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장 반품해" 욕하더니… '노골드' 공포 닥치자 "린샤오쥔·구아이링, 제발 살려줘"

파이낸셜뉴스       2026.02.18 19:00   수정 : 2026.02.18 19:09기사원문
대회 폐막 4일 앞두고 '금메달 0개'… 중국 대륙 초비상
부진한 귀화 선수들에 "돈 벌러 왔냐" 맹비난 퍼붓다가
남은 희망 사라지자 "제발 살려줘"… 역대급 태세 전환 '빈축'
린샤오쥔 남자 500m, 구아이링 하프파이프가 마지막 희망





[파이낸셜뉴스] "반품 요청합니다", "돈 떨어져서 중국 왔나."

불과 며칠 전까지 중국 웨이보를 달궜던 원색적인 비난들이다. 하지만 폐막을 코앞에 둔 지금, 대륙의 분위기가 180도 바뀌었다. 자신들이 그토록 물어뜯던 '귀화 선수'들의 바짓가랑이를 붙잡고 애원해야 하는 처지가 됐기 때문이다.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 폐막이 나흘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스포츠 강국'을 자처하던 중국이 '노골드'의 공포에 떨고 있다. 4년 전 베이징에서 금메달 9개를 쓸어 담으며 3위에 올랐던 위용은 온데간데없다.

아이러니하게도 중국의 마지막 운명은 그들이 '토사구팽'하려 했던 두 명의 귀화 선수, 린샤오쥔(한국명 임효준)과 구아이링의 손에 달렸다.

가장 적나라한 태세 전환을 보여주는 건 쇼트트랙의 린샤오쥔을 대하는 태도다. 이번 대회 린샤오쥔의 성적은 처참했다. 주종목인 1000m와 1500m에서 연달아 조기 탈락했고, 혼성 계주에서도 벤치를 지켰다.



중국 네티즌들은 폭발했다. "비싼 돈 주고 데려왔더니 짐만 된다", "한국으로 반품(반납)해라" 라는 등 입에 담기 힘든 욕설이 쏟아졌다.

린샤오쥔이 "아직 끝나지 않았다"고 호소했지만 여론은 싸늘했다.

하지만 중국 쇼트트랙이 단체전 전멸 확정에 개인전까지 전멸 위기에 처하자 상황이 급변했다. 이제 남은 건 여자 1500m와 남자 500m뿐. 여자 1500m의 메달 가능성은 사실상 없어, 욕받이였던 린샤오쥔이 유일한 '구명줄'이 되어버린 것이다.

린샤오쥔은 지난 2025 하얼빈 아시안게임 금메달리스트이자 2024년 세계선수권 500m 챔피언이기도 하다. 임종언, 황대헌 등 한국 선수가 모두 떨어진 것도 린샤오쥔에게는 부담을 덜 수 있는 부분이다.

욕설로 도배됐던 게시판은 이제 "린샤오쥔, 너만 믿는다", "중국의 영웅이 되어주세요"라는 낯 뜨거운 응원 글이 채우고 있다.

실력으로 안 되니 결국 욕하던 '남의 나라 출신' 선수에게 국격을 구걸하는 모양새다.



'스키 여제' 구아이링을 향한 이중잣대도 매한가지다. 구아이링은 이번 대회 빅에어와 슬로프스타일에서 은메달 2개를 따냈다. 객관적으로 훌륭한 성적이지만, '금메달'에 목말라 이성을 잃은 중국 팬들에겐 성에 차지 않았다.

일부 과격한 팬들은 구아이링이 300억 원이 넘는 수익을 올린 것을 거론하며 "돈 떨어지니 중국 온 거냐", "금메달 못 딸 거면 왜 나왔냐"며 비아냥거렸다. 머리를 다쳐 헬멧이 깨지는 투혼을 발휘했음에도 비난은 멈추지 않았다.

그러나 대회가 막바지로 치닫고 '노골드'가 현실화되자, 중국은 다시 구아이링을 '대륙의 딸'로 추앙하기 시작했다.

남은 하프파이프 종목이 중국의 자존심을 세워줄, 사실상 가장 유력하고 '유일한' 금메달 후보이기 때문이다. 여기에서 금메달이 나오지 않으면 사실상 노골드가 유력하다는 말이 많다. 그만큼 중요하다.



결국 중국은 이번 올림픽 내내 자신들이 "필요 없으니 나라가"고 신나게 욕했던 귀화 선수들의 활약 여부에 따라, '빈손 귀국'이라는 최악의 수모를 면할지 결정되게 생겼다.

달면 삼키고 쓰면 뱉는 중국식 '애국주의'의 민낯이 밀라노의 설원 위에서 적나라하게 드러나고 있다.

4년 전의 영광이 '홈 텃세'와 '귀화 용병' 덕분이었음을 스스로 증명하고 있는 셈이다.
사실 이런 분위기는 린샤오쥔과 구아이링에 나쁘지만은 않다. 남은 한 종목에서 성과를 낸다면 영웅으로 등극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과연 린샤오쥔과 구아이링은 중국의 구원자로서 자리잡을 수 있을것인가. 대륙의 관심이 두 명의 귀화 선수에게 쏠리고 있다.

jsi@fnnews.com 전상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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