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100 충족시키려면..."새만금·영남권 K-반도체 클러스터 나와야"

파이낸셜뉴스       2026.02.10 16:06   수정 : 2026.02.10 16:13기사원문
삼성·SK RE100 이행률 10~30% 불과
글로벌 고객사, 재생에너지 기준 압박
"지역별 클러스터로 리스크 분산해야"

[파이낸셜뉴스] 수도권 중심의 반도체 생산 체계로는 글로벌 고객사의 재생에너지 100% (RE100) 이행 기준을 충족시키기 어렵다는 주장이 나왔다. 전문가들은 용인 클러스터는 예정대로 추진하되, 새만금이나 영남권 등 지방에 생산 보완기지를 육성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10일 국회에서 열린 'K반도체 트라이앵글 연속토론회'에서 박경덕 포스텍 반도체공학과 교수는 "RE100은 단순한 환경 캠페인이 아니라 글로벌 공급망 참여의 전제조건"이라며 "구글·애플·마이크로소프트(MS) 등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이 협력사에도 RE100 이행을 요구하고 있어 이를 충족하지 못하면 수주 자체가 어려울 수 있다"고 말했다.

RE100은 오는 2030년까지 기업이 사용하는 전력을 100% 재생에너지로 전환하겠다는 글로벌 캠페인이다. 현재 미국 내 참여 기업만 400곳이 넘으며 북미 시장을 중심으로 반도체 수출국에 대한 관련 기준도 한층 강화되는 추세다.

반면 국내 주요 반도체 기업들의 RE100 이행 수준은 여전히 낮은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박 교수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달성률은 10% 미만, SK하이닉스는 약 30%에 불과하다. 이 가운데 글로벌 고객사는 협력사 전반에 재생에너지 사용 확대를 압박하고 있다.

박상인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는 "글로벌 장비업체인 ASML조차 협력사에 RE100을 요구하고 있다"며 "재생에너지 확보 전략이 없는 기업은 장비 조달과 생산 확대에 큰 제약을 받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전문가들은 수도권 중심의 반도체 클러스터 구조가 RE100 달성의 걸림돌이라고 지적했다. 수도권은 풍력·태양광 등 재생에너지 자원이 부족하고 전력·용수 인프라 역시 이미 포화 상태이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용인 클러스터는 기존 계획대로 추진하되 새만금·영남권 등 지역에 새로운 생산기지를 조성하는 분산 전략이 현실적인 대안이라는 주장이 나온다.

안기현 한국반도체산업협회 전무는 "대만처럼 반도체 생산을 지역별로 분산시켜야 한다"며 "용인 클러스터는 그대로 추진하되 이후 투자는 지방으로 분산하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전력과 용수 인프라 측면에서도 수도권 중심 구조는 한계에 직면해 있다. 현재 수도권 반도체 클러스터의 예상 전력 수요는 15GW(기가와트)로 원전 수십 기에 달하는 수준이다. 용수 역시 수도권은 한강 의존도가 높지만 지방은 새만금·낙동강·영산강 등 상대적으로 여유가 있다는 평가다.


하승수 공익법률센터 농본 대표는 "수도권 집중은 송전 안정성을 해치고 전국적인 블랙아웃 위험을 키울 수 있다"며 "지역 중심의 재생에너지 인프라 확충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인재 확보를 위한 교육 체계와 제도적 유인책도 지역 중심으로 전환돼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박재영 국회입법조사처 조사관은 "수도권에 집중된 반도체 계약학과를 공동캠퍼스 방식으로 지역에 확산하고 해외 인재 유치를 위한 비자 패스트트랙과 가족 동반, 정착 지원 등도 병행돼야 한다"고 제언했다.

moving@fnnews.com 이동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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