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고만 하는데 왜 봐"...증권사 리포트는 왜 신뢰를 잃었나

파이낸셜뉴스       2026.02.13 14:53   수정 : 2026.02.13 15:37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증권사 리포트'는 왜 신뢰를 잃었을까. 증권사 리포트의 투자 의견과 수익률을 분석한 보고서가 나왔다. 13일 자본시장연구원에 따르면 김준석 선임연구위원은 '애널리스트 투자의견과 목표주가의 투자가치'를 발표하며 2013년 이후 증권사 연구원(애널리스트)의 투자의견이 힘을 잃었다고 밝혔다. 해당 보고서는 2000년부터 2024년까지 국내 상장기업에 대해 발표된 약 70만 건의 연구원 보고서를 전수 조사하여, 투자의견과 목표주가의 변화가 실제 시장 초과수익률과 어떤 상관관계를 맺고 있는지 실증적으로 추적했다.

"증권사 리포트 본다고 추가 수익 안 나와"


김준석 연구원은 국내 증시에서 증권사 리포트의 효용성은 2013년을 기점으로 사라졌다고 주장한다.

지난 2000년부터 2012년까지 연구원이 '매수(Buy)' 의견을 낸 종목 포트폴리오의 월평균 초과수익률은 0.59%였으며, '적극 매수(Strong Buy)'는 0.94%에 달해 통계적으로 높은 유의성을 보였다.

그러나 지난 2013년부터 2024년까지의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매수 의견의 초과수익률은 0.03%, 적극 매수는 0.15%로 급락하며 통계적 유의성을 잃었다. 투자의견과 목표주가 정보를 결합해 가장 좋은 종목을 사고 가장 나쁜 종목을 파는 롱숏(Long-Short) 전략의 성과 역시 2012년 이전에는 월 1.14%의 초과수익을 기록했으나, 2013년 이후에는 0.07%로 떨어져 사실상 수익 창출 능력을 잃었다.

이는 2013년 10월 발생한 'CJ E&M 미공개 정보 유출 사건'과 뒤이어 강화된 '시장질서 교란행위 규제'가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김 연구위원은 "규제 강화로 인해 연구원들이 기업 내부 정보에 접근할 수 있는 비공식적 경로가 차단되면서, 정보의 비대칭성을 활용한 초과 수익 기회가 사라졌다"라고 설명했다.

대다수 리포트가 '매수' 일색인 한국 증시 환경에서 투자자들은 긍정적 의견보다 드물게 제시되는 부정적 신호에 주목하는 것이 유리하다는 게 보고서의 지적이다. 김 연구위원은 "연구원들이 기업과의 관계 유지를 위해 낙관적 편향을 보임에 따라 '매수' 의견의 변별력은 약화된 반면, 낮은 투자의견이나 목표주가 괴리율 하락은 강력한 매도 신호로서 높은 신뢰도를 보였다"라며 "연구원이 부정적으로 평가한 종목을 피하는 것만으로도 포트폴리오의 손실을 방어하는 효과가 컸다"라고 전했다.

증권사 리포트에서 꼭 봐야 할 정보는?


다만 유의미한 정보들도 있었다. 대표적인 정보가 목표주가 괴리율(예상수익률)이다. 투자의견과 목표주가 괴리율(예상수익률)이 모두 최하위인 그룹(LL)의 성과는 시장 수익률을 크게 밑돌았다. 2013년 이후에 나온 리포트에서도 가치가중 기준 하위 그룹(LL)의 초과수익률은 -0.69%로 나타나 여전히 시장 대비 저조한 성과를 보였다. 이는 연구원의 매수 추천을 따라가는 것보다, 그들이 상대적으로 덜 추천하거나 목표주가를 보수적으로 잡은 종목을 걸러내는 '네거티브 스크리닝' 전략이 유효함을 시사한다.


정보 비대칭이 여전히 존재하는 중소형주(Mid-caps)에서 연구원의 정보가 빛을 발한다는 지적도 있었다. 김 연구위원은 "대형주는 정보가 시장 가격에 즉각 반영되는 반면, 중소형주는 연구원의 분석이 주가에 반영되는 시차가 존재하거나 정보의 희소성이 있어 리포트의 영향력이 유지되는 경향을 보였다"라고 전했다.

자본시장연구원은 "투자 의견과 목표 주가의 투자가치 소멸은 증권사 연구원의 정보력과 분석력, 객관성과 정확성의 약화를 의미한다"라며 "리서치업무의 독립성을 강화해 낙관적 전망을 줄이고 정확한 의견을 전달할 필요가 있다"라고 당부했다.

fair@fnnews.com 한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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