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년 만의 '노메달' 수모… 韓 스피드스케이팅 도대체 무슨 일이?
파이낸셜뉴스
2026.02.22 12:00
수정 : 2026.02.22 14:13기사원문
알베르빌 이후 최소 인원 참가, 예견된 부진?
단거리·매스스타트 줄줄이 고전… 텅 빈 메달 박스
"기다림뿐인가"… 체계적 시스템 부재가 낳은 뼈아픈 결과
[파이낸셜뉴스] 한국 빙상의 한 축이 무너졌다. 쇼트트랙과 함께 동계 올림픽의 '효자' 노릇을 톡톡히 했던 스피드스케이팅이 24년 만에 빈손으로 짐을 싸게 됐다.
이로써 대한민국 스피드스케이팅은 2002년 솔트레이크시티 대회 이후 처음으로 '노메달'이라는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1992년 김윤만의 은메달 이후 스피드스케이팅은 한국 동계 스포츠의 자존심이었다. 이상화의 '철권통치', 이승훈의 '전략 주행', 모태범의 '깜짝 질주'는 국민들에게 환희를 선사했다. 지난 베이징 대회까지만 해도 4개의 메달을 수확하며 건재함을 과시했다.
하지만 이번 밀라노 대회는 시작부터 불안했다. 세대교체 실패의 여파로 출전권 확보부터 애를 먹었고, 결국 1992년 이후 최소 인원인 8명만이 빙판에 섰다. "선수가 없다"는 현장의 비명이 현실이 된 셈이다.
기대를 모았던 남녀 500m는 세계의 높은 벽만 실감했다. 베테랑 김준호는 12위에 그쳤고, '포스트 이상화'로 불리던 김민선은 14위로 밀려나며 아쉬움을 삼켰다. 한국의 전략 종목이었던 매스스타트마저 빈손으로 끝나자 현장의 분위기는 급격히 냉각됐다.
해설위원으로 현장을 지킨 이승훈은 "선수층이 얇은 현실이 결국 이런 결과를 만들었다"며 씁쓸함을 감추지 못했다. 특정 스타 선수에게 의존해 온 한국 빙상의 구조적 한계가 드러난 순간이었다.
전문가들은 이번 '노메달'이 단순한 부진이 아닌 '시스템의 붕괴'라고 지적한다. 이상화, 이승훈 이후 세계 정상권에 근접한 선수를 길러내지 못한 빙상계의 안일함이 도마 위에 올랐다.
한 관계자는 "신체 조건이 갈수록 중요해지는 현대 빙속에서 우리 선수들이 경쟁력을 갖추려면 체계적이고 과학적인 훈련 시스템이 필수적"이라며 "이나현, 구경민 등 재능 있는 어린 선수들이 있지만, 이들을 '방치'한다면 4년 뒤에도 결과는 같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24년 만에 찾아온 '빙속의 겨울'. 밀라노의 차가운 얼음 위에서 한국 스피드스케이팅은 이제 '기다림'이 아닌 '혁신'을 강요받고 있다.
jsi@fnnews.com 전상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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