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시대는 '양날의 검' 인가

파이낸셜뉴스       2026.02.10 18:12   수정 : 2026.02.10 18:34기사원문
생명진화 게놈정보가 모두 입력
암 등 불치병 퇴치해 불로장생
AI로봇으로 힘든 노동에서 해방
전문직 엔지니어·의사 등 대체
생산직 일자리도 로봇에 뺏겨
정신적 위안까지도 AI에 의존

소프트뱅크의 손정의 회장은 강연마다 동일한 질문을 청중에게 던진다. 여러분들은 금붕어가 되고 싶습니까? 인간과 금붕어의 지능 차이가 1만배인데, 수년내 초인공지능(ASI)이 개발되면 인간과의 지능 차이가 1만배가 될 것이라는 비유였다. 2년 전 그의 강연을 들었을 때 과연 그럴까 의문이 들었다.

손정의 특유의 허풍이 있는 비즈니스 전략이 아닐까 생각했다. 그런데 요즘 AI 관련 소식들을 들어보면 그의 지적이 점점 허풍이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는 빠르면 금년 중 인간과 같은 판단을 할 수 있는 인공일반지능(AGI)이 현실화될 수 있다고 언급했고, AI의 대부로 일컬어지며 노벨상을 수상한 제프리 힌턴 교수는 2030년경 ASI가 현실화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AI의 개발속도는 가히 기하급수적이다. 그러나 이에 대한 인류의 대처는 산술급수의 대처에도 미치지 못한다. 이미 AI는 우리가 인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인간사회 구석구석까지 혁명적인 변화를 초래하기 시작했다.

당장 우리들은 AI 반도체 특수로 인한 주가 상승에 취해있는 것 같다. 정부도 엔비디아 그래픽처리장치(GPU)칩 몇 개를 확보하고 데이터센터를 건설하는 대처 정도로 AI 문제에 접근하고 있다. 산업경제적 측면에서만 AI를 바라보고 있다.

지금까지 인간은 혁신적인 발명을 통해 삶을 획기적으로 발전시켜 왔다. 인쇄술은 소수만 독점하던 지식을 대중에게 확산시켰으며, 증기기관은 근력으로부터 인간을 해방시켰다. AI는 인간의 최고·최후의 발명품이 될지 모른다. 지금까지 인류의 발명은 인간이 사용하는 도구였지만, AI는 처음으로 인간의 지능을 뛰어넘는 존재로 향후 새로운 발명은 AI가 할 것이다. AI는 상상을 초월하는 혜택을 인류에게 줄 수 있다. 우선 지능의 민주화가 이루어져 학벌과 머리 좋은 사람이 출세하는 시대가 끝날 것이다.

10년 걸리던 과학연구가 2일이면 가능해졌다. 지구 38억년 생명 진화의 게놈정보가 모두 입력되어 암 등 불치병을 퇴치할 수 있게 된다. 인간 수명도 비약적으로 늘어난다. AI로봇으로 인간은 노동으로부터 해방될 것이다. AI로봇은 24시간 내내 일하면서 값싼 물건과 서비스를 제공하여 우리의 삶을 윤택하게 할 수 있다. 인간은 머리 쓰는 일과 힘 쓰는 일에서 완전히 해방될 수 있다. 이것을 유토피아의 도래로 볼 수 있을까.

당장 일자리 절벽이 다가오고 있다. 로펌에서 신입변호사를 뽑지 않고 있다. 법률전문AI가 신입변호사가 해야 할 몫인 판례 수집과 분석을 모두 대체하고 있다. 회계사도 신입을 뽑지 않는다. 작년 미국의 대졸자 일자리 공고가 35% 줄었다. 한때 가장 촉망받던 스탠퍼드대 컴퓨터공학과를 나온 대졸자조차 취업자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기업들은 신입사원을 뽑으려 하지 않는다. 신입을 뽑아 많은 비용을 들여 훈련시킬 필요가 없다. 신입사원이 경험을 쌓아 실력을 기르는 경험의 경로가 붕괴되고 있다.

향후 5년 화이트칼라 사무직 사원의 50%가 필요 없게 될 것이다. AI는 인간보다 훨씬 빠르고 정확하며 24시간 내내 효율적으로 일을 한다. AI가 할 수 있는 일은 7개월마다 2배씩 늘고 있다. 경이적인 진화 속도다. 전문직들도 예외는 아니다. 고소득자였던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들의 일은 이미 AI로 대체되고 있다. 일론 머스크는 3년내 의사들도 AI로봇으로 대체될 것이라고 공언한다. 생산직 근로자의 일들은 아틀라스 등 인간형 로봇에 의해 대체될 것이다. 이러한 급격한 일자리 변화에 대해 우리는 어떠한 대응을 해야 할 것인가.

AI가 초래할 변화는 단순히 일자리에 국한되지 않는다. AI는 정치, 권력, 경제 그리고 전쟁의 양상을 완전히 재정의할 것이다. 기존 국제질서는 무의미해질 것이다. 인터넷과 스마트폰 이상으로 AI에 대한 의존은 점점 깊어가고 있다. 정신적 위안조차 가족이나 친구보다 AI에 의존하는 세태가 도래하고 있다.
AI가 인간의 지능을 앞서는 순간, 인류문명은 중대한 변곡점에 서게 될 것이다. 과연 AI는 금붕어 수준의 지능 차이를 갖는 인간을 언제까지나 자신의 주인으로 여기고 지극정성으로 돌볼 것인가.

AI를 제어하기 위해 발전속도를 늦추어야 한다는 주장은 미중과 빅테크들의 제로섬 경쟁 앞에 이미 실효성을 잃었다. 터미네이터, 매트릭스 등 할리우드 영화 속 디스토피아를 막기 위해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AI 앞에 인간 주권, 인간 존엄성을 여하히 유지하면서 공존할 것인지에 관해 해답을 구하는 일만큼 우리에게 시급하고 사활적인 일은 없을 것이다.

윤덕민 한국외국어대 석좌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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