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 오르면 소비 증가’ 공식 깨지나···한은의 문제제기

파이낸셜뉴스       2026.02.12 12:00   수정 : 2026.02.12 12:00기사원문
한은 ‘주택가격 상승이 연령별 소비 및 후생에 미치는 영향’ 발표
젊은 무주택자의 평균소비성향 하락세 두드러져
주택구매를 위한 저축과 차입을 늘린 영향..후생 되레 감소

[파이낸셜뉴스] 우리나라에서 ‘집값이 오르면 가계 자산이 증가해 소비를 자극’할 것이란 명제는 그 힘을 잃었단 주장이 수치로 입증됐다. 특히 젊을수록, 집이 없을수록 주택구매를 위한 저축과 차입을 늘리기 때문에 오히려 나가는 돈을 꽁꽁 싸맬 가능성이 크다는 데 무게를 실었다.

12일 한은이 발표한 ‘Bok 이슈노트: 주택가격 상승이 연령별 소비 및 후생에 미치는 영향’에 따르면 가계금융복지조사 패널데이터 분석 결과 50세 미만에서 소비의 주택가격 탄력성이 음(-)의 값을 보였다.

구체적으로 25~39세는 -0.301, 40~49세는 -0.180으로 나타났다. 이는 주택가격이 1% 상승했을 때 소비가 각각 약 0.3%, 0.18% 줄어든다고 해석할 수 있다.

50~64세는 -0.031로 유의미한 수치가 아니었고, 60~69세는 0.135로 오히려 양(+)의 값을 보였다. 이미 자산을 축적한 고령층에게는 소비가 중립적이거나, 오히려 전통적인 ‘자산효과’가 발휘돼 소비가 진작되는 경향을 관찰할 수 있는 셈이다.

또 한은이 자체 실시한 모의실험 결과 주택가격 상승 충격 이후 가계 후생 변화는 연령, 자산보유 형태에 따라 극명하게 차별화됐다. 주택가격을 5% 올린 채 가계 후생을 봤을 때 50세 미만에서 평균 0.23% 감소한 반면 50세 이상(월세거주자 제외)에선 0.26% 증가했다.

이때 후생은 비구조 소비지출, 주거서비스 소비, 유증에 따른 만족감 등을 포괄하는 개념으로 ‘소비동등변화’로 측정했다. 이 지표는 주택가격 상승 전으로 돌아갈 수 있다면 가계가 지불하고자 하는 금액을 최종소비재 단위로 환산한 것이다.

주진철 한은 경제모형실 금융모형팀 차장은 “무주택 젊은층의 경우 미래 주택 마련을 위해 저축을 늘려야 하는 ‘투자효과’가 주로 나타나는 반면 고령층의 경우 유주택자 비중이 높아 보유주택 가치 상승에 따른 ‘자산효과’가 우세하게 작용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50세 미만에선 주택을 보유하고 있어도 후생이 감소했다. 전체 50세 미만 후생 감소(0.23%) 중 -0.09%p 기여도를 보였다. 이미 가지고 있는 주택의 자산효과를 향후 구입하고자 하는 목표주택의 가격 상승으로 저축이 증가하는 투자효과, 차입 부담이 커지는 저량효과가 압도한 결과다.

실제 이 같은 흐름은 우리나라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2000년 이후 가계소득 대비 주택자산가치 비율과, 평균소비성향 간 한국은 강령한 음(-)의 상관관계를 보이고 있다. 독일보다도 기울기가 가파르다. 주 차장은 주택자산의 낮은 유동성도 자산가격 상승이 실제 소비로 연결되지 않는 요인으로 지목했다.


그는 “우리나라에선 ‘부유한 유동성제약 가계’ 비중이 지속 높아졌으며, 특히 39세 이하 청년층에서 그 추세가 뚜렷하게 나타났다”며 “이 같은 구조에선 장부상 자산가치 증가가 가계의 현금흐름 개선으로 이어지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주 차장은 “주택가격 상승은 가계 전반의 후생을 늘리기보다 세대·자산계층 간 격차를 심화시키는 방향으로 작용할 수 있다”며 “주택가격을 반대로 내린다면 정확한 대칭은 아니겠으나 (젊은층 무주택자 소비가 증가하는 등의) 모습이 나타날 수 있다”고 짚기도 했다.

주 차장은 “주택가격 상승은 청년층의 소비 위축에 따른 내수기간 약화에 더해 높은 주거비 부담으로 인한 청년층의 만혼, 저출상 등 우리경제 구조적 문제 배경으로 작용할 수 있다”며 “기대심리에 기반한 주택시장 과열을 방지하고 청년층을 포함한 취약계층의 주거비 부담을 완화하기 위한 안정화 정책을 추진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taeil0808@fnnews.com 김태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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