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전도, 메달도 모두 최초"… 18세 유승은, 韓 빅에어 '전설'이 되다

파이낸셜뉴스       2026.02.10 05:02   수정 : 2026.02.10 06:39기사원문
18세 '고딩 보더' 유승은, 스노보드 여자 빅에어 동메달 쾌거
올림픽 무대 밟은 첫 한국인, 결선 진출한 첫 한국인, 시상대 오른 첫 한국인
부상 투혼 딛고 마지막 3차 시기 '금빛 도박'… 실패마저 아름다웠던 도전



[파이낸셜뉴스] 유승은(18·성복고)이 내딛는 모든 걸음이 곧 대한민국 스노보드의 역사였다. 아무도 가지 않은 길, 그 설원 위에서 18세 소녀는 기어코 '전설'이 되었다.

유승은은 10일(한국시각) 이탈리아 리비뇨 스노 파크에서 열린 2026 밀라노-코르티나 동계올림픽 스노보드 여자 빅에어 결선에서 1·2차 시기 합계 171.00점을 기록, 무라세 코코모(일본·179점), 조이 사도스키 시넛(뉴질랜드·172.25점)에 이어 값진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이 메달의 무게는 단순히 '동색'으로 가늠할 수 없다. 유승은은 이번 대회에서 대한민국 스노보드 프리스타일 빅에어 종목의 역사를 송두리째 다시 썼다.



그야말로 '트리플 최초'의 위업이다.

불모지나 다름없던 스노보드 빅에어 종목에서 올림픽 본선 무대를 밟은 한국 선수는 유승은이 남녀 통틀어 사상 최초였다. 예선을 뚫고 상위 12명이 겨루는 결선(파이널) 무대에 선 것 또한 유승은이 최초였다. 그리고 마침내 올림픽 시상대 가장 높은 곳을 향해 태극기를 휘날린 것마저 유승은이 최초가 되었다.

유승은이 가기 전까지 한국 빅에어에 '길'은 없었다. 그녀가 보드를 타고 날아오른 그 궤적이 곧 대한민국 빅에어의 새로운 항로가 된 셈이다. 한국 스노보드의 '콜럼버스'라 불려도 손색이 없는 이유다.



승부는 한 편의 대하드라마였다. 1, 2차 시기까지만 해도 금메달은 유승은의 차지인 듯했다. 유승은은 서로 다른 방향으로 공중에서 세 바퀴 반을 비트는 고난도 '트리플콕 1440' 기술을 연달아 완벽하게 성공시켰다. 2위 무라세 코코모를 압도하는 점수 차였다.

하지만 '세계 랭킹 1위'들의 저력은 무서웠다. 무라세 코코모가 마지막 4차 시기에서 89.25점이라는 경이적인 점수를 찍으며 단독 선두로 치고 나갔고, 뉴질랜드 역사상 최고의 동계 선수로 꼽히는 조이 사도스키 시넛 역시 무서운 뒷심으로 유승은을 1.25점 차로 제쳤다.

운명의 3차 시기. 이미 동메달은 확보된 상황. 유승은에게 선택지는 두 가지였다. 안전한 착지로 은메달을 노릴 것인가, 아니면 실패를 각오하고 금메달을 위한 모험을 걸 것인가.



열여덟 살 '고딩 보더'의 심장은 뜨거웠다. 그녀는 주저 없이 금메달을 향한 승부수를 던졌다. 무라세를 넘기 위해선 89점 이상의 초고득점이 필요했다. 유승은은 자신의 한계를 넘어서는 4회전 반 이상의 회전과 비거리에 도전했다.

비록 착지 과정에서 중심을 잃고 넘어지며 3차 시기 점수를 받지는 못했지만, 경기장을 가득 메운 관중들은 그녀의 용기 있는 도전에 아낌없는 박수를 보냈다. 은메달에 안주하지 않고 금메달을 향해 몸을 던진 그 패기야말로 진정한 올림픽 정신이었다.

지난해 발목 복사뼈 골절, 팔꿈치 탈골, 손목 골절이라는 치명적인 부상 악령을 이겨내고 선 올림픽 무대였다.
걷기조차 힘들었던 고통의 시간을 견뎌낸 소녀는 이제 '최초의 출전, 최초의 결선, 최초의 메달'이라는 전무후무한 타이틀을 거머쥐었다.

유승은이 쏘아 올린 작은 공은 대한민국 스노보드의 찬란한 미래를 예고하는 신호탄이 되었다. 이제 세계 스노보드계는 '코리아의 유승은'을 기억할 것이다.

jsi@fnnews.com 전상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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