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줬던 두 해가 결정적”...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 판단 엇갈린 이유
파이낸셜뉴스
2026.02.12 15:20
수정 : 2026.02.12 15:42기사원문
퇴직자들 최종 패소… 대법 “실적 따라 안 줬던 전례 있어 지급 의무 인정 안 돼”
‘PI·PS’ 임금성 공방 종결… 회사의 지급 재량권 인정 여부가 핵심 잣대
'동일 법리, 다른 결과'에 전문가들 “취업규칙·단협 문구 한 줄에 승패 갈렸다”
[파이낸셜뉴스] SK하이닉스 퇴직자들이 경영성과급을 퇴직금에 반영해달라며 소송을 냈으나 대법원이 받아들이지 않았다. 회사에 지급 의무가 없기 때문에 임금 성격인 근로의 대가로 인정하기 어렵다는 취지다.
대법원은 SK하이닉스 사건에서도 삼성전자 퇴직자 소송과 같은 논리를 적용했다.
■'안 줬던 두 해'가 결정적
대법원 1부(주심 마용주 대법관)는 12일 오전 SK하이닉스 퇴직자 2명이 사측을 상대로 낸 퇴직금 청구 소송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퇴직자들은 SK하이닉스가 생산성 격려금(PI)과 초과이익분배금(PS) 등 경영성과급을 평균임금에 포함해 퇴직금을 지급해야 한다며 2019년 1월 미지급분을 청구하는 소송을 냈다.
평균임금은 퇴직 전 3개월간 지급된 임금 총액을 총일수로 나눈 금액이다. 사용자는 근속 1년마다 30일분 이상의 평균임금을 퇴직금으로 지급하도록 제도를 정해야 한다. 평균임금이 늘면 퇴직금도 늘어나는 구조다.
1, 2심은 SK하이닉스의 경영성과급은 △시장 상황 등 외부의 요인에 좌우되는 것이지, 근로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고 △단체협약과 취업규칙에 ‘지급할 수 있다’고만 규정돼 있어 지급 의무가 확정된 것이 아니라며 사측의 손을 들어줬다.
대법원 역시 SK하이닉스의 취업규칙과 단체협약, 노동 관행 등에 주목했다. 대법원 판례에서 평균임금 산정의 기초가 되는 임금은 근로자에게 계속적·정기적으로 지급되고 단체협약과 취업규칙, 급여 규정, 노동 관행 등에 의해 사용자에게 그 지급 의무가 지워져 있는 것을 말한다.
대법원은 SK하이닉스의 경우 취업규칙에서 지급 의무를 정하지 않았고, 단체협약과 노동 관행을 보더라도 지급 의무가 정해진 바 없다고 봤다. SK하이닉스가 장기간 노사 합의를 통해 경영성과급을 지급했으나, 2001년과 2009년에는 관련 노사 합의 자체가 없었다는 점도 배경이 됐다.
대법원은 "이런 사정에 비춰 피고(사측)가 연도별로 한 노사 합의는 그 효력이 당해 연도에 한정되고, 피고는 경영 상황에 따라 언제든지 경영성과급에 관한 노사 합의를 거절할 수 있었다고 보인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매년 경영성과급을 지급하는 관행이 규범적 사실로서 명확히 승인되거나 사실상의 제도로서 확립돼 있다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지지되고 있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전했다.
대법원은 이익분배금(PS)의 경우도 근로 제공뿐 아니라 회사의 자본 및 지출 규모, 비용 관리, 시장 상황, 경영 판단 등 다른 요인들에 의해 결정되므로 "근로의 양이나 질에 대응하는 대가라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이익분배금의 실제 지급률은 연봉의 0∼50%에 이르기까지 큰 폭으로 변동했다.
■‘규정의 명확성’ 갈린 희비
SK하이닉스 사건은 앞서 지난달 29일 삼성전자 소송과 결과만 놓고 보면 차이가 난다. 당시 대법원은 삼성전자의 경영성과급 중 ‘성과인센티브’(PS)를 제외하고, ‘목표인센티브(PI)’를 퇴직금에 포함해야 한다며 퇴직자들의 손을 들어줬다.
관건은 PI였다. 삼성전자는 SK하이닉스와 달리, PI 지급 기준이 취업규칙에 사전에 명확히 정해져 있고 계속적·정기적으로 지급돼 왔다. 또 대법원은 상여기초금액이 근로자별 기준급을 바탕으로 사전에 확정돼 있으며 지급 규모도 일정 부분 고정성이 인정된다고 봤다. 아울러 평가 목적과 방식 등을 고려할 때 단순한 경영 성과의 사후 분배라기보다는 ‘사후적 정산’에 가깝다고 판단했다.
한 대형로펌 노동 전문 변호사는 “경영성과급이 임금이 되려면 의무성과 근로제공, 성과급 지급 사이의 주된 인과관계가 있어야 한다”며 “삼성전자는 성과급 지급의 의무성이 있고 주된 인과관계성도 있는데, 하이닉스는 둘 다 없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른 대형로펌 노동팀장을 맡고 있는 변호사는 “법리는 동일한데 SK하이닉스 판결에서는 경영성과급 지급 의무의 근거가 없다는 게 다르다”며 “규정에 명시된 게 없을 뿐 아니라 관행도 없다고 인정한 근거가 과거에 성과가 안 좋을 때 안 줬던 사례가 있다는 점”이라고 풀이했다.
kyu0705@fnnews.com 김동규 최은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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