '출산, 모두의 잔치'를 개최한다고 9일 밝혔다.
이번 전시장 초입에서 아기 울음소리를 따라 금줄이 쳐진 좁은 통로를 지나면, 20세기 조산실이 펼쳐진다.
염희재 학예연구사는 산실 연출에 대해 "출산하는 순간은 외부인 출입을 금하고 주로 가족만 참여하던 시간이었기 때문에 아무나 들어올 수 없었다는 점을 표현하려 동선을 길게 하고 금줄을 설치했다"며 "안에 유물들은 대체로 20세기 초반의 유물이기 때문에 20세기 초반의 산실을 재현했다"고 설명했다.
전시는 아이의 장수를 기원하기 위해 100개의 옷감을 이어 만든 백일 저고리, 아빠가 쓴 육아일기, 아이를 위해 1000명의 글자를 받아 만든 천인천자문(千人千字文) 등 328건의 유물·자료가 소개된다.
특히 전시는 산모와 아이뿐만 아닌, 출산을 함께 기다리고 응원해 온 주변 사람들 마음에도 주목한다. '천인천자문'은 아이 건강과 행복을 빌며 1000명이 한 글자씩 정성껏 써 만든 책으로, 첫돌에 돌상에 올려 공동체의 지혜와 복이 아이에게 전해지길 바랐던 염원이 담겨있다.
백 조각의 옷감을 이어 만든 백일 옷 또한 아이의 건강과 장수를 기원하는 마음을 상징한다. 숫자 100은 완전함을 상징하며, 아이가 백 살까지 오래 살기를 바라는 가족의 바람이 깃들어 있다.
아버지의 육아일기, 딸의 출산을 위해 어머니가 혼수품으로 준비한 포대기, 임산부의 신호를 기다리며 밤낮없이 대기하던 조산사의 출장 가방 등 50여명의 사연이 담긴 전시품은 시대를 넘어 이어져 온 따뜻한 마음을 보여준다.
또 조선 후기 생활지침서에 기록된 출산 속신과 금기, 1900년대 초 어머니가 딸에게 전하는 당부 편지, 1950년대 정부 배포 책자, 2000년대 초 육아서, 오늘날의 블로그와 단체 채팅방까지, 시대별로 여성들이 출산 정보를 얻은 방식도 함께 소개된다.
이밖에 말리 보보족의 가면, 인도의 순산 기원 의례인 발라이카푸, 다산을 기원하는 페루 파차마마 신상 등 세계 14개국의 출산 풍습도 함께 소개한다.
마지막으로 전시는 생물학적 출산 외에도 입양 등 한국 사회가 마주한 다양한 '태어남의 방식'을 다각도로 살핀다. 관람객이 직접 자신의 출산과 탄생 경험을 남기는 참여 공간도 마련됐다. 출산을 앞둔 산모가 관람 인증 사진과 소감을 남기면 초음파 사진 앨범을 선물하는 이벤트도 진행된다.
장상훈 국립민속박물관장은 "아이 한 명을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말처럼, 이번 전시를 통해 출산과 관련해 공감하고 연대하는 마음을 느낄 수 있길 바란다"고 전했다.
rsunjun@fnnews.com 유선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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