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상 대신 폭격…트럼프, 힘의 외교 재확인
파이낸셜뉴스
2026.03.01 13:30
수정 : 2026.03.01 13:30기사원문
트럼프 대통령은 2024년 대선 출마 당시 “새로운 전쟁은 시작하지 않겠다”고 공언하며 해외 정권을 상대로 한 정복 전쟁에는 나서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그러나 최근 행보는 미국의 국익을 위해서라면 제한적이지만 단호한 무력 사용도 불사하겠다는 메시지를 분명히 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이란 최고지도자 사망 이후 이란 정세가 어떻게 전개될지에 따라 미국의 의도대로 단기간에 친미 정권이 수립될 수 있을지는 지켜봐야 한다는 관측이 나온다. 특히 올해 11월 미국 중간선거를 앞둔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 입장에서는 전선이 장기화될 경우 정치적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핵협상 결렬, 군사 옵션으로 선회
미국은 이달 들어 이란과 세 차례에 걸쳐 핵협상을 벌였다. 미국은 이란에 우라늄 농축을 ‘제로’로 만들 것을 요구하는 한편, 이미 농축된 우라늄 300㎏을 미국에 넘길 것을 제안했다. 또 영구적인 핵 포기와 함께 포르도·나탄즈·이스파한 등 주요 핵시설 3곳의 해체를 요구했다.
이에 대해 이란은 우라늄 농축이 발전과 의료 등 평화적 목적을 위한 것이며, 이러한 목표 아래 투자하고 자국 과학기술로 축적해 온 성과를 포기하라는 요구는 주권 침해라며 거부했다.
양측이 끝내 접점을 찾지 못하자 미국은 전격적으로 공습을 강행했다. 지난해 6월 이란의 지하 핵시설을 폭격한 지 8개월 만에 다시 대규모 군사작전을 단행한 것이다. 미국은 이미 협상 결렬을 염두에 두고 항공모함 두 척을 이란 인근 해역으로 이동시키는 한편, 대규모 공군 전력을 주변 기지에 배치해 왔다.
트럼프, 무엇을 노렸나
이란에 대한 대규모 공격으로 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가 사망하자 트럼프 대통령의 ‘힘을 통한 평화’ 전략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미국은 올해 초 베네수엘라를 침공해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을 체포하고 미국 법정에 세웠다. 당시 작전을 통해 미국은 자국의 이익을 위해 압도적인 군사력을 사용할 수 있다는 점을 전 세계에 각인시켰다.
이번 이란 공습 역시 이와 같은 맥락에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 문제와 관련해 스스로를 ‘결단력과 용기를 가진 유일한 대통령’으로 평가해 왔다. 실제로 그는 이란 공격 이후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을 통해 이란 국민들에게 “수년 동안 여러분은 미국의 도움을 요청했지만 결코 받지 못했다”며 “어떤 미국 대통령도 오늘 밤 내가 하려는 일을 하려 하지 않았다. 이제 여러분은 여러분이 원하는 것을 줄 수 있는 대통령을 갖게 됐으니, 여러분의 반응을 지켜보겠다”고 말했다.
협상만으로는 이란의 핵 기술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개발을 근본적으로 차단할 수 없다는 전략적 판단이 이번 결정의 배경에 깔려 있었을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미국 국방정보국(DIA)은 지난해 공개된 기밀 해제 보고서에서 이란이 “테헤란이 대륙간탄도미사일 개발을 결정할 경우 2035년까지 군사적으로 실용 가능한 수준에 도달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또 이란의 보복 능력이 제한적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에 과감한 공격을 감행했을 것이라고 뉴욕타임스(NYT)는 전했다.
여기에 올해 미국 중간선거 일정도 고려 대상이 됐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최근 전 세계를 상대로 한 상호관세에 대해 미국 대법원이 위법 판결을 내리면서 트럼프 대통령에게는 가시적인 성과가 필요해졌다는 것이다. 강경한 대외정책이 미국의 전 지구적 주도권을 부각시키고, 유권자에게 ‘심리적 만족감’을 제공하는 동시에 전통적인 공화당 지지층 결집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판단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의 핵심 지지층인 마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세력은 해외 군사 개입에 대해 줄곧 회의적인 입장을 보여왔다. 이 때문에 전선이 장기화될 경우 오히려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적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지상군 투입 없는 ‘제한전’ 가능성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가 대규모 지상군 투입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낮다고 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첫 임기 당시 이란·베네수엘라 특사로 활동했던 엘리엇 에이브럼스는 트럼프 대통령이 지상군을 투입할 가능성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에이브럼스는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 국민들에게 ‘이제 당신들에게 달려 있다’고 말한 부분이 인상적이었다”고 평가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가 끝내면 당신들의 시간이다. 당신들의 정부를 되찾으라”고 말하며 사실상 이란 국민에게 체제 변화를 촉구했다.
에이브럼스는 이에 대해 “이 발언은 ‘나는 이란 정권에 심각한 타격을 가하겠지만 미군을 파견하지는 않을 것이다. 이후의 책임은 이란 국민에게 있다’는 의미로 해석해야 한다”고 말했다
pride@fnnews.com 이병철 특파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