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시대, 언론과 대학의 미래
파이낸셜뉴스
2026.02.12 18:15
수정 : 2026.02.12 18:36기사원문
기자들이 팩트 추적하는 것보다
현장의 맥락과 의미 찾는 것 중요
AI가 아무리 노력해도 할 수 없어
대학은 일방적 강의방식 아니라
학생들 생각의 경연장으로 만들어
자율적 학습의 공간으로 변신해야
세간의 관심은 AI 검색 정보의 정답률, 그럴듯한 글쓰기와 이미지 생성의 수행능력에 집중되어 있다.
이런 와중에 작가 황석영은 최근 출간한 소설 '할매'의 기획·구성·집필에 생성형 AI를 비서로 적극적으로 활용했다고 스스로 밝혔다. 이미 생성형 AI는 도서관 서가의 백과사전, 인터넷의 위키피디아를 넘어서 빠르고 효율적인 지식생성 동반자가 된 것이다.
그럼에도 AI가 능숙하게 하지 못하는 것이 있다. 첫째, 프롬프트가 제시한 범주 밖의 맥락적·가치적 지식은 감히 다루지 못한다. 그래서 뭔가 계속 만들어 내기는 하지만 그것을 실제 활용하는 데는 항상 한계가 있다. 둘째, A 학점 수준의 자기 목소리를 내거나 자신의 관점을 표현하는 것은 매우 힘들어한다. 불편한 생각, 새로운 생각에 대한 본질적 도전보다는 주변부를 맴도는 방식의 안전주행을 선호하기 때문이다. 셋째, 그래서 비서나 조수의 역할은 그런대로 하지만 독창적인 스토리텔러나 작가는 절대 되지 못한다. 글을 쓰고 이미지를 만들기는 하지만 그 속에 근원적 성찰은 없기 때문이다.
생성형 AI의 보편화 시대의 도래로 인해 가장 즉각적인 충격을 받는 업종은 대표적인 정보 및 지식산업인 언론과 대학일 것이다. 이미 기자들에게는 팩트를 집요하게 추적하는 능력보다 현장의 맥락과 의미를 찾아내는 능력이 더 절실하게 필요하다. 어떤 특수한 맥락 속에서 이런 일이 발생했으며 그것이 갖는 의미는 무엇인가에 대한 치열한 질문이 요구된다. 나아가서 그 맥락과 의미에 대한 치밀한 내러티브 서술 능력이 요청된다. 이는 AI가 아무리 노력해도 완벽하게 할 수 없는 인간 기자의 영역이다.
미래 언론에는 특종의 개념이 바뀔 것이다. 신속한 정보 전달이 아닌 깊은 생각거리의 제공이 특종의 조건이 될 것이다. 문제는 현재의 언론이 10년 후의 특종 기자들을 키워내고 있는가 하는 점이다. 변화하기 힘든 언론의 취재시스템의 관성이 문제라면, 이 지점에서는 기자 개인의 방향성 전환 노력이 필요하다. 미래의 특종 기자가 되기 원한다면 지금부터라도 AI의 빠른 성장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존재하는 한계가 무엇인지를 정확히 파악하고, 이를 넘어서기 위한 자신만의 취재와 내러티브 전략을 치열하게 고민해야 한다.
구조화되고 표준화된 고등교육 수준의 지식이 AI에 의해 보편적으로 공유되는 시대에 대학은 과연 무엇을 해야 하고, 또한 어떻게 바뀌어야 하는가. 인류 역사의 연대기와 복잡한 수학과 물리 공식은 AI가 훨씬 더 정확하게 기억한다. 대학은 다음 세대를 소모적 기억의 경쟁터가 아닌 생각의 경연장으로 초대하여야 한다.
이 초대의 방식은 일방적 강의가 아닌 열린 질문의 방식일 때 훨씬 더 효율적일 것이다. 이미 강단에서의 교수의 역할은 정답의 제공자가 아니다. 학생들의 다양한 대답에 대한 겸허한 청취자와 조언자의 역할을 해야 한다. 학생들은 성실한 받아쓰기 모범생의 자리를 버리고 자기 생각을 다른 생각과 분별하고 거침없이 표현하는 방법을 체화해야 한다. 그래서 미래 대학은 일방적 강의가 아닌 자율적 학습의 공간이 되어야 한다.
미래의 언론과 대학은 AI와의 담대한 경쟁을 스스로 주도해야 한다. 기계가 잘하는 것을 기계에 맡겨도 인간이 넉넉히 감당할 일은 여전히 존재한다. 19세기 자동차의 발명으로 시공간 압축의 혜택을 누리는 인간은 잉여시간을 활용한 창의적인 생각의 경연을 통해 미래를 개척해 왔다. 다리 근육의 퇴화가 걱정된다면, 별도의 꾸준한 러닝으로 근육을 키우면 된다. 문제의 핵심은 자동차의 보편화로 확보된 소중한 시간과 에너지 자원을 얼마나 스마트하게 활용하느냐에 있었다. AI 시대, 언론과 대학의 미래도 여기에 달려 있다.
마동훈 고려대 미디어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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