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사랑했지만, 스케이트를 더 사랑했다"… 음주운전-)징계-)귀화 김민석, 씁쓸한 노메달
파이낸셜뉴스
2026.02.22 10:20
수정 : 2026.02.22 11:17기사원문
"후회 없다"는 헝가리 국가대표 김민석
음주 징계 도피가 부른 초라한 '노메달' 결말
"한국 사랑했지만 스케이트가 타고싶었다"
"다음 올림픽도 출전하고 싶다"
[파이낸셜뉴스] 한때 대한민국 스피드스케이팅 중장거리의 간판으로 빙판을 호령했던 김민석(27)이 헝가리 국기를 가슴에 달고 나선 자신의 세 번째 올림픽을 허무하게 마쳤다.
앞선 두 번의 올림픽에서 태극마크를 달고 환호했던 그였지만, 국적을 바꾸고 출전한 이번 무대에서는 철저히 빈손으로 돌아서며 씁쓸한 뒷맛을 남겼다.
8위까지 주어지는 결선행 티켓을 놓친 그는 앞서 출전한 1000m(11위)와 1500m(7위)에 이어 마지막 종목에서도 결선 진출에 실패하며 ‘노메달’로 대회를 마무리했다.
2018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팀 추월 은메달과 1500m 동메달을, 2022 베이징 대회에서 1500m 동메달을 수확했던 과거의 영광에 비하면 턱없이 초라한 성적표다.
하지만 경기 후 믹스트존에서 만난 김민석의 표정은 어둡지 않았다. 그는 취재진을 향해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 쏟아냈기 때문에 성적은 못 냈지만 후회는 없다”며 “이번 올림픽을 통해 다시 한번 많은 것을 배웠다”고 덤덤하게 대회를 마친 소감을 밝혔다.
김민석의 헝가리행은 역대 귀화 선수들과 비교해도 유독 여론의 싸늘한 눈초리를 받았다.
파벌이나 연맹과의 갈등이 아닌, 명백한 본인의 범법 행위가 원인이었기 때문이다.
그는 2022년 7월 진천선수촌 내에서 음주운전 사고를 내 1년 6개월 자격 정지 징계를 받았고, 이 징계 기간 중 올림픽 출전이라는 개인의 목표를 위해 헝가리 귀화를 택했다.
이러한 비판 여론을 의식한 듯 김민석은 귀화 결정에 대해 “스케이트가 너무 좋고 내 인생의 전부였기에, 2년간 훈련을 못 하면 선수 생활을 지속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며 “올림픽에 가고 싶어 귀화를 결정한 것”이라고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이어 그는 “대한민국을 너무 사랑했고, 한국 대표로 뛰었기에 고민이 컸다”면서도 “오랜 시간 고민한 끝에 스케이트를 지속할 길을 찾았다”고 덧붙였다.
조국을 사랑했지만, 본인의 과실로 빚어진 징계를 감내하는 대신 스케이트를 탈 수 있는 ‘도피처’를 택했다는 사실을 스스로 인정한 셈이다.
이번 대회가 남긴 가장 큰 아이러니는 그의 훈련 과정에 있었다. 헝가리 빙속 대표팀의 유일한 출전 선수였던 김민석은 현지에서 함께 얼음을 지칠 파트너조차 없었다. 결국 그가 기댄 곳은 자신이 등지고 떠난 ‘한국 대표팀’이었다.
김민석은 “평창 때 함께 했던 백철기 감독님께서 큰 배려를 해주셨다”며 “같이 훈련할 선수가 없었는데 감독님과 (한국) 선수들이 모두 배려해 준 덕분”이라고 고마움을 표명했다. 한국의 징계를 피해 헝가리인이 되었지만, 정작 올림픽 무대에서는 한국 대표팀의 인프라와 배려에 무임승차하는 기형적인 상황이 연출된 것이다.
모든 일정을 마친 김민석의 시선은 이미 다음 올림픽을 향해 있다. 그는 “다음 올림픽을 당연히 준비할 생각”이라며 “지금처럼 부진하더라도 더 나아가서, 언젠가는 다시 시상대에 설 수 있게 준비하겠다”고 다짐했다.
그의 도전은 4년 뒤에도 이어지겠지만, 자신의 잘못을 국적 변경으로 덮은 선수를 향한 대중의 시선은 이번 올림픽의 ‘노메달’ 결과만큼이나 차갑게 얼어붙어 있다.
jsi@fnnews.com 전상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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